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2월 16일(목) : 이상한 경험
그날 오후 6시즘 채원은 선혜를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9401번을 타기
위해서는 큰길로 나가 횡단보도를 건너야 하는데 채원은 길을 건너기 위해 여러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채원이 무심코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렸다. 거기엔 한50미터 정도 거리를 두고 한
사나이가 헬레벌떡 뛰어오면서 누군가에게 손짓하는 것이 보였다.
<-저 사람 뭐지? 누구보고 손짓하는 거야? 설마 나보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 첨 보는 사람인데.->
그 순간 신호등은
녹색불로 바꿨고 채원은 신호를 기다리던 사람들과 함께 반사적으로 횡단보도에 발을 내 디뎠다.
채원이 같이 서 있던
다른 사람들보다 키가 컸다. 그러다 보니 몇 걸음 안 걸어서 다른 사람 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 ‘빠~아~아~~~~~~앙’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채원은 순간 몸이 마비 되고 시간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
흙을 가득 싣고 덮개를 단정하게 덮은 15t짜리 트럭이 정면에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하물며 트럭 정면에 적혀 있는 ‘VOLVO’라는 크지 안은 글자도 똑똑히 보였다. 채원은 단발의
비명이 나오는 순간 목에 걸리는 것을 느꼈다.
“흑!”
채원은 다른 사람보다
앞서나간 탓으로 트럭에 직접적으로 치였다. 트럭에 치는 순간 공중으로
'붕~웅'하고 떠서 15미터를 날아가 아스팔트 바닥에 떨어졌다. 트럭에 치여서 15미터를 날아가는 0.54초 순간에도 ‘바닥에 떨어지면 엄청 아프겠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막상 떨어지고 나니 별 느낌이 없었다.
<-이상하게 하나도 안
아프네.->
채원은 주위의 소리가
점점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 순간에도 신기하게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너무 생생하게 보이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너무 고요하고 조용한 것이다.
그것도
잠시였고, 채원은 눈앞이 점점 흐릿해 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점점 더 흐릿해 지더니 마침내 온 세상이 까매졌다. 채원의 눈은 뜨고 있었지만 채원이
느끼는 세상은 아주 조용한 암흑의 세상이었다.
암흑의 세상이 익숙해
질 때쯤 저 멀리서 하나의 점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점은 흰색의 점이었는데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
채원을 삼켜버렸다. 그 순간 채원은 너무 밝아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온 세상이 하얀 세상이었다. 하얀 세상에도 익숙해지니 하얀 세상
속에서 한 장면이 나타났다.
그 장면은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아빠와 엄마 그리고 동생과 함께 앞산에 올랐다가 거기서 어떤 아저씨가 파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좋아했던 나의 기억 한 조각이었다. 그 장면도 옆으로 흘려가더니 또 다른 장면이 나타났다가 또 옆으로
흘렸다. 이런 식으로 채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30년
인생의 장면들이 한 순간에 흘려갔다.
<- 이렇게 죽는구나.
->
“엄마 미안해요.
아빠 죄송해요.
지환아
미안하다.
선혜야, 미안하다.
엄마.
엄마.
엄마.”
채원은 30년생의 모든 장면이 지나가고 나니 조금씩 주변의 모습과 소리가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채원의 눈앞에는 아수라장이었다. 여기저기서 흥분한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엄마야, 큰일 났어요. 여기 사고 났어요.”
“누구 빨리 119 불려요.”
“여보세요? 여보세요? 거기
119죠. 큰일났어요. 여기 큰 사고가
났어요. 빨리 앰뷸런스를 보내줘요.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어요.”
회광반조 현상이 끝나고 나자 채원은 다시 눈앞이
흐릿해져 갔다. 그리고 주위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를 들으면서 천천히 정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채원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눈앞이 흐려지고 있는 순간,
한 인물이 눈앞에 보였다.
<-어? 저
아저씨 아까 헐래 벌떡 뛰어오던 그 아저씬데, 근데 왜 나만 빤히 쳐다보지? 하여튼 웃기는군 이 세상 하직하면서 마지막으로 보는 사람이 저 아저씨네.->
.
.
.
『띠리리리릭』
『띠리리리릭』
『띠리리리릭』
“안 건넙니까? 안 건너면 좀 비켜 주던지. 젊은 사람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는
거야. 나 참”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고
녹색 불이란 것을 알리는 벨 소리가 들리는데도 채원은 멍하니 그냥 서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뒤에서
짜증스런 소리로 말하며 채원을 밀치며 지나갔다.
“아 죄송합니다.”
<-어 저 아저씨는 아까
저쪽에서 헐레벌떡 뛰어오던 아저씬데 언제 여기까지 왔었지? 꽤 먼 거리였었는데. (헐레벌떡 뛰어오던 아저씨가 오던 방향의
반대 방향에 고장 나서 서 있는 트럭을 보면서) 저 트럭은 언제부터 저기에 저렇게 서 있었지? 조금 전엔 못 봤었는데. 난 왜 멍청하게 서 있었지? 뭔가에 홀린 기분인데. 뭐지?
조금 전에 여기서 뭔가
일어난 것 같은데. 착각인가? 아이 모르겠다. 빨리 가기나 하자 선혜 기다리겠다.->
첫댓글 시간의 개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것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