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21篇 田子方篇 第8章(장자 외편 21편 전자방편 제8장)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장臧이라는 땅에 노닐다가 어떤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낚시질은 물고기를 낚으려 하지 않았다. 물고기를 낚으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따로 낚으려는 것이 있어서 늘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문왕이 그를 등용하여 정치를 맡기려고 하였지만 대신들과 부형들이 불안해 할까 두려웠고, 끝내 그대로 놔두려고 하니 백성들에게 하늘로 떠받들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을 차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에 아침이 되자 대부들을 불러 물었다. “어젯밤에 과인이 꿈에 훌륭한 사람을 보았는데 얼굴은 검고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한쪽 발굽만 붉은 얼룩말을 타고 와서 큰 소리로 명령하기를 ‘그대의 국정國政을 장臧 땅의 노인에게 맡겨라. 그러면 민초民草들의 고통도 거의 구제될 것이다.’라고 하였소.”
여러 대부들이 놀라 얼굴빛을 고치고서 말하였다. “선군왕이십니다.”
문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점을 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시오.”
여러 대부들이 말했다. “선군先君의 명령이시니 왕께서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 무엇을 점칠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드디어 장臧 땅의 노인을 맞이해서 그에게 정사를 맡겼더니 그 노인은 지금까지의 법률을 고치는 것이 하나도 없고 편파적인 명령을 내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3년이 지난 뒤 문왕이 국내의 정정政情을 살펴보았더니, 조정에 늘어선 관리들은 빗장을 부수고 파벌을 흩어버렸으며, 여러 관직의 책임자들은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사사로운 됫박이 감히 사방의 국경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조정에 늘어선 관리들이 빗장을 부수고 파벌을 흩어버린 것은 곧 윗사람과 의견이 같음을 숭상하는 것이고, 여러 관직의 책임자들이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일을 똑같이 함이고, 사사로운 됫박이 감히 사방의 국경에서 들어오지 않음은 제후들에게 두마음이 없는 것이다.
문왕이 이에 그를 태사太師로 삼고 스스로 제자의 자리에 나아가 북면北面하고서 말했다. “이 정치를 온 천하에 미루어 갈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장臧 땅의 노인은 멍한 채로 대답도 하지 않고 사양하는 듯 마는 듯 하더니 아침에 문왕의 명령을 받고서는 그날 밤으로 도망하여 몸을 마치도록 영영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안연顔淵이 중니仲尼에게 물었다. “문왕도 아직은 성인聖人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도대체 또 무엇 때문에 꿈을 빌릴 필요가 있었습니까?”
중니가 말했다. “너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대저 문왕은 성인의 경지를 극진히 하셨으니 또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다만 잠시의 방편을 따랐을 뿐이다.”
文王觀於臧 見一丈夫釣 而其釣莫釣 非持其釣 有釣者也 常釣也
文王 欲擧而授之政 而恐大臣父兄之弗安也
欲終而釋之 而不忍百姓之無天也
(문왕이 관어장하다가 견일장부조로대 이기조막조하니 비지기조하야 유조자야로대 상조야러라
문왕이 욕거이수지정이나 이공대신부형지불안야요
욕종이석지나 이불인백성지무천야하사)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장臧이라는 땅에 노닐다가 어떤 남자가 낚시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의 낚시질은 물고기를 낚으려 하지 않았다. 물고기를 낚으려는 생각을 가진 것이 아니라 따로 낚으려는 것이 있어서 늘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문왕이 그를 등용하여 정치를 맡기려고 하였지만 대신들과 부형들이 불안해 할까 두려웠고,
끝내 그대로 놔두려고 하니 백성들에게 하늘로 떠받들 훌륭한 사람이 없는 것을 차마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다.
☞ 문왕文王 : 주周나라 문왕.
☞ 관어장觀於臧 : 장 땅을 유람遊覽함. 군왕의 유람을 관觀이라 한다.
☞ 욕종이석지欲終而釋之 이불인백성지무천야而不忍百姓之無天也 : 석지釋之는 등용하지 않고 그대로 놔둔다는 뜻. 백성지무천百姓之無天은 백성들이 하늘처럼 떠받들 훌륭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다.
於是 旦而屬之大夫 曰
昔者 寡人夢見良人 黑色而冉頁 乘駁馬而偏朱蹄
號曰寓而政於臧丈人 庶幾乎民有瘳乎
(어시에 단이속지대부하야 왈
석자에 과인이 몽견양인호니흑색이염이오 승박마이편주체하야
호왈 우이정어장장인이면 서기호민유료호인저하더라)
이에 아침이 되자 대부들을 불러 물었다.
“어젯밤에 과인이 꿈에 훌륭한 사람을 보았는데 얼굴은 검고 구레나룻을 길렀으며, 한쪽 발굽만 붉은 얼룩말을 타고 와서
큰 소리로 명령하기를 ‘그대의 국정國政을 장臧 땅의 노인에게 맡겨라. 그러면 민초民草들의 고통도 거의 구제될 것이다.’라고 하였소.”
☞ 촉지대부屬之大夫 : 촉屬은 ‘불러 놓고 물어본다’는 뜻이다.
☞ 흑색이[염]黑色而[冉頁] 승박마이편주체乘駁馬而偏朱蹄 : 염[冉頁]은 염髥과 같다. 박駁은 흑색이 순수하지 않음이다. 편주체偏朱蹄는 발굽 하나만 붉다는 뜻.
☞ 서기호민유료호庶幾乎民有瘳乎 : 료瘳는 병이 나음. 곧 백성들이 고통에서 구제된다는 뜻이다.
諸大夫 蹴然曰 先君王也 文王曰 然則卜之
諸大夫曰 先君之命 王其無他 又何卜焉
(제대부 축연왈 선군왕야랏다 문왕왈 연즉복지하라
제대부왈 선군지명이시란대 왕기무타어시다 우하복언이리오)
여러 대부들이 놀라 얼굴빛을 고치고서 말하였다. “선군왕이십니다.” 문왕이 말했다. “그렇다면 점을 쳐서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하시오.”
여러 대부들이 말했다. “선군先君의 명령이시니 왕께서는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마십시오. 또 무엇을 점칠 것이 있겠습니까.”
☞ 축연蹴然 : 깜짝 놀라는 모양.
☞ 연즉복지然則卜之 : 길흉을 점쳐 보라는 뜻이다.
☞ 왕기무타王其無他 : 의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 우하복언又何卜焉 : 점을 쳐보지 않고도 길함을 알 수 있다는 의미이다.
遂迎臧丈人而授之政 典法無更 偏令無出 三年
文王觀於國則列士壞植散群 長官者 不成德 斔斛 不敢入於四竟
(수영장장인이수지정한대 전법을 무경하며 편령을 무출한 삼년에
문왕이 관어국즉열사괴식산군하며 장관자 불성덕하며 유곡이 불감입어사경하더라)
〈그리하여〉 드디어 장臧 땅의 노인을 맞이해서 그에게 정사를 맡겼더니 그 노인은 지금까지의 법률을 고치는 것이 하나도 없고 편파적인 명령을 내리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3년이 지난 뒤
문왕이 국내의 정정政情을 살펴보았더니, 조정에 늘어선 관리들은 빗장을 부수고 파벌을 흩어버렸으며, 여러 관직의 책임자들은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사사로운 됫박이 감히 사방의 국경에서 들어오지 않았다.
☞ 전법무경典法無更 편령무출偏令無出 : 전법典法은 지금까지 지켜오던 전장법도典章法度. 경更은 고친다는 뜻.
☞ 열사괴식산군列士壞植散群 : 괴식壞植의 식植은 빗장. 괴식壞植은 빗장을 부수어 문호를 열었다는 뜻이다. 산군散群은 사사로이 만들었던 파벌 세력을 흩어버렸다는 뜻이다.
列士壞植散群 則尙同也 長官者不成德 則同務也
螤斛不敢入於四竟 則諸侯無二心也
(열사괴식산군은 즉상동야야요 장관자불성덕은 득동무야요
유곡불감입어사경 즉제후무이심야니라)
조정에 늘어선 관리들이 빗장을 부수고 파벌을 흩어버린 것은 곧 윗사람과 의견이 같음을 숭상하는 것이고, 여러 관직의 책임자들이 자기의 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일을 똑같이 함이고,
사사로운 됫박이 감히 사방의 국경에서 들어오지 않음은 제후들에게 두마음이 없는 것이다.
☞ 동무同務 : 각각의 임무를 평등하게 분담한다는 뜻이다.
☞ 제후諸侯 무이심야無二心也 : 문왕에 대한 제후들의 충성을 보장하는 증표라는 뜻이다.
文王於是焉 以爲太師 北面而問 曰政可以及天下乎
臧丈人 昧然而不應 泛然而辭 朝令而夜遁 終身無聞
(문왕이 어시언에 이위태사하고 북면이문하야 왈정가이급천하호아
장장인이 매연이불응하고 범연이사하야 조령이야둔하야 종신무문하니라)
문왕이 이에 그를 태사太師로 삼고 스스로 제자의 자리에 나아가 북면北面하고서 말했다. “이 정치를 온 천하에 미루어 갈 수 있을까요?”
그랬더니 장臧 땅의 노인은 멍한 채로 대답도 하지 않고 사양하는 듯 마는 듯 하더니 아침에 문왕의 명령을 받고서는 그날 밤으로 도망하여 몸을 마치도록 영영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 매연이불응昧然而不應 범연이사泛然而辭 : 매연昧然은 멍한 모양. 범연이사泛然而辭는 〈덕충부德充符〉의 ‘범이약사氾(而)若辭’와 같다. 범이약사氾(而)若辭는 얽매임이 없어서 마치 사양하는 듯한 모습인데 ‘범氾’은 얽매임이 없는 모양. 범泛과 범氾은 통하는 글자이다. 사양하는 듯 마는 듯 분명치 않은 태도를 보였다는 뜻이다.
☞ 조령이야둔朝令而夜遁 : 영令은 문왕이 말한 ‘정치를 온 천하에 미루어 갈 수 있느냐’는 요구를 지칭한다.
顔淵問於仲尼曰 文王其猶未邪 又何以夢爲乎
仲尼曰 黙汝無言 夫文王 盡之也 而又何論刺焉 彼 直以循斯須也
(안연이 문어중니왈 문왕도 기유미야아 우하이몽위호리오
중니왈 묵여무언하라 부문왕이진지야하니 이우하론자언이리오 피 직이둔사수야니라)
안연顔淵이 중니仲尼에게 물었다. “문왕도 아직은 성인聖人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신 모양입니다. 도대체 또 무엇 때문에 꿈을 빌릴 필요가 있었습니까?”
중니가 말했다. “너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마라. 대저 문왕은 성인의 경지를 극진히 하셨으니 또 어떻게 비판할 수 있겠는가. 그는 다만 잠시의 방편을 따랐을 뿐이다.”
☞ 우하이몽위호又何以夢爲乎 : 대부들을 직접 설득하지 못하고 선왕의 꿈을 핑계 대었음을 말한 것이다.
☞ 직이둔사수야直以循斯須也 : 일시적인 방편을 따랐다는 뜻. 직直은 다만. 사수斯須는 잠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