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 주공7단지 재건축조합이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했습니다. 관리처분은 재건축 사업의 막바지 단계로, 조합원의 권리가액(기존 아파트의 가격)이나 추가분담금(새 아파트에 입주할 때 추가로 내는 돈)이 확정됩니다.
그런데 7단지는 아직 시공사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가계약을 한 업체(롯데건설)가 있지만 본계약이 체결되기 전입니다. 지분제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인 곳인데 시공사와 무상지분률(재건축 조합원이 가진 땅(지분)을 기준으로 무상으로 받을 수 있는 새 아파트 면적 비율)을 확정(본계약)도 안하고 관리처분총회를 연 겁니다.
재건축조합 측이 시공사에 본계약 체결을 압박하고, 재건축 사업을 조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나름의 수를 쓴 건데요, 사실 이런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공사와의 본계약 체결 전 관리처분총회 개최는 사실상 처음이라고 합니다.
경기 위축으로 시공사와 본계약 못해
본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주택시장 위축으로 사업성이 나빠진 때문입니다. 7단지는 2010년 6월 무상지분율 163%를 제시한 롯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롯데건설은 사업성 악화로 당초 제시한 지분율을 지키기 어렵다고, 조합 측은 당초 안대로 가자고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본계약이 늦어지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자 급기야 강동구청이 나서서 협상테이블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조합 측이 관리처분총회개최라는 수를 들고 나온 겁니다.
그런데 이게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강동구청은 공사비 등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리처분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말렸지만 조합은 법률자문을 받은 결과 문제가 없다며 강행한 겁니다.
국토해양부 역시 본계약 이전 관리처분총회를 개최한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그렇다고 큰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례가 없는 일이지만 가계약 당시 지분율로 정비사업 추산액을 산정하면 되기 때문에 관리처분총회를 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고덕시영과 주공4단지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전 단계를 건너 뛰거나, 전 단계를 확실히 매듭짓지 않고 관리처분총회를 열었거나 열 예정입니다. 문제는 추가분담금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 자칫 조합원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했 듯 관리처분은 재건축 사업의 마지막 단계입니다.
법정 공방 벌어지면 사업 더 지연
시공사가 정해지고 시공비 등이 결정돼야 추가분담금이 확정되는데, 시공비 등을 알 수 없으니 추가분담금에도 변수가 커집니다. 이 상태에서 이주라도 한다면 소송 등으로 사업이 더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만약 법정 공방이 벌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가겠죠. 시공사와 조합의 본계약 체결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조합 측은 관리처분총회 공람공고 기간(2개월여)에 시공사와 본계약을 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주택시장 침체로 사업성이 나빠져 당초 안대로 공사를 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손해를 볼 게 뻔하기 때문이죠. 사업을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 벌인 일이 자칫 사업 추진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강동구청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 고민입니다. 재건축 담당자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니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황을 봐가며 법정 공방에 이르지 않도록 조합과 시공사 간에 조율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가뜩이나 주택 경기가 좋지 않은 데 시공사와의 본계약 문제로 현재 7단지 몸값은 하락세입니다. 공급면적 59㎡형의 경우 한달새 3000만원 정도 빠져 5억6000만원 정도에 매물이 나옵니다. 공급면적 69㎡형도 6억4000만원 선으로 한달 새 3000만원 내렸습니다. 어쩌면 이미 조합원에게 그 피해가 돌아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