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배달
반찬 마실, 반찬 이웃으로써 반찬 복지 이루는 어르신이 늘어 가는 만큼 기존 반찬 배달 사업의 대상자를 줄여 갑니다.
기존 반찬 배달 사업에서도 어르신이 주인 노릇 하시는 일이 많아지고 그 수준이 높아지게 합니다.
반찬 종류를 의논하고, 재료를 구입 또는 주문 검수하고, 창고나 냉장고에 넣고 꺼내고, 다듬고 씻고 조리하고, 포장하고, 배달 수거하거나 가져가고 가져오고, 반찬통 세척하고 넣고 꺼내고, 기록하고… 과업을 세분하여 각자 할 수 있는 만큼 하시게 주선하고 거들어 드립니다.
반찬 재료를 업체와 계약하여 일괄 조달해야 한다면 ‘장보기’는 빼고 업체 선정이나 조달 과정에 참여하시게 합니다. 위생이니 보건증이니 하는 조건이 까다로우면 ‘반찬 사업’으로 하지 않고 지역사회조직이나 동아리 사업으로 합니다.
이렇게 참여하기 어려우신 분이라도 당신 반찬 생활의 주인 되게 합니다. 반찬 종류를 예고하고 그 반찬의 좋은 점과 드시는 법을 소개합니다. 개인별 욕구를 일일이 맞춰 드리기 어려운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합니다. 배달해 줄 사람 찾는 일을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합니다.
반찬 사업에 관한 옛글
반찬을 만들어서 배달해 드리는 방식은 돈과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듭니다. 입과 몸을 기를 뿐 인격과 관계를 살리지는 못합니다.
반찬 사업은 빛나는데 정작 중요한 당사자의 삶이나 이웃 간의 사람살이가 보이지 않습니다. 주는 쪽은 천사같이 보이는데 받는 쪽은 구차해 보입니다. 주는 쪽의 명예와 받는 쪽의 불명예가 비례합니다. 사업자와 봉사자가 주연·조연으로 활약하고 이웃이 가끔 엑스트라로 지나가기도 합니다. 당사자는 주연·조연을 빛내 주는 배경에 불과합니다.
복지기관이나 봉사단체 등 조직의 사업으로 반찬을 배달하면 빈 접시 돌려줍니다. 처음 몇 번은 혹 사탕이라도 쥐어 주려 하지만 오래가지 못합니다. 더구나 배달하는 사람이 바빠서 대화는커녕 얼굴조차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돌아오는 건 빈 접시뿐입니다.
그런데 정말 빈 접시만 돌아올까요? 그렇다면 차라리 다행일 텐데…
평생 익숙하게 해 오신 반찬 솜씨, 반찬에 대한 선택·통제, 어른의 체면·자존심·염치 그 ‘인격’을 반찬값으로 내놓지 않습니까?
‘관계’도 반찬값으로 내어놓습니다. 반찬 나눠 먹던 관계가 소원해집니다. 좋은 것 아니라도, 맛이나 영양은 어떨지 몰라도, 좀 어설프고 부족해도, 그래도 가끔 반찬을 가져오거나 만들어 놓고 가던 이웃·가족·친지의 걸음이 줄어듭니다. 걱정해 주고 살펴봐 주고 반찬이라도 챙겨 주던 정, 그 관계가 사라져 갑니다.
이렇게 소중한 것들로 비싼 대가를 치릅니다.
반찬 하나로 인격·관계 얼마나 상하겠는가 할 일이 아닙니다. 사람을 이렇게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서운 겁니다. 당사자의 인격과 관계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그 인간관이 무서운 겁니다. 반찬 사업만 보면 작은 일인지 모르나 매사에 이런 식으로 돕는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반찬 만드는 데 같이할 사람, 반찬 나눠 먹을 사람, 이런 사람 관계를 주선하는 게 반찬 사업의 핵심 아닐까요?
이렇게 사람 관계를 주선해주면 이 관계 속에 나누거나 융통하거나 함께하거나 도우며 사는 정이 소통되지 않겠습니까?
반찬뿐만 아닙니다. 과일을 나눠 먹을 수도 있습니다. 고추를 한 관 사서 나눌 수도 있습니다. 상과 식기를 빌리거나 빌려 줄 수도 있습니다. 다과, 식사, 장보기, 목욕, 이·미용, 나들이, 산책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아이를 봐 주거나 택배를 받아 주거나 옷을 수선해 주거나 이런저런 일로 도와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무엇인가 나누거나 융통하거나 돕거나 같이 하며 살아가는 것, 이런 게 사람 사는 것이지요. 이런 이웃 관계와 인정, 이것이 복지를 이루며 더불어 사는 사람살이입니다. 이런 관계와 인정이야말로 어르신을 돕는 근본 토대요 항산적 바탕입니다. 이웃 관계와 인정을 살려 도우면 반찬뿐 아니라 다른 필요도 해결할 수 있는 항산이 됩니다.
충남의 어느 시민단체에서 ‘사랑의 밑반찬 나눔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다음과 같이 했습니다.
“1998년 본회에서 ‘지역의 무의탁노인’ 900여 세대의 실태조사 후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의 확대를 목적으로 2000년부터 시행한 밑반찬 나눔 프로그램이 현재 저소득 결식아동 14가정, 독거노인 37가정, 장애인 10가정을 대상으로 매주 화, 목요일 2회 진행된다.
그 동안 이 프로그램을 함께 할 운영주체를 찾고, 프로그램 연계 및 지원을 하는 과정을 통해 2000년부터 OO교회(OO면)에서 30가정, 2002년부터는 OO교회(OO동)에서 7가정을 대상으로 밑반찬 나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03년부터는 OO교회(OO동)에서 26가정을 대상으로 새롭게 시작할 계획이다.”
직접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대신, 지역사회에서 지역사회로써 이루었습니다. 복지관들이 하던 방식보다 나아 보입니다. 다만 교회를 활용했기 때문에 조직의 속성상 자칫 봉사나 사랑이라는 이름 곧 복지사업으로 드러나 보이게 돕기 쉽고 어르신은 불쌍한 사람으로 대상화할 수 있다는 점이 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