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낮 삼아 일하다보니 몸도 좋지 않고 사회생활도 어렵고, 술 드신 손님들 심기운전도 해야 하니 만만치 않은데, 콜센터들 갑질 부당행위에 우리 같은 사회적 약자들 기댈 언덕이 돼줘야 할 정부기관들이 나 몰라라 하는 현실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우리 20만 대리기사들은 평균적으로 하루 9시간씩 한 달 25일 일해서, 한 달 순수입 151만8천 원 정도 손에 쥡니다. 대한민국 노동자 평균임금 319만원에 비하면 그저 용돈 수준이지요. 심야에 일하는 걸 감안하면 1.5배, 월 478만원은 받아야 맞는데, 겨우 3/1수준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몸뚱이 굴려서 땀 흘려 일하는 우리를, 대리업체 사장들과 정부는 “싸장님”이라 부르며 어르고는, 4대 보험도 퇴직금도 그 어떤 보상도 안 해주고 있지요. 산재보험도 안되니 다치기라도 하면, 치료도 주머니 털어해야 하고, 일 없는 만큼 빚은 불어나고 한숨만 늘게 되지요.
노동자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니, 완전히 홍길동이 제 아비를 아비라 부르지 못하는 거나 다름없는 암담한 현실입니다. 대리업자들은, 고율수수료 20% 외에도 월 평균 12만 원 이상의 보험료, 5만 원 이상의 프로그램사용료를 내놓고도, 회사는 보증금, 배차취소벌금, 출근비 등을 또 요구합니다. 이처럼 저들은 보험료 중간횡령, 프로그램 비리베이트, 벌금, 출근비 등 대리기사들의 쌈지를 턴 부당수익으로 자기들 주머니를 채우고, 이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기사들에겐 계약해지, 배차제한 등 실질적인 해고를 자행하며 탄압합니다. 야밤에라도 성심껏 노동해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려는 착하디착한 대리기사들은, 술 취한 고객들로부터 폭언, 폭행, 살해위협을 당하기도 합니다. 7년 전 이동국이라는 대리기사는 말싸움 끝에 취객이 고의로 모는 차량에 치어 죽었습니다
10년 전부터 대리운전법은 국회에 상정만 되고, 항시 흐지부지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법 말고 대리업계 자율정화 하라며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대리운전을 그저 실업자 뒤치닥꺼리나 하는 걸로 취급하는 현실입니다. 20년이 넘은 대리운전. 음주운전을 막아 전 국민의 안전을 지켜내는 대리운전. 그럼에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대리운전. 김밥요금도, pc방 이용료도, 버스비도 택시비도, 전기세도 가스비도 최소한 서너 번 오를 20년 동안, 내리기만 한 대리운전요금. 대리요금이 반토막 나는 동안, 대리운전노동자의 수입도 그만큼 줄고, 자긍심 또한 곤두박질 쳤습니다.
이런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캄캄한 밤 어디선가 홀연히 유령처럼 나타나, 취객을 귀중한 차량과 함께 집 앞에 안전하게 대령한 후, 연기처럼 사라지는 착한 대리기사에게 노동존중을 외치는 현 정부는 노동기본권, 노동3권, 완전한 4대 보험을 당연히 보장하여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심기운전이라고 아십니까?" (12년 차 대리기사의 글 중에서)
2018년 전국대리운전노조는 대일운전보험단일화와 업체의 갑질 철폐, 대리운전법 제정 나아가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싸워나갈 것입니다. 동료 대리운전기사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