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를 만들어 봅시다
유 정우
그다지 노래를 부르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기타를 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퍼커션은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았고 태생부터 몸치라서 춤에는 관심이 더더욱 없었다. 그렇게 내 앞에 놓여있는 수업은 피자화덕 만들기와 적정기술이었다. ‘두 수업 다 내가 좋아하는 만들기 수업이네?’ 행복한 고민을 시작하였다. 그러던 중 어릴 적 연희동의 피자집 앞에서 보았던 하얀 수염이 풍성한 피자를 굽는 할아버지 동상이 생각이 났다. 피자 삽을 들고 있던 그 모형의 표정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 햄 알레르기가 있어서 피자를 자주 먹지 못했던 나는 그 모형 앞에서 맛있는 피자를 상상하며 친구들과 함께 군침을 흘리곤 하였었는데... 피자화덕 만들기 수업이라... 참으로 낭만적이게 느껴졌다. 기계로 굽는 인스턴트 피자가 아니라 활활 타는 뜨거운 숯으로 굽는 장작 냄새가 진하게 배어있는 맛있는 수제피자. 그 피자를 구울 화덕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다니 절호의 찬스였다. 이번 기회에 화덕 만드는 법을 배워둔다면 나중에 유용하게 쓸 일이 생길 수도 있을 터, 바로 수업 가입을 신청했다. 시간이 지나서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승현, 정훈, 동하 등등이 있었다. 그 친구들 다 일 좀 꽤나 한다는(?) 친구들이여서 시작부터 어깨가 든든했다. 담당 선생님들도 화려했다. 간디학교의 목공실을 지배하고 계신 망치쌤과 그리고 신성한 거름향기를 사랑하시는 농사 킹 행근쌤, 사투리가 구수한 윤호샘까지. 시작부터 느낌이 좋았다. 다 같이 피자화덕 영상을 보고나서 화덕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을 하기 시작했다. 둥그런 돔 형태로 만들기로 결정하고 박스를 동그란 돔 형태로 만들어서 벽돌 지지대를 만들고는 다 같이 봉고차를 타고 나가 벽돌과 각종 돌들을 사서 들어왔다. 기계에 물을 뿌려가면서 벽돌을 알맞게 잘라서 종이박스 위에 돔 형태로 쌓았다. 며칠에 걸쳐서 계속 작업이 이어졌다. 벽돌 사이사이에 황토시멘트를 채워 넣고 돔의 위를 황토로 여러 번, 시멘트로 한번 둘러싼 후 알록달록한 타일을 붙여서 마무리했다, 화덕 받침대도 철골을 용접해서 튼튼하게 만들었다. 꽤나 훌륭한 작품이 나왔다.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보고 감탄을 하고는 하였다. 행근쌤은 화덕에 금이라도 갈까 애지중지 하시면서 황토를 열심히 덧바르고 계셨다. 화덕도 멋지게 만드셨겠다 피자를 구워봐야지! 아무리 멋지게 만든 피자화덕도 피자가 안 구워지면 소용도 없는 것 아닌가? 아이들은 피자를 만들고 행근쌤과 망치쌤은 화덕에 열심히 불을 붙이셨다. 이제 피자를 구워볼 일만 남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피자를 화덕 안에 넣어보았다. 5분이 지나자 그럴싸한 피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모두가 감탄사를 연발하였고 그렇게 약 100판정도의 피자를 쉴 세 없이 구워내었다. 나도 어릴 적 피자 굽는 모형의 추억을 되살리면서 피자를 구워보았지만 피자를 2판이나 바닥에 엎고 승현이의 팔에 화상을 입히면서 피자 굽는 모형의 꿈을 접게 되었다. 그럴싸한 작품을 만들어내게 되어서 뿌듯하다. 관리가 잘 되어서 후배들이 오랫동안 잘 사용하였으면 좋겠다.
유정우에포크.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