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제주를 떠나 목포항에 도착한 시간은 거의 밤 10시. 차량 하선은 더 더뎌져서 목포항을 빠져나온 것은 밤 11시입니다. 늘 그렇듯 배에서 내려 한두 시간 정도의 운전은 별 문제없습니다. 집중도 체력도 쌩쌩도 등 모두 높지만 두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히 밀려오는 피로감과 졸림현상은 그냥 방치하기가 위험합니다. 그렇게 중간 졸음쉼터에서 잠도 자가면서 밤새 고속도로를 달립니다.
FM방송을 들으니 어떤 청취자가 자신이 경험한 자유로의 짙은 안개 경험에서, 우리가 육지에 도착한 날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의 수준이라 운전이 무척 위험했노라는 사연이 나오는데... 우리 역시 서해고속도로를 타고 영흥도로 가는 길에 말할 수 없이 짙은 안개 속을 뚫어야 했습니다. 그야말로 오리무중 속에서 비상등을 켜고 바로 앞의 차선을 놓칠새라 전면주시를 두 눈 부릅뜨고 해야 할 정도였습니다. 꼭두새벽이라 차량은 많지 않지만 대부분 대형화물차들이라 혹시라도 부딪치면 목숨을 내놓을 판입니다.
해가 뜨면 나아지려나 했는데 일출시간이 훨씬 지나서도 음산함과 무거운 회색안개는 여전하고... 뉴스를 들으니 미세먼지가 심하답니다. 아, 미세먼지! 한동안 잊고지냈던 그 용어가 도시진입에의 신호탄입니다. 사방팔방 대기가 트여있으니 미세먼지의 덫에 갇히는 경우는 제주도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사방팔방 요상한 구름들은 늘 모양,색깔, 농도를 바꿔가며 하늘을 가리곤 하지만 미세먼지와는 거리가 참 멀었습니다.
내가 길을 전세낸것 아닐까? 싶을 정도의 한산한 외곽도로와 주변의 짙은 자연의 풍경들, 아직은 인공의 건축들보다는 자연생태나 농작지의 풍경이 훨씬 지배적인 곳, 그런 곳에 제가 살고있으니 이 복잡한 도시에 가끔 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입니다.
그렇게 안개를 뚫고 무사히 영흥도집에 도착했으나 주인이 돌보지 않는 지 너무 오랜 세월 속에 집안 물건들은 그 자리 그대로, 썰렁함을 곱게 감수하며 집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썰렁함 속에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하고 준이의 귀가와 오후 짬을 내 상담해주기로 한 부모님 만나러 부지런히 또다른 도시로 열심히 달려갑니다.
저의 제주도 애착은 비단 색다른 자연풍경에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 거대한 천연 감통지를 만나는 이들에게 자꾸 홍보아닌 홍보를 하게 됩니다. 특히 우리 아이들의 핵심문제들이 환경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기에 마음만 먹는다면 최고의 훈련처가 될 수 있기에 열성부모들에게 자꾸 귀뜸을 해주게 됩니다. 아이들의 감각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기만 하면 제주도의 가치가 더욱 빛날 수 밖에 없습니다.
도시는 확실히 회색빛이고, 시야가 갇혀있으며, 치열한 경쟁을 일상에서 그대로 드러내야 하며, 뭔가 사소한 것을 수행하는데도 기다림과 북적거림을 감수해야 됩니다. 분명 준선진국 수준으로 생활환경이나 인식은 높아졌지만 그런만큼 도시는 더 북적이고 건물들은 나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제주도도 완전 예외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속도면에서는 비할 바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도시의 겨울이 주는 썰렁함과 메마름도, 분명 그 속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음에도 새롭고 더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은 천국같은 지역에서의 삶이 주는 대조점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제 겨우 2년도 안된 삶이지만 제주도는 점점 고향으로 가고있습니다.
마치 여행하듯 일주일 남짓 들르는 육지에서의 일정은 바쁘디 바쁘지만 온전히 태균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라 더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는 담담히 엄마의 일정 해설을 새겨들으며 미약하게나마 알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이기도 합니다. 더 성장하는 한 해가 되길!
첫댓글 준이의 본가행이 나름 즐겁기를 바래 봅니다.
태균씨도 아빠님 만니고 즐겁기를 바라고요.
대표님은 감기같은거 안 달려 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