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격은 '사람의 품성과 인격.'이라는 기본 의미가 있고, '사람이나 사물 따위에서 느껴지는 가치나 위엄'이라는 파생된 의미가 있습니다. 요즘 우리 정치판을 보면 고위직에 연연하면서 이런 품격을 생각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박지원의 양반전에 보면 양반이 지켜야할 품격이 나옵니다. 양반의 뜻이 많이 변질되어 무슨 풍자의 얘기에 많이 나오지만 적어도 '겻불은 쬐지 않아야 하는 것'과 '주림을 참고 추위를 견뎌 구차스러움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는 정도는 최소한의 양반으로서의 품격이라고 할 것입니다.
양반전에 보면 양반은 '쌀값을 묻지 말고, 더워도 버선을 벗지 말고, 밥을 먹을 때 맨상투로 밥상에 앉지 말고, 젓가락으로 방아를 찧지 말고, 화 난다고 처를 두들기지 말고, 성내서 그릇을 내던지지 말고, 아이들에게 주먹질을 말고, 노복(奴僕)들을 야단쳐 죽이지 말고, 마소를 꾸짖되 그 판 주인까지 욕하지 말고, 아파도 무당을 부르지 말고, 제사 지낼 때 중을 청해다 재(齋)를 드리지 말고, 추워도 화로에 불을 쬐지 말고, 돈을 가지고 놀음을 말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요즘 세상에서 이런 것을 지키는 것은 우습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사회지도층은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이 품격을 찾아야 할 것이고 지켜야할 도리도 많을 것 같습니다.
<최근 청와대 비서관급 인사에서 교육비서관으로 임명된 박경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두고 의아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날까지 의전이나 연봉 등 장관급 대우를 받던 국회의원이었다가 바로 다음날 차관급도 아닌 1급의 청와대 비서관으로 출근하게 됐기 때문인데요.
사실 문재인 정부의 비서관 인선은 임기 첫 해부터 정치인 출신을 중심으로 꾸준히 ‘직급 파괴’ 성향을 보여 왔습니다. 정부 출범 후 전직 국회의원으로 대통령의 비서관이 된 인물은 박 전 의원을 포함해 8명에 달합니다. 재선의 백원우 전 의원은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일했고, 초선 진성준, 한병도 전 의원은 각각 정무기획비서관과 정무비서관 자리를 받았습니다. 박수현 전 의원도 비서관급인 대변인에 임명됐습니다.
비서관은 아니지만 당시 문미옥 과학기술보좌관은 비례대표 의원직을 던지고 청와대에 합류했어요.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명됐을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는데요, 의전 서열 2위의 국회의장 출신이 5위인 총리로 가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었죠.
이 같은 인사는 ‘급’에 상관 없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의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2017년 대선에서 2위 후보와 가장 큰 표차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됐고, 또 임기 후반인 지금까지 지지율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모 이력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죠. 또 문 대통령의 의지 역시 반영됐다는데요.
문재인 정부 들어 이 같은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능력주의’ 인사는 청와대뿐 아니라 기수 문화가 엄격한 검찰과 군 등에서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진보 진영의 ‘인재 풀’이 협소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정권은 교체됐는데 정작 정부와 코드가 맞는 인물은 많지 않다는 거죠. 한 여권 관계자는 “장관의 경우에도 마땅한 후임을 찾지 못해 현직이 울며 겨자 먹기로 직을 계속 수행해야 할 정도로 인물난이 심각할 때도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한국일보, 전혼잎 기자.
대한민국의 국회의장을 지낸 사람이 행정부의 국무총리로 가는 낯 두꺼움을 보여주더니, 이 나라의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들이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일들이 많은가 봅니다. 엊그제 누가 '달빛 소나타'라는 아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덕(?)에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되었다고 하더니 그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 같습니다.
다 권력의 양지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싶은 것이겠지만 적어도 자신 스스로 사람이 가진 품격을 생각해보고 그런 낯 두꺼운 짓을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해바라기들을 끌어들이는 사람도 참 똑 같은 품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