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를 울리는 소리, 새들이 머리 위를 날다
▲ 토교저수지에서 쇠기러기떼의 군무를 보다. 머리위로 날아가는 새들의 웅장한 소리가
아직도 귓가를 맴돈다.
자연이 그대로 숨 쉬는 곳 민통선마을, 양지리를 찾아갔다. 이곳은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사전에 연락을 취하고 마을 주민이 통제소까지 나와 함께 들어가야 하는 곳이다. 이 마을은 청정지역이며 친환경지역이기 때문에 농림부에서 녹색체험마을로 지정하여
사전에 연락을 취한 학생들이 자연학습체험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겨울이 되면 먹이가 풍부하기도 하거니와 비교적 안전한 곳이기 때문에 철새들이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이곳이 바로 새들의 지상낙원이다. 이 마을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두루미와 재두루미, 검독수리, 철새인 쇠기러기 떼를 보호하기위해 마을 주민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자연을 보호하며 관리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인 이루미씨의 친절한 안내로 쇠기러기 떼들이 비상하는 아름다운 군무를 지난
10일 이른 아침 볼 수 있었다.
▲ 전날인 9일, 오후 5시 35분이 넘으면 쇠기러기 떼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해 해지는쪽에서
날아와 이곳 토교저수지에서 머무른다며 이루미씨가 설명을 한다.
▲ 천지가 울릴만큼 대단한 소리를 내며 쇠기러기떼들이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해가 뜨기 전 물위에서 비상을 하기 위해 숨고르기를 하며 서로 신호를 보내더니 순간 머리
위로 4만여 마리의 쇠기러기 떼들이 순식간에 하늘을 향해 날아오른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단한지 일순간 호흡이 정지할 정도로 장관이었다. 하늘을 까맣게 덮었다.
정신없이 새들을 바라보며 탄성을 질렀지만 새들의 날아오르는 소리에 묻혀 메아리로만 남는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주위를 둘러보니 새들의 군무를 보기 위해 영하 15도가 넘는 추운 날씨임에도 살을 에는 아픔을 감수하며 가족들과 사진작가들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보인다. 새의 아름다운 군무를 보겠다는 일념이 강 추위도 녹여 버렸다.
그중 조류보호협회에서 나왔다는 사람도 있다. 새에 대한 문외한인 나는 궁금했던 것을
'한국조류협회 김포시지회' 천연기념물 야생조수류 보호센터에서 긴급구조와 구조 후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김영덕(50)씨에게 물어본다.
▲ 좌측으로부터 한국조류보호협회 김포시지회에서 조류구조와 치료를 하고 있다는 김명덕
씨, 최경희씨, 우동근씨, 희지, 민지와 일행이다.
▲ 무리를 지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검독수리 사이로 두루미가 날아간다.
▲ 검독수리 어미가 새끼에게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 토교 저수지와 철새마을에 찾아오는 철새의 종류는 몇 종류인가요?
"천연기념물인 재두루미와 두루미(제203호), 검독수리(243호), 쇠기러기와 텃새들이
있답니다."
- 오늘 아침 해가 뜨기 전 날았던 새들의 모습이 장관이더군요.
무슨 새이며 웅장한 소리와 함께 하늘을 뒤 덮었던 새들은 대략 몇 마리 정도 될까요?
"작년 10월부터 날아오기 시작하여 올 2~3월까지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돌아가는 쇠기러기 떼이고요. 대략 3만에서 4만 정도 될 겁니다. 낮에는 철원 근교 논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밤이 되면 비교적 안전한 저수지나 물이 있는 곳으로 날아와 휴식을 취하고 잠을 잔답니다.
이곳 토교 저수지는 안전하기 때문에 많은 새들이 잠을 자기 위해 이곳으로 날아오지요.
휴식을 취한다음 아침 해 뜨기 전 다시 먹이 활동을 위해 날아갑니다.
오늘 아침 비상하는 쇠기러기 떼들의 아름다운 군무를 보셨다시피 굉장하지요. 쇠기러기 떼는 주로 낮에 먹이활동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녀석들도 있답니다. 새들에게 적합한 환경이 되지 못하다 보니 낮에는 한강변에서 쉬다가 밤에 먹이 활동을 하는 녀석들도 있답니다.
김포나 강화등지에서 요즈음 볼 수 있는 풍경입니다."
- 토교저수지근처에 독수리가 무리를 지어 있던데요.
무슨 독수리이며 개체수가 얼마 정도 인가요?
"철원, 연천, 파주 등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독수리입니다. 작년 12월에 조사한 바로는 40~50마리 정도 됩니다. 먹이로는 천연기념물인 독수리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마을 주민들이 동사한 어린새끼돼지들을 먹이로 준답니다. 독수리가 썩은 고기를 먹고 사는 걸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싱싱한 고기를 먹고 살지요."
멋진 날개를 펼치며 하늘을 나는 독수리를 보며 그 곁에 작은 독수리가 같이 날기에 어미가
새끼에게 하늘을 나는 연습을 가르쳐주는 모양인지 물어보았다.
"아마도 사냥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중 일겁니다"라고 말하면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바라는 점이 있다면 천연기념물인 새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보호를 해야
하는데 방해가 되는 것들이 있답니다. 철조망이나 전깃줄 등이 설치되어 있어 간혹 걸리게
되면 부상을 하거나 죽기 때문에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적절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 천연기념물 제 203호인 재두루미 가족이 먹이를 먹고 있다.
▲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재두루미의 모습이 아름답다.
▲ 수확이 끝난 논에서 떨어져 있는 벼 이삭을 주워 먹으며 먹이 활동을 하고 있는
쇠기러기떼.
이른 새벽 출발하여 지인의 도움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우동근(40)씨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아내 최경희(40)씨 마침 방학인지라 두 아이들, 희지 민지를 데리고 민통선 안에 있는 여러 곳을 견학왔다고 한다. 몹시 추운날씨인지라 춥다고 투정을 부리는 민지를
달래며 엄마는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보니 좋지?"하며 달랜다.
춥지만 이런 멋진 풍경을 볼 수 있다니 좋은 카메라 사서 다음에는 멋지게 찍어야겠다며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쉬워 한다. 새들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저지대 너머로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독수리들을 멀리서 바라만 봐야 하는 모습이 못내 안타까워한다.
▲ 10일 영하 15도가 넘었다는 철원 토교저수지 쇠기러기떼가 날아 오른뒤 저수지에는
물안개가 피어 올랐다. 쇠기러기떼들의 열기가 전해진다.
쇠기러기 떼들이 하늘로 날아 오른 뒤 토교저수지에는 새들의 열기로 인해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모두들 추워 언 몸을 녹이기 위해 철수 했지만 검독수리의 나는 모습을 담기 위해
살을 에는 추위와 끊임없이 싸우며 기다린다.
드디어 독수리가 꿈틀 하더니 하늘을 향해 힘차게 날아오른다. 그 모습이 하늘을 나는 새들을 호령하는 제왕처럼 보인다. 그 곁에 작은독수리가 보인다. 새끼 독수리인 듯싶다. 어미독수리가 새끼 독수리와 함께 푸른 창공을 날으며 사냥 연습을 가르쳐 주는 듯 한참을 비행한다.
힘이 들면 가끔 어미 위에 앉는 모습도 보인다.
철새 마을을 두루두루 돌다보니 재두루미와 두루미가 보인다. 세 마리 네 마리 무리를 지어
있다. 가족인 듯하다. 날아오르는 모습이 어떤 무희를 본다 한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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