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동호인들을 보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은 근본적으로 성실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조급한 사람들은 “기록단축이 쉽게 안 된다”거나 “몸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분들을 위해 삼성전자 소속의 한 선수를 소개하고 싶다.
2002년 삼성전자 육상단에 입단한 이명승이 있다. 대학 4학년 때 풀코스 기록이 2시간19분대로 평범한 선수였다. 대학랭킹도 10위권 언저리였고 자세도 고칠 게 많아 처음 스카우트한 후 “왜 데리고 왔느냐”는 쓴소리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이명승은 너무도 성실했다. 실업 3년째인 지금까지 한 번도 훈련을 게을리한 적 없고 코치의 지도도 잘 따른다. 스피드가 나지 않는 구식 쇼트피치 주법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고쳐졌다. 소리 없이 훈련에만 전념하던 이명승은 지난해 경부역전 최우수선수, 하프마라톤 국내 2위, 풀코스 2시간13분대를 차례로 달성하며 최고의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정말이지 자질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지만 성실성 하나로 해낸 경우다.
이명승뿐 아니라 이봉주도 성실성 하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친구인 황영조에 비해 타고난 자질은 뒤지지만 오랜 세월 자신을 가다듬은 끝에 한국최고기록, 보스턴마라톤 우승,아시안게임 2연패 등 황영조의 업적을 뛰어넘었다.
훈련을 하다보면 힘들 때도 있고 생각보다 몸이 가벼운 날도 있다. 심지어 한 번의 레이스를 하면서도 굴곡이 있기도 하다. 육상 원로들은 이런 점에서 마라톤과 인생살이가 비슷하다고들 한다.
벌써 3월 초다. 혹시라도 연초에 한 ‘마라톤 결심’이 퇴색한 사람은 없을까. ‘마라톤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성실이다.’ 이명승의 비와코 마라톤 출전을 위해 함께 움직이면서 이 점을 새삼 강조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