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연사를 모른다는 기사의 택시를 내려 다른 차로 봉양사거리로 가 진달래들이 환하게 반겨주는 가파른 산길을 타고 재성병원에서 오는 능선과 만나서 생각보다 먼 칠봉산(506.9m)으로 올라가 동두천의 야경을 바라보며 찬 막걸리 한 컵으로 갈증을 달래고 장도의 발길을 옮긴다.
어둠 속에 그로테스크하게 보이는 장림고개를 건너고 옛 직장에서 회암사지로 봄 야유회 왔던 철없던 때를 떠올리며 능선에서 700여 미터 떨어진 천보산을 다녀와 후배 치과 의사가 부인 몰래
별장지를 사두었었던 안부를 지난다.
진땀을 떨구며 한동안 된비알을 치고 예전에 없던 정상석이 서 있는 해룡산(661.2m)을 넘어 군사 도로에 걸터앉아 국사봉 불빛을 바라보며 디디시님이 건네준 오징어를 씹고 고량주와 소주 섞은 막걸리로 목을 축인다.
적막에 젖어있는 오지재고개를 건너고 전에는 쉽게 뛰어 다녔었던 생각을 하며 힘겹게 왕방산(736.4m)에 올라 찬 바람을 피해 소주 한 모금으로 추위를 떨치고 국사봉으로 향한다.
최근의 부족했던 잠으로 깜박깜박 찾아오는 졸음 기를 애써 참고 국사봉(x754.9m) 데크에 올라 여명이 밝아오는 산하를 바라보며 어묵과 라면을 끓여 아침을 먹고 도로 따라 새목고개로 내려가니 양주 숲속 산악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는 관계자들이 보인다.
수위봉(649.9m) 벤치에 누워 10여 분 누웠다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임도를 건너고 작년 겨울에 점심을 먹었던 사격장 안부를 지나 새벽 4시에 출발했다며 숨을 헐떡이고 뛰어오는 마라톤 선두를 보낸다.
주 능선의 410봉으로 올라 편도 1.1km 떨어진 소요산은 포기하고 상백운대에서 덕일봉(537.1m)으로 꺾어져 쉬다가 물을 청하는 마라톤 참가자들에게 페트병에 넣은 고량주를 건네는 헤프닝도 벌인다.
이정표를 확인하면서도 능선을 놓치고 온갖 꽃들이 환하게 피어있는 임도를 갈게 휘돌아 말턱고개로 내려가 봄빛 충만한 약수터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라면을 끓여 점심을 먹고 쉬다가 일어난다.
막걸리를 보충 하려고 면사무소로 내려가다 돌아와 초성교를 건너서 왼쪽 능선으로 붙어 가느다란 밧줄들이 매어져 있는 깔끄막을 미끄러지며 올라가다 길을 놓치고 힘겹게 마차산 주능선으로 붙어 아침에 공주봉에서 출발한 아사비님과 토요일님을 만난다.
오랜만에 베니와 함께 걸으며 두릅 순을 따고 달림이들을 추월하기도 보내기도 하며 지겨운 임도를 한동안 타고 쉽게 정상을 내어주지 않는 마차산(x588.4m) 데크에 올라 미세먼지에 가린 동두천을 바라보며 남은 막걸리를 벌컥이고 아직 9km 넘게 남아있는 동광교로 향한다.
늦은고개 임도를 건너고 웬지 한쪽 어깨에 밀려오는 날카로운 통증을 참아가며 이정표들이 줄줄이 서 있는, 완만하게 이어지는 능선 길을 지겹도록 걸어 펜션 촌을 지나서 동광교로 내려가 힘들게만 느껴졌던 6산 종주를 끝낸다.
첫댓글 그럼 산악마라톤 선수가
그독한 술을 물인줄알고 마셨겠네요.
하기사 술빨덕에 우승했을수도..ㅎ
짧지 않은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완주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ㅎㅎ 벌컥 뱉어내는데 미안하더라고...
@킬문 그사람 역시
평생잊지못할 추억이겠어요.ㅎㅎ
그분이 동두천 사는 이였으면
누군지 알아 볼수있는데..ㅋ
그저 감탄합니다.
지구력.체력.의지력...
대한민국 1%들 이십니다.
타에 추종을 허락치 않습니다.
이제는 힘 다 빠졌습니다.^^
덕분에 잘 감상하고 있습니다.힘든 동두천 6산 종주를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천등지맥은 잘 다녀오셨지요?
@킬문 네
졸음이 큰 적이더라구요 잠몬자니 지금도 졸려여ㅠ
그때지두 체럭보다는
졸음때문에..ㅠ
끝나자마자 집으로가
대충씻고 바로 곯아떨어졌어요^^
수요일 목요일 뭔 일들이 있어서 4시간씩 밖에 못 잤더니 죽겠더군요...
@라이미
깡.
다.
구.
강화나 오섰으면 좋았을텐데요...아줌마들이 엄청 왔어요. 꽃들은 사방에 피고...
예전에는 날으는 중늙은이들 지금은 날으는 영감들ㅋㅋ
ㅉㅉㅉ 맴매 맞을소리~
한창때분들한테
영감님이라니..
긴 거리, 야간산행까지~~ 정신력과 체력이 부럽씀다^^
잘 지내시지요? 올해는 산에서 한번 뵙시다.
@킬문 넵~
대단하십니다
아직도 이런 걸 하신다니
야등 한번 나가야지...
@킬문 정신줄이 나갔죠ㅋ
손주나 볼 나이에
강남 11산이나 함 가시지요...
꽃이 칼라풀하네요. 빨강,노랑, 흰색~ 봄의 특권입니다.
근디 밤새 걸으시니 제가 다 졸려워집니다. 대단 대단~ ㅋㅋ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제일 좋은 절기입니다.
시간이 걸리는군요...그래도 이렇게 밤새산행으로 21시간이상 산행을 하셨으니 대단한 체력과
열정이십니다...무사
ㅎㅎ 왕방산은 산초스님 나와바리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