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한 놈이로고!"
어제 저녁부터 근 삼십 년 간을 아무도 찾지 않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무도 찾지 못하게 갖은 함정과 장애물로 철갑을 한
모옥 앞에 사지육신 멀쩡한 놈이 꿇어앉아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여 힐끗 곁눈질을 하였지만 이놈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앉아 있었다
세상을 등질 때 저런 놈은 제 애미 뱃속에도 있지 않았을 터이
니 빚을 받으러 온 놈은 아닐 테고...
답답하면 용건을 털어놓겠지.
그때 몇 대 두들겨 내쫓으면 그만이고.
"신기한 놈이로고!"
저놈은 뒷간도 안가나 꼬박 하루를 저렇게 앉아 꼼짝도 안하다
니!
정말 도를 닦았으면 크게 대성했을 놈인데...
머리털을 보니 중은 아닌 것 같고..
좌우간 고집하나는 대단한 놈이야!
나도 예전에 벌을 받을 때 꼬박 하루를 저렇게 앉아 있었지!
다른 건 다 참아도 모기만은 못 참겠더군!
마침 모기도 없는 계절이니 나보다는 편하겠구먼!
하지만 아무리 지독한 놈이라도 한계가 있는 법 앞으로 몇 시진
만 더 지나면 나가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야!
그건 내가 겪어봐서 잘 알지..
어제 먹다 남은 술이 있었는데... 옳지 여기 있군!
"미친 놈이로고!"
어제 저녁까지 꼬박 하루를 견디고 거기다 더해서 오늘 아침까
지 저렇게 있다니....
밤새 꼼짝도 않았단 말인가?
설마...?
아니 그게 아닌데.... 엊저녁에 저놈 머리 위에 떨어져있던 나뭇
잎이 그 자리에 그대로 있지 않나?
저건 사람도 아니다!
혹시 다리가 의족이나 뭐 그딴 게 아닐까?
사람의 다리라면 저렇게는 피가 통하지 않아서라도 견딜 수 없
을 텐데!
어디까지 버티나 더 두고 볼까?
아서라! 송장 치우게 될라!
산 놈들 중에는 겁나는 놈 하나 없지만 죽은 놈은 많이 겁난다!
"그만 일어서거라!"
광승은 최초로 자기보다 더 고집 센 인간을 발견했다는데 대해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신기막측하여 대
체 이런 부류의 인간은 어떻게 생겼는지 자세히 볼 양으로 '괴이
한 놈'에게로 다가갔다
"이런! 야단났다. 죽은 것 아닌가?"
산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다.
이미 혼절했는지 의식도 없었다.
다행히 맥은 띠고 있었다
"정말 미친 놈이로고!"
광승은 난생처음 겁에 질린 얼굴로 반 송장이나 다름없는 '미친
놈'을 업고 황급히 거처로 들어왔다.
"검도장 오식(劍刀掌 五式) 을 배우고 싶습니다!"
용건을 묻는 광승의 말에 정사청은 간단히 답했다
"누가 널 이리로 보냈느냐? 내가 여기 거처한다는 것을 아는 사
람은 드물텐데?"
"드물기는 하지만 아주 없지는 않지요?"
"그렇군! 네놈 고집이면 그쯤은 쉬운 일 이겠지?"
이미 고집싸움에서 패배한 광승은 정사청을 대하는 태도가 본래의
모습과는 상상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눅 들어 있었다
"검도장오식이 뭔지는 아느냐?"
"대사께서 요약해서 만든 소림 무학의 결정체라고 알고 있습니
다!"
"어디서 줏어 듣긴 제대로 줏어 들었구나!"
광해대사가 물끄러미 정사청을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어젯밤 내가 살펴본 너의 근본은 무당이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배운 녀석이던데 어찌 소림에서도 이단으로 몰린 나의 잔재주를
배우겠다는 것이냐?"
"무당의 칼을 버렸습니다!"
"어허 그놈 참! 듣기 좋은 말은 골라서 한다마는 몸에 굳은살처
럼 박힌 칼을 버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인 줄 아느냐?"
"쉽지는 않았지요!"
"그래? 그럼 얼마나 어려웠더냐?"
정사청은 상의를 걷어 올렸다 그리고 복부에 겹겹이 동여 싼 천을
풀었다
광해대사가 물끄러미 정사청의 허리께를 쳐다보다 두 눈이 부릅떠졌다
"정말 미친 놈이로고!"
상처가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세상천지에 그 상처하나 치료할 곳이 없더란 말이냐? 어째 그
렇게 될 때까지 놔두었더냐?"
"상처정도야 쉽게 치료할 수 있지요!"
"그럼 왜 그 모양이냐?"
"다시 이런 상처를 남기지 않을 만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백 번 치료해봐야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
광해대사가 설레설레 머리를 저었다.
저놈! 저 지독한 성격으로 봐서는 뜻한 바를 얻지 못한다면 썩
어 들어가는 상처와 함께 같이 썩어 죽을 녀석이다.
"우선 그 상처부터 치료하자! 썩는 냄새가 진동을 하지 않느냐?"
정사청이 꼼짝도 않고 앉아 있었다
"야 이놈아! 상처가 나아야 뭘 배우던지 말던지 할 것이 아니
냐?"
그 말을 듣고서야 정사청이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광승에게 아홉
번의 절을 올렸다
너무나 긴 세월 동안 인간의 정과 동떨어져 살아왔던 광승의 눈
에 얼핏 물기가 반짝였다
'고이얀 놈! 늘그막에 우스운 꼴을 보이게 만드는군!'
얼른 고개를 돌린 광승이 괜한 서책을 정리하는 척 딴청을 부렸
다
카페 게시글
▣-무협 소설방
두령(頭領)12-2
정 주
추천 3
조회 559
22.09.27 18:54
댓글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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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감사합니다
점점 빠져듭니다.
오늘두 역시 감사드려요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두 역시 감사드려요
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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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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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_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
즐독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