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횡당(橫塘)에 사는데.
배 멈추고 잠깐 묻겠는데,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
“우리 집은 구강(九江) 강변이에요. 늘 구강 근처를 오가지요.
같은 장간(長干)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
-최호<장간의 노래>
남녀 간의 문답이 엇섞이면서 서로 동향인임을 확인하는 게 시의 전부다. 맨숭맨숭한 내용을 담은 이 노래의 매력이 무엇일까. 우선 여자가 먼저 남자 쪽에 말을 붙인다는 게 예사롭지 않다. 상대의 말투를 얼핏 듣고 동향인을 만났다는 반가움이 앞섰다고는 해도 선뜻 낯선 남자에게 말을 거는 경우란 흔치 않을 테니까.
‘댁은 집이 어디세요? 전 횡당(橫塘)에 사는데.’ 당돌하게 물어놓고는 스스로도 좀 계면쩍었던지 여자는 서둘러 ‘혹시 고향 사람 아닌가 싶어서요’라 둘러댄다. 자기 사는 곳까지 스스럼없이 밝히는 여자의 순진함, 시인에게는 이 발랄하고 대담한 여자가 퍽 인상 깊었을 것이다.
‘같은 장간(長干) 사람인데도, 어려서부터 서로 알지 못했네요.’ 남자의 뚝뚝하고 덤덤한 대꾸조차도 시인은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국 시인은 이런 장면에서 봉건 예교의 가식을 벗어던진 청춘 남녀의 더없이 순박한 모습에 뭉클하지 않았을까.
민가의 최대 덕목은 질박한 언어로 진실을 담는 것. 이는 ‘보여주고 남기기 위한’ 사대부 문인의 과시의 노래와는 구분된다. 이 작품은 4수로 된 연작시 가운데 제1·2수. 시인은 민가풍을 본떠 화려한 진수성찬 대신 수수한 소찬(素饌)을 우리에게 선사하고 싶었을 것이다.
장간행(長干行)은 악부의 가곡이름이다. 가사는 대부분 장간항 일대의 배에서 생활하는 여인들의 생활과 감정을 노래한 것으로 장간곡(長干曲) 또는 강남곡(江南曲)이라고도 한다. 장간은 진회하(秦淮河) 장간리(長干里)로 지금의 강소성 남경시에 있던 작은 항구다. 장간항(長干港)이라고도 한다. 행(行)은 악부 시가의 곡조를 말한다.
시인 최호(崔顥)는 당나라 변주(汴州) 사람으로, 현종(玄宗) 개원(開元) 때 진사가 되었다. 천보(天寶) 때 태복시승(太僕寺丞)과 사훈원외랑(司勛員外郞)을 지냈다. 일찍이 각지를 떠돌아 넓은 지역에 자취를 남겼다. 시를 잘 지었다. 특히 악부시를 잘 지었고, 민간의 가사를 즐겨 채용했다. 초기에는 부염(浮艶)한 시풍을 보였다가 나중에 변새(邊塞)를 다니면서 시풍도 웅혼(雄渾)하게 바뀌었다. 「황학루(黃鶴樓)」는 당나라 7언율시 가운데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밖에 「장간행(長干行)」과 「증왕위고(贈王尉古)」, 「증양주장도독(贈梁州張都督)」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