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양천지부 극단 은행목의 이명희 예술감독 조광화 작 이기석 연출의 천상시인의 노래
공연명 천상시인의 노래
예술감독 이명희
작가 조광화
연출 이기석
공연일시 2020년 7월 20일 오후 7시 30분
공연장소 한양레퍼토리씨어터
관람일시 7월 20일 오후 7시 30분
한양레퍼토리씨어터에서 2020년 대한민국연극제 서울대회 양천지부 극단 은행목의 이명희 예술감독, 조광화 작, 이기석 연출의 <천상시인의 노래>를 관람했다.
예술감독 이명희(1955~)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출신의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다. 작은 사랑의 멜로디(뼈다라사 작), 쥐덧(아가사 크리스티 작), 어머니(막심 고리끼 작), 환타스틱스(톰존스 작), 말괄량이 길들이기(윌리엄 세익스피어 작), 백치(토스토에프스키 작), 레미제라블(빅토르 위고 작) 등 80여편의 연극에 출연해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고, 영화로는 애원(이수성 감독, 주인공 엄마 역). 불타는 정무문,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겨울 애마, 겨울이야기, 내일로 흐르는 강 등 10여편 출연해 역시 탁월한 기량을 발휘했다. TV 방송에서는 문화가 산책 가상드라마 6편(KBS), 동업의 끝(KBS 베스트 극장), 병원24시(SBS) 등 다수 작품에 출연하고, 방송 MC로는 여성시대(동아TV), 두여인(G-TV) 등 그 외의 다수 작품에 MC로 활동했다. 무대 MC로는 청소년 국악제 MC(10회까지), 고 김정연 선생 추모무대(문예회관 대극장), 대보름 국악제(민속박물관), 바람 한자락 소리 한자락(경기민요) 등 다수이고, 라디오에서는 생방송 정오의 가요 쇼 고정 리포더(KBS), 녹음독서(카톨릭 맹인 독서회) 등 활동이 활발한 미모의 명배우다.
1965년 전라남도 화순에서 태어났다. 1984년 중앙대학교 철학과에 입학, 교내 연극반 영죽무대에서 활동했다. 1992년 [문화일보] 문예 공모에 「장마」로 등단한 뒤 극작가로 활동 중이다. 1997년 「남자충동: 주먹 쥔 아들들의 폭력 충동」으로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2004년 「달고나」를 기점으로 현재까지 뮤지컬 분야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1997년 오늘의 젊은예술가상, 1998년 동아 연극상 작품상 및 백상예술대상, 1999년 김상열 연극상, 2008년 한국뮤지컬대상 최우수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 「남자충동: 주먹 쥔 아들들의 폭력 충동」, 「철안붓다」, 「종로 고양이」, 「미친 키스」 등이 있다.
연출을 한 이기석은 서울예대 출신의 배우이자 연출가다. 전 인천시립 극단 상임단원, 전 경기도립극단 상임단원, 현 극단 <은행 木> 상임연출로 활동하고 있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라스트 게임> <내 생愛 마지막 비가(悲歌)> <동치미> <마술가게> 그 외 다수 작품에 출연했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을 연출했다.
<천상시인의 노래>는 천상병 시인의 이야기다.
천상병(1930~1993)은 경상남도 마산 출신. 본관은 영양(潁陽). 호는 심온(深溫). 2남 2녀 중 차남이다.
일본 효고현[兵庫縣]히메지시[姬路市]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 귀국하여 마산에서 성장하였다. 1955년 마산중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에 입학하였다. 43세가 되도록 독신으로 오랜 유랑생활을 하다가 1972년 목순옥(睦順玉)과 결혼하여 비로소 안정된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 뒤 지병으로 죽기 전까지 부인의 지극한 보살핌에 힘입어 왕성한 창작 활동을 보였다.
천상병의 문단 활동은 마산중학교 5학년 때인 1949년 7월 『죽순(竹筍)』에 시 「공상(空想)」 외 1편을 처음 발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6·25 중에는 송영택(宋永澤) 등과 함께 동인지 『신작품(新作品)』을 발간, 여기에 시를 발표하였다. 이어 1952년 『문예(文藝)』지에 시 「강물」·「갈매기」 등으로 추천을 받았고, 1953년 같은 잡지에 평론 「사실의 한계: 허윤석론(許允碩論)」, 1955년 『현대문학』에 「한국의 현역대가(現役大家)」 등을 발표하였다. 가난과 무직, 주벽, 무절제한 생활 등으로 많은 일화를 남긴 천상병은 1971년 문우들의 주선으로 제1시집 『새』를 뒤늦게 발간하였다. 그 뒤 제2시집 『주막에서』(1979)와 제3시집 『천상병은 천상 시인이다』(1984), 제4시집 『저승 가는 데도 여비가 든다면』(1987), 제5시집 『요놈 요놈 요이쁜 놈』(1991)을 펴냈다. 그밖에 저서로 3인 시집 『도적놈 셋이서』(1989), 시선집 『귀천(歸天)』(1989)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1991), 문학선 『구름 손짓하며는』(1985), 산문집 『괜찮다 괜찮다 다 괜찮다』(1990), 동화집 『나는 할아버지다 요놈들아』(1993) 등이 있다. 유고집으로 시집 『나 하늘로 돌아가네』(1993)와 수필집 『한낮의 별빛을 너는 보느냐』(1994)가 있다.
천상병의 시는 티 없이 맑고 깨끗한 서정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순수성을 되비쳐 보여준다. 동심에 가까운 이러한 순진성은 가난과 죽음, 고독 등 세상사의 온갖 번거로움을 걸러내고 있으며 일상적인 쉬운 말로 군더더기 없이 간단명료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무대는 배경 앞에 높은 언덕을 마련하고 상수 쪽과 무대에서 오르는 경사진 길이 있다. 저승길로 연출되고 시위대의 시위장소로도 사용된다. 상 하수 쪽에 장면변화에 따른 방을 마련해 천시인 부부의 거실과 반대편에는 경찰서 취조실과 행려병자 수용시설로 사용되고 주점으로도 사용된다. 상수 쪽 무대 중앙에 천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남편의 유고집을 들고 회상을 하는 장면으로도 사용된다.
저승길에 나선 시인이 이승에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저승사자와 함께 아내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향 마산과 청년기 문학을 논하던 명동 술집, 동백림 사건으로 고문당하던 취조실, 행려병자로 수용된 정신병원, 아내 목순옥과의 만남, 결혼후 가난과 시련…. 시인의 공간과 추억들이 하나씩 무대에 재현된다. 평면적 전기에서 벗어나려고 저승사자를 활용,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으로 연출되었다. "진실한 시를 쓰려면 아이들 눈으로 세상을 봐야한다"며 동네 꼬마들과 어울리는 대목이라든가, 평소에 술을 좋아해 생의 마지막까지 한 잔술을 원하던 천시인의 모습이 실제와 방불해 가슴으로 파고드는 공연이다.
1960년대 자하문 밖에는 자두, 복숭아, 능금을 심은 과수원이 그곳에 많이 있었다. 천승세와 조태일을 비롯한 문인들이 그곳에 있는 값싼 판자 집에 거주했고, 시인 조태일이 개를 잡았다며 오라고 해 소설가 이문구와 박태순 그리고 필자가 찾아가니, 선배 문인들이 미리 와서 보신탕을 맛있게 먹고 있었다. 그 때 키자 작고 얼굴이 까만 인물이 등장해 욕을 퍼붓기 시작했다. “글을 쓰는 위인들이 어찌 자신이 기르던 개를 잡아먹느냐?” 하고는 멀찌감치 떨어진 언덕에 앉아 땀을 식히기에, 마침 토마토를 담아놓은 양동이가 있기에, 번쩍 들어다 그 인물 앞에 가져다 놓으니, 영화 “삼손과 데릴라”에 나오는 삼손처럼 체격 좋은 양반이 마음씨도 곱다며, 토마토를 한 개 집어 들고는, 체격이 좋은 사람은 대부분 머리가 나쁘다며, 어디 한번 시험을 해 보자며 “서울은 아우슈비츠다. 왜 그런지 3초 안에 대답해 봐!” 하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내가 금방 “배기가스 때문이지요, 화력발전소도 있고요” 하고 대답하니, 그 분은 “체격만 좋은 게 아니라 총기까지 있구먼!” 하는 것이었다. 그러자 소설가 이문구와 박태순이 다가와 내가 연극을 하는 친구라고 소개를 하고, 이분이 시인 천상병 선생님이라고 소개해 주었다. 필자는 천 시인과의 첫 대면을 평생 잊을 수가 없다. 그 뿐인가? 이문구와 박태순도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되었으니....
연극에서는 김 영이 천상병, 지성근이 저승사자, 김경미가 목순옥, 박경근이 김관식, 김동일이 김춘수, 이선구가 유치환, 이경영이 김종해, 이정성이 김형옥, 정영신이 시장부인, 김영인이 시인, 남상백이 야경꾼, 유진희가 장모, 이현화가 간호사, 이광훈 김지연 손주환 이학근이 코러스로 출연해 성격창출은 물론 감성표현에서도 나름대로의 기량을 발휘한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특히 김 영의 천상병 역은 연기력에서부터 연극 전체를 이끌어 가, 바로 이 연극을 위해 태어난 느낌으로 일생일대의 명연을 펼친다.
기획 김면심, 무대감독 심 완, 조명감독 송훈상, 무대제작 진정하 김명석, 음향오퍼 홍서벽, 조명오퍼 황민우, 영상오퍼 황채은, 조연출 송민길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양천지부 극단 은행목의 이명희 예술감독, 조광화 작, 이기석 연출의 <천상시인의 노래>를 수준급 걸작공연으로 창출시켰다.
7월 20일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