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자연은 예~술이었다.
날씨: 구름 낀 흐린 날씨다.
아침 산책-아침 식사-아침 열기-첨찰산 오르기-휴식-저녁 식사-하루생활글 쓰기-마침회-밤탐험(밤놀이)
아뿔싸! 오늘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상미 선생님과 함께 충무김밥을 싸기로 했는데, 일어나 보니 벌써 아침 식사 시간이다. 내려가 보니 벌써 상미 선생님과 아이들이 충무김밥을 다 싸셨다. 원래 아침잠이 좀 많은 편인데, 이제 맑은샘학교에서도 잠꾸러기로 이름을 날릴까 걱정이다. 대신 오늘 하루 산 오르며 제 역할을 해 보자! 다짐하며 산책을 나선다. 가다보니 길에 누가 쓰러져 있다. 깜짝 놀라 달려가 보니, 한주가 배를 잡고 쓰러져 있다. 알고 보니, 배가 너무 고파서 누워있었단다. 아...... 너무 놀라서 나도 배가 고파졌다. 옆에 함께 가던 강산이도 배가 너무 고파 못 걷겠다 해서 한주를 일으켜 다시 잠집으로 돌아가 일찍 밥 먹을 채비를 했다. 산책을 다녀온 지안(이)이가 식당에 들어오면서 진돗개를 만졌다고 자랑을 한다. 첫째날에 진돗개를 처음 봤을 때는 짖는 소리에도 울음을 터뜨렸는데, 지안이 장하다. “벌써 지안이랑 모뭉이는 친구가 됐네.”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야기해 주었다.
산 오르기 하는 날인데 아픈 아이들이 많다. 성범이, 윤태는 속이 안 좋다고 하고 서연이와 지후는 감기가 가시질 않고 있다. 선생님들이 아픈 아이들을 위해 죽을 끓여 주셨다. 몸이 안 좋은 아이들은 산에 가긴 무리라고 판단해서 오늘 하루는 허리 상태가 좋지 않으신 송순옥 선생님과 함께 잠집에서 쉬기로 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오늘 하루 푹 쉬고 몸이 나아지길!
오늘 아침 열기는 한별 선생님이 이끔이이다. 생기발랄한 목소리로 분위기를 만들어 주신다. 오늘 가는 산이 무슨 산인지 물으니 규태가 ‘찹쌀산’이라고 대답해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험하지는 않지만 깔딱고개가 있고, 깔딱고개만 넘으면 진도를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첨찰산. 벌써부터 꼭대기에 올라 바라볼 남해 바다가 기대된다.
차를 타고 첨찰산에 도착해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은이도 한별 선생님과 함께 신나게 산을 오른다. 초입에 집이 한 채 있는데 아이들이 허진심 할머니댁이라고 알려준다. 허진심 할머니는 지난 번 자연 속 학교에 왔을 때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챙겨주신 고마우신 분이라고 한다. 이렇게 또 인연을 만들수도 있구나 싶었다. 진심 할머니는 이번에도 아이들을 반가워하시며 아이들이 보낸 편지를 잘 읽어보았노라며 동네 분들게 자랑하셨다고 뿌듯해 하신다. 낮에 장에 다녀와야 해서 라면도 못 끓여 주겠다며 울금 캔디를 한가득 챙겨주셨다. 그 마음이 참 고맙다.
자연 속 학교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초코파이와 초코바를 하나씩 챙겨 본격적으로 산을 오른다. 나는 뒷쪽에서 단희와 함께 산에 올랐다. 자연 속 학교에 와서 푸른샘 여자 아이들, 특히 단희와 많이 가까워졌다. 자연 속 학교 와서 한 마디 건네는 것도 수줍어하던 단희가 산 오르기를 하면서 가족 이야기. 친구 이야기를 재잘재잘 하는 것을 보니 단희도 자연 속 학교가 많이 편해졌구나, 싶었다.
깔딱고개를 넘어 드디어 꼭대기에 도착!!! 차로 먼저 올라와 계셨던 부모님들이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반겨 주신다. 그리고 먹는 진짜 꿀맛 같았던 점심! 진도 바다와 논밭,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꼭대기에서 먹는 김밥의 맛은 평생 처음 맛보는, 잊지 못할 그런 맛이었다. 예준이는 어찌 챙겼는지 피리를 꺼내 한 곡을 멋지게 연주한다. (아마 예준이는 첨찰산에서 피리를 연주한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일 것이다. ^^) 그리곤, 저마다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명상을 하고, 시를 쓴다. 온 자연이 나와 만나고, 내가 온 자연과 맞닿아 있는 기분. 아, 이 맛에 산에 오르는 거구나. 예술이다.
사진을 한 장 박고 산을 내려간다. 깔딱고개를 힘들게 오르느라 애를 많이 쓴 지은이는 조금 힘들었는지 차를 타고 내려가겠단다. 아쉬웠지만 지은이를 보내고 예준, 시우, 원서, 민규, 민지와 함께 뒤쪽에서 함께 내려갔다. 내려올 때는 다른 길로 왔는데 붉은 동백꽃이 핀 동백숲길이었다. 중간중간 작은 폭포도 있어 아이들과 물소리를 즐기며 내려왔다.
차를 타러 걸어가는 길에 가게 앞에 진돗개 새끼가 몇 마리 있었는데, 아이들은 피곤하지도 않은지 이내 달려가 구경을 한다. 멀리서 쳐다만 보던 본준이가 드디어, 진돗개를 쓰다듬고는 “진돗개 만졌다! 목표 달성!” 하며 소리를 친다. 본준이는 정말 이번 자연 속 학교 목표 달성이다.
잠집으로 돌아오니 몸이 안 좋던 아이들이 많이들 좋아진 모습이다. 오늘도 단희와 함께 씻고 여자 아이들과 함께 하루생활글을 쓰고 후라이팬 놀이 게임을 했다. 자연 속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게임을 배우고 익히는 것도 하나의 공부가 되는 것 같다. 특히, 푸른샘 아이들의 369 게임 실력이 많이 늘었다. 369 게임은 재미있기도 하지만 수를 익히고 규칙 찾기 따위의 공부도 되니까 두 마리 토끼 잡기다. 나도 게임을 잘 못하는 편인데 이제 곧 게임의 고수가 될 것만 같은 기분! 오예!
저녁밥을 맛나게 먹고 청소를 한 뒤 마침회에서 첨찰산 다녀온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곤 잠을 자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아이들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밤탐험날이다! 어두껌껌한 운동장에서 숨바꼭질과 수건 돌리기를 했는데 처음엔 조금 무서워하던 낮은샘 아이들도 곧 어두운 환경에 적응해서 어디 숨었는지도 모르게 잘 숨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무서운 적응력이다.
오늘도 한별 선생님이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재웠다. 오늘은 무엇보다 첨찰산 산 오르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맑은샘학교 겪어보기를 관악산 산오르기 날 했었는데, 그 때 꼭대기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고 명상을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산 오르기를 하며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좋다. 이번 첨찰산 산 오르기는 우리가 진정 진도의 ‘자연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역시, 자연은 예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