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토)와는 다르게 하늘빛은 비라도 내릴
것처럼 온통 옅은 잿빛으로 변했다.
나는 지금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는
양주시 장흥면으로 가는 중이다. 일영역에서
조금 떨어진 횟집에서 2시에 선배와의 약속
이 있기 때문이다. 한적한 길가에 위치한
고바우 송어.매운탕이라 씌인 간판이 보이고
미리 도착한 선배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손을 흔든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니 방엔 이미 술상이
차려져 있다. 소주와 막걸리를 주문하니
잠시 후에 송어회가 상 위에 놓여진다.
껍질이 벗겨져 붉은 속살을 드러낸 회가
먹음직스럽다. 회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재작년 영월에서 맛을 본 후 오랜만이기에
젓가락에 손이 자주 간다. 낮술이지만 잘
넘어가는 소주의 향이 코에 잠시 머물다가
혀를 감돌고 목을 짜릿하게 한다.
선배는 겨드랑이 아래에 생겼던 대상포진의
흔적을 구태여 내보이며 이젠 술 마셔도
별다른 문제 없을 거라며 커다란 막걸리병
을 반쯤 비우고 있다.
어느 정도 포만감을 느낄 즈음에 처음 보는
선배 친구가 도착하고 소주 한 병을 주문
한다. 금융계통에서 일 하다가 몇 해 전에
퇴직 했기에 대화의 초점은 자연스레 주식
시장으로 향한다. 안개정국과도 같은 정치
불안은 경제의 위기로 이어지기에 보유주식
이 있다면 빨리 처분하고 내년엔 주식하면
안 될 때임을 자신감 있게 말한다.
듣는 둥 마는 둥 하기엔 너무 가까운 거리라
화제를 바꾸기 만을 기다릴 수밖에..
흡연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와서 건물 뒤쪽
으로 간다. 마당에 곱게 핀 꽃들이 시선을
붙잡는다. 궁금한 꽃에 카메라를 맞추고 찍어
본다. 꽃잎이 서로 엉겨붙은 듯한 붉은 꽃은
맨드라미일 확율이 96%로 나타난다.
요즘 자주 보게 되는 백일홍 꽃잎 가운데에
노랗게 돋아난 또 하나의 꽃처럼 보이는 건
무언지 모르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오묘하다.
몽당 숟가락으로 잠근 사립문을 열고 나온
논에선 아직은 시퍼런 벼가 자라고 논두렁엔
콩잎들 사이로 보랏빛 머금은 콩꽃이 피었다
매미소리 잠잠해진 숲에서 풀벌레 소리가
조용히 귓전을 맴돈다. 울었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듯하지만, 소리가 때론 작게 크게
다르게 들리는 것을 보면 소리 내는 풀벌레
의 종류도 다양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소리 나는 곳으로 걸음을 옮겨 살펴보지만
풀벌레는 보이지 않는다. 풀잎이 모두 떨어
지면 저 소리 대신 바람소리가 빈 들녘을
채우려나..
4시쯤, 선배가 걸려온 전화를 받으며 이곳
위치를 설명하는 것을 보니 누군가가 곧
도착함을 알게 된다. 얼마 후 문이 열리고
처음 보게 되는 남녀가 들어오며 인사를
한다. 권하는 자리에 앉자 마자 부부 동반의
이유를 설명한다. 후배의 아내는 술자리
분위기에 어색함을 드러내지 않고 꽤 적극
이다. 현 정치에 대한 견해를 밝힘에 거리낌
이 없어 보인다. 후배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서라도 이럴 땐 적절한 맞장구를 치는 것이
좋다. 자주 짓는 미소는 나름대로 만족하고
있다란 것을 보여주려는 것일까..젊었을
때엔 미인이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을 같은
외모다.
우리는 이러한 만남 속에서 이렇게 살아가며
평범한 대화 속에서 작은 기쁨을 누린다.
술병은 늘어나고 취흥이 돋는다. 고담준론이
필요치 않다. 가벼운 갑론을박은 내 생각과
다름을 받아들임으로써 조금은 발전적이다
하나 둘씩 따로 모여든 술자리가 길어지지만
우리 외엔 더 이상의 손님들이 없기에 좀더
편하게 머물 수 있다.
6시를 조금 넘어설 때 자리에서 일어난다.
후배의 아내가 운전하는 차에 모두 동승하여
서울시로 진입한다. 셋이 한 곳에 내리자
부부는 약간의 아쉬움 담긴 인삿말을 하고선
집 방향으로 핸들을 꺽는다.
셋의 술자리는 실내포장마차로 이어진다.
멍게를 주문하니 게장과 함께 썰은 복숭아
도 내놓는다. 가끔씩 중언부언이 섞이고
술맛에 무미를 느낄 때 다음에 또 만나기로
하며 헤어진다. 앞날에 대한 설계는 늘 빛
바랜 청사진 속에 머물고 아직도 착공시점을
알 수 없다.
10시쯤 성산대교를 건너며 차창 밖을 본다.
강물은 어둠에 잠겼고 올림픽대로의 불빛
은 멀리로 희미하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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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날인 지난 토요일엔 매봉산
자락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선다.
월드컵 경기장 지붕 위로 흰구름이 두둥실
떠 있다. 아직도 햇살은 강하지만 습도가
높지 않아 발걸음은 가볍다. 단체를 이뤄
걷는 길이지만, 60쥐방 벗들과 함께하기에
조금은 덜 어색하다. 걷노라니 선.후배님과
나이는 다르지만 이질감 아닌 동질감을 더
느끼게 된다.
문화비축기지가 있는 매봉산을 내려온 후
난지공원에서의 휴식은 벗들이 가져온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기에 분위기가 더 좋게
느껴진 건지~ㅎㅎ
박정희대통령기념 도서관 앞에 섰을 때의
기분은 글로써 이곳에 드러내기에 적절치
않다. 건물 안으로 들어섰을 때엔 묘한 감정
이 과거 속에서 머물게 한다. 아마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밴 공간이기에 그러
했으리라~
야트막한 상암산에 올라 휴식을 취하며 듣게
된 어떤 선배님의 노래가 기분을 좋게 한다.
금강산식당에 함께 모여 먹는 점심도 맛있다
1시간 후쯤 식당에서 나온 쥐띠 5명이 디지탈
미디어시티 역을 향해 걷는다. 그 중 한 분은
띠동갑 선배님이다.
선약이 있는 봄비사랑은 먼저 가고, 60쥐띠
셋은 역 가까이에 있는 커피숍에서 1시간쯤
머물다가 서로 제 갈 길로 간다..
첫댓글 친구님 글은
언제나 현장감을 주는 글
너무 좋아..'난
긴 글쓰기가 참 어렵고 함드는데
회자정리 친구도
책한편 내야 겠다..
회자정리 친구 덕분에
우리 쥐방이 업되는 것 같구나
고마와
오늘도 굿밤...ㅎㅎ
과잉칭찬은 때론 나의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음이요 부자연스러운 어깨 으쓱으쓱
~~ 우쭐거리다가 넘어지면 그런 개망신
엄따고라 ㅋㅋ 저 글을 한 문장으로 개조
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고 하넹 ㅣ난, 별로
가고 싶지 않은 맘이었는데 소수 정예멤버
가 빠지면 안 되니까 택시 타고서라도 오면
왕복 택시비 줄거라잖우 ㅋ송어회 대접
하겠단 말에 속으론 울루랄라 하면서 달려
갔지롱~~ 술자리 일찍 끝나면 일영유원지
쪽으로 한바뀌 걷고 싶었는데 그 맘 알 리
없는 사람들이 어중간히 나타나니 술판이
길어졌다넹.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셔라^
글잘쓰는 친구들
수필한편읽었네 어쩜표현도
난 글잘읽는사람
굿모닝 친구들 오늘도 좋은날같이~
그리미야 꿀모닝 ~~
목단꽃은 어디로 가면 볼 수 있단강~
내가 어디선가 봤었어도 관심이
적어서 못 보고 지나쳤을 수도
있겠고.. 연변인가 어딘가에 목단
강이 있던데 그곳에 피었을라나~
목단꽃 님 오동통한 발목을 물었던
산모기는 지금쯤 살이 통통 올라
월드컵 경기장 위를 수시로 비행
중일 텐데.. ㅎㅎ님껜 위로차원에서
콩꽃을 헌화하노라~~
콩 익으면 나눠 먹읍세^^
@회자정리 목단꽃은 이른 봄에 피는꽃
꽃 송이가 크고 예쁜데 향기가 없는게 흠
@봄비사랑 목단꽃에 대한 검색을 다시 한번 해봐야
목단꽃 님도 설마 향기 없진 않지라 ㅋㅋ
산모기가 좋아하긴 혀^ ㅋ진피향인지
계피향인지 내가 직접 맡아 볼 순 엄꼬~
@회자정리 벌레들은 계피향 싫어한다
소주에 계피 넣어 숙성시켜서 집에
뿌리면 잡벌레들이 안생김
집안에 계피향도 풍기고
일석이조
@봄비사랑 오키~ 좋은 정보로 접수했음.
그깟 송어회 한 번 쏘지용^ㅎㅎ
소주 좋아하잖우^
일욜 내가 갔던 곳도 좋지만 너무 멀고..
시간 맞추면 어디선들 못 먹으랴
이왕이면 운치 좋은 곳에서 벗들과
함께 자리 잡읍세~ 주변도 같이 걸으며.
함께하지 않아도 함께한듯~
섬세한 느낌들이
참으로 좋은~~
아침입니다.
60쥐방의 회자정리 친구는
후기의 달인인듯 싶어요
앞으로도
좋은글 많이 보여주세요
파크골프계를 평정할 날이 머지 않은
듯. 실력이 일취월장 중이란 풍문이
벌써 회자 되니 서림 님이 안산파크
장을 쥐락펴락 하는 시점에 난, 볼보이
로 님을 따르리~ 아무쪼록
파크골프가 님의 취미가 되어 운동도
걷는 것도 별로 안 좋아 한다란 소리
만은 하진 하진 마쓩 ㅎㅎ얼굴도
예쁜데 몸매까지 더 예쁘졌다고
날 외면치만 마셔라^ 먼 훗날이겠
지만.. ㅋㅋ 오늘도 고운 목소리로
상담 중일래라 좋은 하루 되셔라^
콩가루랑 야채 잔뜩 넣고 무친
송어회는 임진강 주변과
내 고향 이천의 별미인데~~
회자정리 친구의 글을 보면서
잊고 있던 송어회 무침 생각에
먹고싶단 간절함이 생긴다
선.후배의 즐거운 자리로
회자정리의 추억의 페이지는 채워지고
내가 현장의 있는듯한 현실감에
나도 얼큰히 취해간다
아 콩가루~ 집안할 때 그 콩가루가
상에 왜 놓였는지 잘 몰랐시용 ㅎ
선배가 그걸 야채랑 비비라기에
송어 안 넣고 비벼 먹긴 했다용~
임진강 주변 음식점에서 송어회
간판 본 적 있음. 이천이 고향
이라면 도자기에 대해서도
꽤 알겠고.. 여주 신륵사 앞을
흐르는 여강의 운치도 맛 봤을
테지요. 수고 많은 봄비사랑
님께 무지개 송어회 한접시
진상합니당~~ 군침 돌면
말씀주시요 임진강 바닥을
뒤져서라도^웬 황복이 잡히눙
복어회도 맛있겠지요~좋은
하루 되셔라^
@회자정리 콩가루~ㅋㅋ요기 보이네
이천군 백사면 현방리가
고향이라 했던 친구가 문득
떠오름. 워낙 악필 이어서
나보고 원서대필 해달라
했었음 ㅋ
한땐 절친 이었음. 최근 몇
년간 못 만나다가 올해 들어
고등동기모임 경복궁 근처에서
했을 때 만났음이요. 자주
만나기로 했음이요. 만남의
신선도 유지 잘 하면 사는 게
맛 좋을래나..오늘도 퐛팅^!^
@회자정리 여보셔요 회자정리 친구님아~^
사진말고 실물의 송어회를
보내 주셔라
소주랑 함께 맛나게 먹어줄테니~~ㅎ
@봄비사랑 연안부두 쪽 어떠하요~~
위에서 언급했지만 쥐벗들과 함께
식탐에 한번 빠져보는 것도 좋겠지용ㅎ
봄비대장님이 언제쯤이 좋을지 구상해
보셔라~
@회자정리 회자정리야 나도 낑가주셈...ㅎ
@그리미 그리미 님아
쥐벗들 함께 모이는 날에 먹읍시다요^.^
@회자정리 연안부두 쪽 번개에 한표 꾹 ~~
@서림 서림 님은 좀 엉뚱한 구석도 있으시다!
아무런 것도 정해진 것 없는데용^^ ㅋㅋ
당차게 연안부두 쪽 번개에 한표 꾹!
봄비대장요~~서림 님 제안 적극참조
하셔라^^ ㅋㅋ
많게는 이백여명남짓
눈으로읽고보는 카페니만큼
참 잘하네 글도참잘쓰고
댓글도 답글도 참이쁘다
몇년동안 손에든슴폰에젖었는데
카페만의 신비스럼이 있구나 ~~
측천무후와 모란(목단꽃)에 얽힌 얘기
재밌던데 시간 날 때 검색하여 읽어 보셔
목단꽃 님아 내일도 기분 좋은 하루 되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