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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23년 1월 14일(토) / 3호선 독립문역 5번출구 (10:30)
◈ 참석자 : 9명 (삼모, 종화, 진오, 재홍, 승열, 재웅, 삼환, 용복, 황표)
◈ 산행코스 : 독립문역-서대문독립공원-부대옆-한성과학고-갈림길-무악재하늘다리-인왕산둘레길-인왕사-인왕산둘레길-힐링숲쉼터-수성동계곡-서촌-박노수미술관-통인시장-뒤풀이장소-경복궁역
◈ 동반시 : "새해 인사" / 김현승
◈ 뒤풀이 : 메밀전, 감자전에 막걸리와 메밀국수 / '활짝핀 메밀' <통인시장앞 경복궁점, (02) 720-7766>
시산회(詩山會) 친구들은 2023년 처음인 451회 ‘인왕산둘레길’을 산행하기 위해 독립문역 5번출구에 집결하였다. 날씨는 어제 밤부터 비가 내리더니 산행을 시작할 때도 계속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시산회 친구들은 독립문역(5번출구)에서 출발, 한성과학고교옆의 안산을 오르다가 무악재 하늘다리를 건너서 인왕산쪽으로 갔다. 산우들은 팔각정에서 잠시 쉬었다가 가자하며, 벌써부터 배낭에서 간식을 내어 놓는다. 아침을 못먹고 왔는데, 무엇보다 용복산우가 내놓은 대왕찹쌀떡과 재웅친구가 특별히 준비한 안동소주가 기억에 남는다.
인왕산둘레길을 따라 무악공원, 인왕사를 지나 한양도성길쪽으로 갔었다. 이슬비가 계속 내려 안전한 산행을 위한 방안으로 한양도성길에서부터 성곽을 올라가지 않고 인왕산둘레길 및 자락길로 가다가 수성동계곡에서 산행길을 변경하였다.
수성동계곡에서 윤동주 하숙집쪽으로 가다보면 이곳을 세종마을이라 부른다. 세종마을은 경복궁역 주변 15개 동을 아우른다. 볼거리가 많아서 항상 사람들로 붐빈다. 세종마을은 이 일대에서 세종대왕이 태어나 성장했다는 것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서촌이라는 이름과 뒤섞여 불리운다.
서촌에는 재능있는 화가, 문인, 학자의 흔적이 유독 많다. 시인 이상과 윤동주, 겸재 정선과 추사 김정희 등 부연의 설명이 필요없는 쟁쟁한 인물들이다. 게다가 골목을 휘돌 때마다 역사의 중요한 장면이 보물처럼 숨어있다.
서촌은 조선시대의 권력자들이 살았던 곳이다. 한국전쟁과 재개발 열풍을 이겨내고 한옥마을의 색깔을 잃지않은 소중한 곳이다. 아이 손을 잡고, 역사 산책을 하긴 최적의 장소이다. 옥인길을 걷다보면 하얀색 기둥에 '박노수'라는 명패가 보인다. 이곳이 바로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이다.
박노수는 해방이후 국내화풍에 남은 일제의 잔재를 극복하고 독자적 화풍을 시도한 한국화 1세대 화가이다. 이전의 한국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소년, 선비, 달, 산, 강, 말, 나무 등의 소재를 독창적인 화법으로 표현하였다.
이러한 주제들을 청색, 노란색, 녹색, 적색 등 강렬한 색으로 거침없이 표현했다. 2011년도 박노수씨는 오랜시간 생각해 오던 일을 행동으로 옮겼다. 거주하던 집과 함께 자신의 작품(약 500여 점), 수집품(수석, 도자기, 고가구, 고미술품 등 약 500여 점) 모두를 종로구에 기증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종로구는 박노수의 뜻에 따라 2013년도에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을 개관하게 되었다고 한다.
산우들은 점심식사 시간이 너무 빨라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을 탐방하였다. 박노수미술관은 개관 8주년 기념전시로 이번의 전시는 40여년 전 예술가의 예기 그 자체였던 화가 박노수의 작품과 현재, 피사체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잡아내는 사진가 조선희의 사진을 함께 선 보이고 있었다.
산우들은 조그마한 박노수비망록을 살펴본 후, 집 주변의 전망대까지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의 입구에서 단체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시간을 맞춰 통인시장쪽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도중에 자하문로 가에 ‘세종대왕 나신곳’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었다.
뒤풀이는 통인시장앞에 있는 식당으로 작년도 ‘수산회’의 ‘인왕산둘레길 산행’때와 ‘시산회’의 ‘북악산 산행’때에도 이곳 '활짝핀 메밀' 식당으로 갔었다. 음식을 먹기전에 오늘의 동반시<"새해 인사"(김현승)>는 산행을 안내하였던 승렬산우가 낭낭하게 낭송하였다.
"새해 인사" / 김현승
오늘은
오늘에만 서 있지 말고
오늘은
내일과 또 오늘 사이를 발굴러라.
건너뛰듯
건너뛰듯
오늘과 또 내일 사이를 뛰어라.
새옷 입고
아니, 헌옷이라도 빨아 입고,
널뛰듯
널뛰듯
이쪽과 저쪽
오늘과 내일의 리듬 사이를
발 굴러라 발 굴러라.
춤추어라 춤추어라.
김현승(1913~1975)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1934년 동아일보에 작품을 발표하여 등단하였고, 시집으로 ‘옹호자의 노래’(1963) 등을 펴냈다. 그는 기독교적 신앙에 터한 정수의 시학을 커피 내리듯 ‘절대고독’만을 우려낸 광주의 대표시인이다.
새해 계묘년(癸卯年)을 맞이하여 뭐 삶은 그대로지만 마음을 다잡고 또 새로 다짐을 하지. 손을 모으고 맘을 일깨운다. 어제를 ‘건너뛰듯’ 지나온 날이지만 지평 너머 수평은 또 탄생하는 군. 그 옛날, 설빔에 설레던 때를 그려보지. 그럴 뿐, 난 지난해 낡은 옷에다 새해에도 늦잠을 잤다.
시를 읽어 보니, 평소 바꾸지 못한 타성을 옛 시인은 이미 알고 있었나 보다. 그래, 아침 체조라도 할 요량에 이불을 박차지. 커튼을 걷고, 베란다 문을 연다. 순간 검은 토끼 형상의 태양이 찌릿하게 눈을 자극한다.
그는 거북이인 내게 다가와 함께 ‘널뛰자’며 발을 구른다. 하나,둘,셋 그의 구령에 ‘구르고’ 춤을 춘다. 동해 일출 앞이듯 함성을 지르며 힘을 주어 딛는다. 앗 주의해, 층간소음! 그만 주저앉는다. 허허, 태양은 다 안단 듯 빙글빙글 웃네 그려...
뒤풀이는 녹두전, 감자전에 막걸리를 한 잔씩 적당히 마시고, 다들 메밀국수로 배를 채웠다. 다음 452회 ‘시산회’ 산행은 ‘관악산둘레길’ 산행이다. 모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희망하며, 산행기를 맺는다. 시산회 파이팅!
2023년 1월 15일 김종화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