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데스
양안다
지난밤을 견디자 나는 조금 가벼워졌다 눈앞에서 섬광이 멈추지 않았고
희미해진다
밤하늘이 천체를 펼쳐놓을 때
우리는 영원히 빛의 과거만 볼 수 있을 거라며
물 주는 것을 잊어서 화분이 시들고
물을 주었다는 것을 잊어서 썩고
신의 시간으로 가늠했을 때 우리는 오래 죽어있었거나 오래 살아있었다
너는 빛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혓바닥에 우표 한 장을 올려놓고
오래도록 녹여먹었다
곧 섬광이 터지겠지
서랍에서 수많은 필름이 쏟아지고, 장면과 장면이 뒤엉키고, 누군가 죽으면서 동시에 태어나는데 도시가 무너져 내린다 폭염과 폭설이 쏟아지는 동안 사람들은 여우비라 여기며 괜찮아질 거라고, 이 모든 게 나아질 거라고 중얼거린다 그 사람들 한가운데에서 익사하는 이가 있다
믿고 싶은 일을 기적이라 부르고
믿고 싶지 않은 일을 재앙이라 부르고
너는 손이 차가운 사람, 같은 인간이면서 우리의 체온은 왜 다른 걸까
너의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나의 몸은 떠오르고
물을 마시며 지난 악몽을 희석하지만
갈증을 잊은 식물, 빛 속의 얼굴 없는 인물, 끝나지 않는 피날레
그것이 너의 역할이었다
—《현대시》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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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안다 /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