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재현 기자]#40대 임대업자 AㆍBㆍC씨는 각자 자기 자본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는 방식(깡통전세)으로 서울소재 빌라를 다수 매입했다. 이후 보증금 반환이 어렵게 되자, 모든 빌라를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법인에 매도한 후 잠적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정부가 106건, 100억원 규모의 전세사기 의심 거래를 경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정부가 경찰청에 전세 사기 의심 거래 수사를 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대부분은 무자본으로 법인을 통해 다수의 전세계약을 체결했고, 이른바 ‘빌라왕’과 관련된 사례도 다수 포함됐다.
국토교통부는 21일 전세사기로 의심되는 거래 106건에 대해 1차로 경찰청에 수사의뢰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전세사기 의심거래에 대해 경찰청에 수사의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9월 29일 국토부는 전제사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경찰청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한바 있다.
이후 국토부는 9월 28일부터 11월까지 전세피해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상담사례 687건 중 피해자가 다수이거나 공모가 의심되는 사례를 1차로 선별해 전세사기 여부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빌라왕 사례와 유사한 무자본ㆍ갭투자에 해당하는 106건의 의심 거래를 적발했다.
106건의 전세사기 의심거래에 연류된 법인은 총 10개, 혐의자는 42명이다. 즉, 혐의자들이 다수의 전세 거래를 법인을 통해 진행했다는 의미다.
국토부 관계자는 “혐의자들이 다수의 전세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6~7명씩 활동하면서 법인을 통해 무자본으로 전세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들 가운데 임대인이 2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공인중개사(6명), 임대인 겸 공인중개사(4명), 모집책(4명), 건축주(3명) 등이었다.
거래지역 별로는 서울이 52.8%로 가장 많았고, 인천(34.9%), 경기(11.3%)가 그 뒤를 이었다.
특히, 이번 106건의 전세사기 의심거래에는 1139채의 수도권 빌라ㆍ오피스텔을 임대하다 사망한 빌라왕과 관련된 사례도 16건에 달했다.
국토부는 내년 1월 24일까지 진행되는 범정부 전세사기 특별단속 결과에 대해 2월 중 경찰청과 공동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에도 국토부는 2개월마다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오는 27일에는 부동산소비자 보호기능 강화를 위해 기존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으로 개편한다.
기존 기획단는 부동산 계약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 시장 교란행위로 인한 피해가 커짐에 따라 부동산 거래 전 단계에 대해 모니터링 및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남영우 토지정책관은“현재 진행 중인 전세사기 단속 뿐만 아니라 주택 매매 및 임대차 거래정보 분석과 상시모니터링을 통해 앞으로 발생가능한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