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端午)
/원천석
바람 따뜻하고 날씨는 청명한데
집집마다 문 위에 쑥 사람[艾人]*을 걸어 놓았네
창포 술 한 항아리 마주 앉으니
난초 물가에 홀로 깨었던 신하가* 우습구나
端午
薰風微軟氣淸新
萬戶千門掛艾人
靜對菖蒲一尊酒
笑他蘭渚獨酷臣
*해설
운곡이 단오에 관해 여러 수의 시를 지었는데 그 중 이 시를 소개하는 것은 본인의 시심이 아주 자세하게 나타나는 시이기 때문이다. 이 시는 운곡이 42살에 지은시로 시사 2권에 수록되어 있다.
1구
단오는 한국과 중국, 일본등 동아시아 삼국에서 모두 지키는 명절이다. 수릿날 또는 천중절天中節, 중오절, 단양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왔다. 동아시아에서는 예로부터 3월 3일과 5월 5일, 6월 6일, 7월 7일, 9월 9일 등 월과 일이 겹치는 날은 양기陽氣가 가득 찬 길일로 쳐왔는데, 그 가운데 5월 5일을 가장 양기가 센 날이라고 해서 으뜸 명절로 지내왔다. 이 날이 바로 단오다. 추위가 늦게까지 계속되는 북쪽지방은 이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날이 완전히 풀리기 때문에 경사스러운 날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남쪽은 추석을 중요하게 여기는 반면에 북쪽에서는 단오를 더 중시했던 것은 지역 간의 기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2구
*애인(艾人)[쑥 사람. 단오 날 문 위에 걸어 요사스럽고 나쁜 기운을 쫓는다는 쑥으로 만든 인형(형초세시기에 나온다)]을 걸어놓는 풍습은 지금은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은 아니지만, 고려후기 사회에서는 일상적인 관습이었다. 사람나이 쉰 살을 애인이라고도 하는데, 위 작품은 1370년 그의 나이 42살 때 지어진 작품이다. 육신의 나이보다 앞질러 늙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시인은 이렇게 표현한 것일 법도 하다. 다른 풍속으론 수리 취를 넣어 둥글게 절편을 만들고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는데, 수리 취로 떡 만드는 풍속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3구
아울러 단오 날에는 창포를 다려 머리를 감아 부스럼을 물리치는데, 이것으로 술을 빚어 마시기도 하였다. 술과의 인연을 끊을 수 없었던 시인이기에 그의 시에서는 특히 음주와 관련된 작품이 상당수 전하고 있다. 봄날을 보내고 여름 무더위를 맞는 시기에 가는 봄을 아쉬워하며 그 또한 술잔을 마주잡았다. 현재 강릉단오제는 유네스코 무형유산 걸작으로 지정되어 전통을 유지하며 매년 큰 행사가 강릉과 대관령에서 열린다. 바로가기
http://www.danojefestival.or.kr
4구
*신하란 바로 중국 전국시대 때 초나라의 충신 굴원(屈原: 기원전 343~277)을 가리킨다. 그는 학식이 뛰어나 초나라의 회왕의 좌도라는 중책을 맡아 내정과 외교에서 활약하였으나 정적과 충돌하여, 중상모략으로 국왕 곁에서 멀어졌다. 그가 지은 시 어부사에서 난저독혹신(蘭渚獨酷臣: 난초 물가에 홀로 깬 신하란 "온 세상이 모두 흐린데 나 혼자만 맑고, 나 혼자만 깨었네. 그래서 쫓겨났다") 에서 인용한 시구이다. 멱라수에 빠져 죽은 굴원을 추모하는 중국 사람들은 대나무 통에 쌀을 넣고 소태나무 잎으로 감아 물속에 던졌다. 이 풍습이 변하여 대나무 잎으로 싸서 찐 떡을 먹는 풍습이 되었다 한다. 그런데 운곡은 왜 창포 술 항아리를 마주하니 굴원이 우습다고 하였을까? 현실정치에 참여한 굴원과 현실정치에 참여하지 않은 운곡 입장에서 헤아려 볼 일이다. 벼슬살이를 한 굴원에 비해 초지일관 초야에 묻혀 자적自適했던 운곡의 시심으로 보면 우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운곡보다 650년이 지난 나의 단오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180618 ㆍ0505
https://m.blog.naver.com/ckcssh/10020766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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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곡
#굴원
#창포
요 창포는 시골 못가에 심은 수창포
요 꽃은 도봉동에서 촬영한 꽃창포입니다
위 란은 현재 제 집에서 기르는 양란ㆍ자랑하고 싶어 소개드립니다.
사진설명을 부치지 않아
심교수님께서 자세한 창포 해설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첫댓글 멋있는 사진과 해박한 해설로 눈 호강을 시켜주시는 한신섭님께 감사드리며, 올리신 사진 중 잘 못된게 있어 따로 자유게시판에 몇자 적어 아는 체 했습니다.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요.
위 사진 설명드렸네요. 두번째 사진이 바로 수창포일겁니다. 제 고향 연못에서 수년전 촬영했어요.
단오날. 넘 덥습니다.ㅎ
봄 봄 봄하다 여름!
어제도 무지더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