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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오산 이야기(9)
청학동에서 황새포까지
이 원 규
화성시 동탄면 금곡리와 경계를 이루는 금오산 아래로 오산천을 가로지르는 금오대교가 있다. 동탄면 장지리 저수지로부터 송리교와 경부고속도로를 뚫고 오동교를 거쳐 흘러들어오는 물은 오산천은 포근하게 받아들인다. 천주교 은계성당과 투마트, 중앙순복음교회, 오산시문화예술회관 등 큼직한 건물들이 오산천을 타고 있다. 남쪽으로는 운암아파트단지가 조성되었고 그 한가운데에 오산시청이 아파트 숲에 들어앉아있다. 시청 옆으로 뚫린 동부우회도로를 따라 1단지에서 7단지까지의 아파트와 경부고속도로 주변의 태영아파트와 우방, 동부, 도아, 청구아파트 등이 대규모로 빽빽하게 밀집되어 있다.
현대 1차아파트 앞 제15배수문 아래 오산천에는 비스듬하게 돌을 깔아놓은 배수로가 있다. 양쪽으로 물고기들이 올라갈 수 있는 어도도 있다. 갈대와 야생초들이 가득한 오산천에는 왜가리 떼가 물 위를 걷고 있다.
서해횟집과 은계현대아파트 101동과 리버빌아파트 101동 사이에 은계대교가 있다. 건너편으로 오산시 문화예술회관과 여성회관, 종합운동장, 시민회관, 보건소 등이 오산천변으로 나란히 있다.
시민회관 앞 오산천에는 포크레인들이 자연하천정비를 위해 정비작업을 하고 있다. 신장빗물펌프장과 오산침례교회 앞으로는 인라인스케이트장도 있다. 건장한 한 사람이 헬멧을 쓰고 빙빙 돌고 있다. 한참동안 둔치에 앉아서 그 모습을 보았는데, 헬멧을 벗은 그는 70대의 할아버지였다. 요즘 노인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과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필자도 요즘 산을 타고 길을 걸으면서 뱃살도 빠지고 체중도 줄어들었다. 얼굴색이 검어지고 마르다보니 겉보기는 안 좋지만 몸이 가볍고 건강에 자신감이 생기게 되었다.
오산천 상류 은계동에서 하류 탑동 앞 남부대교까지 약 4.6km는 양쪽으로 자전거도로와 산책로를 만들고 있다. 경보, 조깅, 뒤로걷기와 자전거 주행 등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자연적으로 자라는 야생초와 인공적으로 공사한 돌, 콘크리트, 아스콘, 블록 등이 부조화를 이루고 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서로 조화롭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10월 마지막 날에 우리는 이번에는 유치원부터 어른까지 50여 명을 데리고 오산시민연대와 함께‘오산천, 맑은 물결 우리들의 꿈’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산천 청소를 하였다. 보통 때는 느끼지 못하고 지나다녔는데 막상 청소를 하고 보니 쓰레기가 무척 많았다. 꼭 이렇게 청소를 해야만 오산천이 맑아질 수 있는 것일까?
재래시장 건너편 오산대교 옆에는 수정교회가 있다. 그 옆으로 안국빌라, 강변빌라 등이 궐동천을 따라 궐동지하도까지 연결되어 있다. 강변빌라 모서리 제7배수문 옆에 커다란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다. 조그만 정자에 앉아 정담을 나누는 노인들은‘예전처럼 잔디밭이 있을 때가 더 좋던데, 무슨 돈이 많아 저 난리를 피우냐’며 불평 아닌 푸념을 늘어놓는다. 조감도라도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두면 이해를 도울 수 있겠지만, 자연하천을 인공적으로 만드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단다.
궐동천과 수청천이 오산천으로 들어오는 철교 아래 다리를 건넌다. 성도교회 앞에 제6배수문이 있다. 맞은편으로 모텔피아노와 금성빌라가 경부여들목길 아래로, 성은교회, 정우빌라, 백조목욕탕, 새물터, 정아빌라 등이 둑길을 타고 오안교까지 이어진다.
남촌동사무소가 있는 청학봉 동쪽 기슭으로는 오산시립도서관과 소방서가 있다. 하영교회 양쪽으로 청학볼링장과 일송정곰탕집 등이 있다. 그 앞 오산천에 인공섬이 조성되어 있다. 재두루비 한 마리가 목을 길게 뽑고 두리번거리고 있다.
청학동도 현재 골프연습장을 짓고 있는 한일농원 정문 앞에서부터 남촌오거리까지는 서서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벌써부터 우시장이 있던 웅어굴 골짜기에는 오산침례교회가 들어섰고, 몇 해 전부터 다국적 기업으로 전환된 쌍용제지(P&G)도 다른 곳으로 이전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오산성당은 40년 동안 그 자리에 우뚝 버티고 있다. 이미 투마트 옆 은계동과 갈곶동 우림아파트 앞에도 신설 성당이 있다. 성당의 안쪽으로 쌍용맨션, 수성빌라, 금성빌라, 청학빌라 등이 궐동 신시가지 오산대 골프연습장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쌍용제지를 지나고 대호밭으로 넘어가는 학현고개에는 오산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가 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현재의 학교 부지의 산에서 황토를 퍼왔다. 당시 집의 벽은 옥수숫대와 싸리나무 등을 엮은 위에 황토를 발랐기 때문이다. 또한 배추모종을 키울 때도 황토는 요긴하게 이용되었다. 그러나 그곳은 문둥이가 있다는 등 헛소문이 떠돌고 위쪽으로 공동묘지가 있어 무섭기도 했던 골짜기였다. 오산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정문을 지나면 남촌오거리 왼쪽으로는 크고 작은 상점들이 즐비하다.
오안교 앞에 오산중앙교회가 있고 학교 쪽으로 오산성광교회와 청학목욕탕과 청학노인회관이 있고, 계속 북쪽으로는 재경빌라, 정문빌라 등이 둑길 아래로 오산대학 정문까지 늘어서있다. 후문 쪽으로는 대학반점, 훼밀리음식백화점이 있고 여호와의 증인의 왕국회관도 오산여자정보산업고등학교 뒤편 산 아래에 있다.
청학동은 초등학교 빼고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까지 골고루 있는 그야말로 오산시의 교육의 중심지이다. 또한 오산시립도서관과 남촌동사무소, 소방서가 있다. 오산대학은 최근 3년 연속 공학계열 우수대학으로 선정되어 2004년에는 자동차 개발인력 분야 특성화 사업 자금을 교육부로부터 51억원을 지급받았다. 오산고등학교도 경기도 좋은 학교 만들기 대상학교로 선정되어 22억 7천만원의 지원을 받았고, 요즘 인기 있는 KBS 1TV 도전 골든벨도 오산시민체육관에서 10월 18일 진행되었다.
시립도서관에서는 도서대여와 열람 외에도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필자와 가깝게 지내는 닐스영어 고일영 원장은 연극 활동에도 열성이다. 특히 어린이들의 영어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지난여름 <사운드오브뮤직> 공연에는 관객들이 도서관 강당을 가득 메웠다. 이번 10월 9일과 10일에는 <헨젤과 그레텔>을 공연한다.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영어연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회화를 하는 모습들이 귀엽고 앙증스럽다.
남촌동사무소의 약수터는 물맛이 좋기로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물을 길러가고 있다. 오산대 정문 건너편 둑길은 양쪽으로 2000년 10월부터 벚나무 산책길과 발바닥 지압효과가 있을 몽돌길도 있어 세느강이라고 일컫는 오산천을 보며 걷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요즘 자연하천으로 정비한다고 오산천은 근 1년간을 파헤쳐놓았다. 총공사비 222억 5천 9백 5십만원을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발주 받아 내년(2005년) 10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오늘도 포크레인은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하천이 복구되는 속도가 지지부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 혼자만의 지나친 욕심은 아닐 것이다. 누구나 어린시절 맑고 깨끗한 오산천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때가 그립기 때문이다.
오산철교 아래에는 낮은 다리인 수월교라는 잠수교가 놓여있다. 지금도 그 다리를 이용하여 학생들이 등하교를 한다. 건너편 백조목욕탕 길로 아래로 내려가면 하얀색‘새물터’라는 하얀색 건물이 필자의 고향집이다. 그곳 그 번지에서 선친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살고 있다.
오산대 정문 앞 오산천 둔치에는 돌층계가 넓게 꾸며져 있다. 방과 후 그곳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도 보인다.
남촌동 오거리 아래로 오안교가 있다. 청학동에서 내려오는 배수문 아래 오산천에 낚싯대가 여럿 보인다. 커다란 붕어도 낚아채고 있다. 제법 큰 것들도 잡힌다고 한다. 끓여먹느냐는 필자의 물음에 일단 잡아서 살림그물에 넣었다가 낚시가 끝나면 다시 풀어준다고 한다. 살림그물을 뒤엎어 물고기들을 방생할 때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덧붙인다.
오산천이 요즘은 오염이 심하여 손을 씻지도 못하지만 필자가 어렸던 시절에는 그 물에서 미역을 감고 모래무지, 피라미, 붕어, 버들치 등을 잡기도 하였다. 요즘 자연하천으로 공사 중에 있으니 언젠가는 깨끗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오안교 우측으로는 누읍동 공단이다. 좌측은 계성제지를 비롯하여 오산시환경사업소, 오물처리사업소, 환경위생사업소, 공공 재활용 적환장 등이 뚝방길을 따라 황새포까지 이어진다.
오산시환경사업소에는 환경공원이 조성되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개방되고 있다. 테니스연습장, 산책로, 잔디밭과 다양한 수목들이 말끔하다. 분수대와 다리, 정자와 무대 등도 꾸며져 있어 어린이들의 소풍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오늘도‘수채화어린이집’어린이들 40여 명이 현장학습을 나와 정자와 바닥, 벤치 등에서 조그만 손에 크레파스와 연필을 쥐고 무엇인가 그리고 있는 표정들이 귀엽기만 하다.
2000년 12월에 개소한 환경사업소는 2001년 하수처리시설과 2002년 분뇨처리시설까지 준공하였다. 현재 동탄 신도시와 새로운 공단과 주택 등이 날로 확장되고 있어 제2하수종말처리장과 세마하수종말처리장 공사를 추진 중에 있다. 하수와 분뇨의 처리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빨래, 설거지 개숫물, 목욕물 등의 생활 하수와 직장 등에서 유입되는 산업 폐수등에는 먼지. 나무조각, 비닐, 종이류까지 함께 모두 환경사업소의 침사지로 들어온다. 침사지에서 2, 3시간 동안 천천히 흘러보내며 그것들을 걸러내거나 모래 등을 제거한 후 최초 침전지로 보내 고형물질은 침전시키고 침전된 슬러지는 수집기로 긁어모아 펌프를 이용하여 저류조로 보낸다. 그런 후 상등수는 포기조로 보내어 하수의 오염원을 먹이로 하는 미생물을 증식시켜 약 8시간 동안 유기물을 분해제거 시킨 후 처리수를 최종침전지로 보낸다. 포기조 미생물에 의해 생성된 슬러지를 3 , 4시간의 체류시간을 통해 침전시키고 침전된 슬러지는 수집기로 긁어모아 포기조로 반송 또는 저류조로 이송하며 최종 처리된 상등수는 방류하거나 처리장 내 용수로 재사용하기도 한다. 침사지 → 분배조 → 최초 침전지 → 포기조 → 최종 침전지 → 방류의 작업과정을 거치고 또 그 과정에서 나오는 슬러지는 탈수와 소독을 하여 먼 바다에 침전시킨다. 분뇨도 하수처리와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데 소요되는 자금과 인력도 엄청나다. 예를 들면 커피 한 잔을 제대로 정화시키는데 욕조로 6통의 물이 소요된다고 한다. 요구르트는 13통, 라면 국물은 7통, 소주는 욕조 30통의 물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혐오시설로만 느끼고 있는 환경사업소가 이처럼 어렵고도 힘든 정화과정을 거쳐서 하천으로 방류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아까운 줄 우리가 함부로 쓰는 물의 문제는 이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환경사업소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쓰레기 소각장을 지나 갈곶육교 앞에서 잠시 오산시내를 바라보았다. 철길 너머로 캐리어 LG와 경오자동차 정비소, 제일교회가 보인다. 갈곶동 쪽으로는 청구, 동아, 동부아파트 등이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갈곶육교는 폐기물처리장 앞에서 뇌머리산에 걸쳐있다. 육교 밑에는 테니스 코트장도 마련되어 있으나 주변이 정리되지 않아서인지 어지럽다. 뇌머리산에는 우방아파트와 오산장로교회 교육관, 혜명유치원 등이 밑에서부터 위에까지 꽉 누르고 있는 기분이다. 다행히 철길 쪽으로 남은 배 과수원이 그나마 예전의 산의 모습으로 조금 남아있을 따름이다.
원동초등학교 곁으로 곧게 뻗은 비탈진 도로를 내려와 1번 국도에서 남쪽 갈곶동 고갯길을 넘는다.‘숲바께길’이라는 도로명 표지판이 있는 길이다. 언제 숲이 있었던가 잠시 착각에 빠져든다.
여행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자 변화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여행을 하면서 자연과 사회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되므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사회의 모든 것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달리 변명할 마땅한 명분이 없구나
남들은 쉽게 잘도 빠져 나가는데
우리네 발걸음은
왜 이리 더디고 자주 막히는가
계속 따라붙는 그림자
네가 정말 수상하다
도처에 도사리고 있는
그대들의 함정
뭔가 심상찮은 조짐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막힌 구멍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노란 바탕에 빨간 글씨가
그래도 살아 있구나.
이원규 시 <이제는 이쯤에서 포기하고 싶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그 인라인장에 아저씨 저 알아요... 그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저도 그 아저씨께 배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