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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전(司生傳)
_ 작자 미상
사생은 녹두골에 살았다.
곧장 관악산 밑에 닿으면, 도림천 앞에 롯데리아가 서 있고, 롯데리아를 향해 창문이 열었는데,
다섯 평 고시원은 추위를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사생은 책읽기만 좋아하고, 그의 여친이 서점에서 책비닐을 싸서 생활비를 댔다.
하루는 그 여친이 몹시 배가 고파서 짜증 섞인 소리로 말했다.
“오빠는 평생 고시를 보지 않으니, 책을 읽어 무엇합니까?”
사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법학을 익숙히 깨치지 못하였소.”
“그럼 시험삼아 1차 시험이라도 못 치나요?”
“1차 시험은 아직 토익을 통과하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7급 시험은 못 치나요?”
“7급 시험은 나이제한에 걸리는 걸 어떻게 하겠소?”
여친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1차 시험도 못 치겠다, 7급 시험도 못 친다면, 모의고사 채점이라도 못하시나요?”
사생은 읽던 책에 자를 끼워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곽서로 100회독을 기약했는데, 인제 70회독인걸...”
하고 휙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사생은 고시촌에서 서로 알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메인스트림으로 나가서 길거리의 수험생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신림동에서 제일 가는 강사요?”
베리타스의 신씨를 말해주는 이가 있어서, 사생이 곧 신씨의 집을 찾아갔다. 사생은 신씨를 대하여 길게 인사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하여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1억원만 대여해주시기 바랍니다.”
신씨는 “그러시오.”하고 당장 1억원을 내주었다.
사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버렸다.
베리타스의 강사들이 사생을 보니 폐인이었다.
추리닝바지의 끝단이 헐어 너덜너덜하고, 슬리퍼의 바닥이 다 닳았으며,
쭈그러진 모자에 허름한 티셔츠를 걸치고, 입에서 독한 담배냄새가 났다.
사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1억원을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신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한테 무엇을 얻으려 오는 수험생들은 으레 자기 수험경력을 대단히 선전하고,
학설을 많이 아는 것을 자랑하면서도 사례의 핵심을 짚지 못하고,
답안지에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요건을 일목요연하게 서술하며,
판례를 인용하는데 오류가 없는 것으로 보아, 시험에 붙지 않아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을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1억원을 주는 바에 성명을 물어 무엇하겠느냐?”
사생은 1억원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방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태학관 앞으로 갔다.
태학관 앞은 사시, 행시, 외시 수험생들이 마주치는 곳이자, 온갖 학원과 독서실의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기본강의 사례강의며 판례특강 부속법령강의 등의 테잎을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사생이 테잎을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고시촌이 진도를 못 나갈 형편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사생에게 두 배의 값으로 테잎을 팔았던 수험생들이 도리어 열 배의 값을 주고 사 사게 되었다.
사생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1억원으로 온갖 테잎의 값을 좌우했으니, 고시촌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번 돈을 가지고 문구점을 순례하며 플러스펜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며칠이 지나면 모든 수험생들이 답안지를 작성하지 못할 것이다.”
사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플러스펜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사생은 늙은 수험생을 만나 말을 물었다.
“고시촌 밖에 혹시 수험생이 공부할 만한 빈 독서실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술에 취에 서쪽으로 줄곧 몇십분 동안을 비틀거리다 어떤 빈 독서실에 닿았습니다.
아마 삼거리와 신림역의 중간쯤 될 겁니다.
인터넷과 수면침대가 완비된 휴게실이 마련되어 있고,
청소아줌마들이 모여 수다를 떨며, 총무가 사람을 보고도 인사하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합격의 기쁨을 누릴 걸세.”
드디어 289번 버스를 타고 서쪽으로 가서 그 독서실에 이르렀다.
사생은 옥상에 올라가서 사방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좌석이 천 개도 안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방음시설이 잘 되어 있고 룸이 여럿 있으니 단지 스터디팀은 짤 수 있겠구나.:
“텅 빈 독서실에 수험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스터디를 하신단 말씀이오?”
늙은 수험생의 말이었다.
“시험운만 있으면 수험생이 절로 모인다네, 시험운이 없을까 두렵지, 수험생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녹두에 수천의 고시폐인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면학 분위기를 흐리고 고시녀들에게 찝쩍대나 좀처럼 근절되지 않았고,
고시폐인들도 아직 시험에 붙지 못해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사생이 고시폐인들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한 과목을 한 회독 한다고 하면 한 시간에 몇 페이지씩 읽어야 하지요?”
“한 시간당 열 장이지요.”
“모두 애인이 있소?”
“없소-.-a”
“직장이 있소?”
고시폐인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애인이 있고 직장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장수생이 된단 말이오?”
“정말 그렇다면, 왜 애인을 얻고, 직장을 얻고, 집을 사고 차를 굴리려 하지 않는가?
그럼 페인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서는 사람취급을 해줄 것이요,
밤늦게까지 술을 먹어도 카드값을 걱정 안 하고 길이 의식이 요족을 누릴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책살 돈이 없어 못 붙을 뿐이지요.”
사생은 웃으며 말했다.
“밤새도록 술먹고 당구칠 돈은 있으면서 어찌 책값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수 있소. 내일 아크로광장으로 나와 보오,
용달에 실은 것이 모두 책을 실은 박스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사생이 고시폐인들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고시폐인들은 모두 그를 미친 x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고시폐인들이 아크로로 나가 보았더니, 과연 사생이 삼만권의 책을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해서 사생 앞에 줄지어 절했다.
“오직 팀장님의 지시를 따르겠소이다.”
“그렇다면 어디 너희들이 읽을 수 있는 대로 진도를 나가 보거라.”
사생의 말이 떨어지자 고시폐인들은 앞을 다투어 책에 줄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욕심뿐이지 제 아무리 속독을 잘하는 놈일지라도 백 페이지를 마지 읽지 못했다.
“너희들, 기것 백 페이지도 못 읽으면서 무슨 시험준비를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스터디를 하려고 해도, 수험생들이 같이 밥을 먹는 것도 기피하니, 갈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헌 책방에 한 권씩 팔아서 독서대 하나, 슬리퍼 하나씩 사가지고 오너라.”
사생의 말에 고시폐인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 갔다.
사생은 몸소 이천 명이 1년 동안 풀 케이스를 준비하고 기다렸다.
고시페인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버스에 싣고 그 빈 독서실로 들어갔다.
사생이 고시폐인들을 몽땅 쓸어 가서 고시촌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시간을 쪼개어 스케줄을 짜고, 팀을 짜서 케이스를 공부했다.
시설이 우수하기 때문에 공부가 잘 되어서, 세 해나 다섯 해씩 공부하지 않아도 한 팀에 아홉명 씩 붙어 나갔다.
수만 개의 케이스를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사례집으로 내어 신촌골로 가져가서 팔았다.
신촌이란 곳은 온갖 사립대학들의 고시반들이 몰려있는 곳이다.
그 곳이 한참 합격률이 떨어져 강의를 다니고 금 100억원을 벌게 되었다.
사생이 탄식하면서,
“인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고시폐인 이천명을 모아 놓고 말했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함께 이 독서실에 들어올 때엔
먼저 합격자들을 배출한 후에 따로 학원을 만들고 고시촌을 새로 건설하려 하였더니라.
그런데 땅이 좁고 교통이 불편하니, 나는 인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책장을 넘길 때 침을 묻혀 조용히 넘기고,
한 해라도 먼저 붙은 사람이 후배들이 참고할 수 있게 합격수기를 남겨놓도록 하여라.”
모 대학 훌리건들의 아이피를 모조리 차단하면서,
“여기가 아니라도 훌리짓 할 데가 있겠지, 학교자랑은 사회에서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동네에서랴!”
했다.
그리고 미모가 빼어난 고시녀들을 골라 모조리 함께 버스에 태우면서,
“스터디팀이 깨지는 것을 막아야 하지.”
했다.
사생은 고시촌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한 수험생들에게 토킹바에서 술을 쐈다. 그러고도 금 10억원이 남았다.
“이건 신씨에게 앞을 것이다.”
사생이 찾아가 신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신씨는 놀라 말했다.
“당신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1억원을 실패보지 않았소?”
사생이 웃으며,
“돈에 의해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강사들 일이오. 1억원이 어찌 합격을 가져다 주겠소?”
하고, 10억원을 신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여친의 잔소리를 견디지 못하고 책읽기를 도중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1억원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신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연 10%의 비율에 의한 금원만 받겠노라 했다. 사생이 잔뜩 역정을 내어,
“당신을 나를 고시식당 주인으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신씨는 가만히 그의 뒤를 따라갔다.
사생이 관악산 밑으로 가서 조그만 고시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아줌마가 개를 끌고 엽서를 파는 것을 보고 신씨가 말을 걸었다.
“저 조그만 방이 누구의 방이오?”
“사생의 방이지요. 가난한 형편에 책 읽기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집을 나가서 5년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고, 시방 여친하고 함께 살았는데,
집을 나간 날로 선을 봐서 다른데 시집을 갔지요.”
신씨는 비로소 그의 성이 사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신씨는 돈을 모두 가지고 그 방에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사생은 받지 않고 거절했다.
“내가 시험에 될 자신이 없었다면 왜 백억원을 버리고 십억원을 받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술이나 떨어지지 않고 라면이나 먹도록 하여 주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재물 때문에 정신을 괴롭힐 것이오?”
신씨가 사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신씨는 그 때부터 사생의 집에 술이나 라면이 떨어질 때면 몸소 찾아가 도와주었다.
사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가지고 가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계란은 사오시지 않으셨소?”
하였고, 간혹 심심하면 수족관 앞 벤치에 앉아 고시녀들의 미모를 품평하며 놀았다.
이렇게 몇 해는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신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그렇게 수많은 합격자들을 배출했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사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사법시험이라는 제도는 과거의 형식에 그대로 머물러 있고,
기득권자들이 개선의 논의는 뒷전인지라, 시험의 경향과 요령만 알면 기본이 없는 사람도 붙는 시험이지요.
무릇, 평균 60점은 굉장히 어려운 점수라 거의 아무도 수석을 기대하지는 않지만,
면과점이랑 커트라인은 거의 차이가 안 나는 까닭에,
한두 과목에서 대박이 나면 나머지 과목에서 40점만 맞아도 시험에 붙을 수 있으니,
이는 보통 생동차를 노리는 방법으로 초시생들이 하는 짓 아니오?
대개 사례 하나 또는 단문 하나만 잘 쓰면 면과를 할 수 있는 까닭에,
사례면 사례 전부, 단문이면 단문 전부, 마치 총총한 그물로 훑어 내듯 할 수 있지요.
강사들의 수많은 요약서 중에 한 가지를 딸딸 외우고,
수많은 사례집 중에 한 가지를 딸딸 외우고, 수많은 단문집중에 한 가지를 딸딸 외우면,
결국 다들 판에 박힌 지식으로 같은 답안지를 써낼 것이매, 이는 수험생들을 바보로 만드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당국자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나라를 고시광풍으로 몰아넣을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1억원을 뀌어 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였습니까?”
사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당신만이 내게 꼭 빌려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소위 스타강사라고 하는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3시 수석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합격운은 하늘에 매인 것이니, 낸들 그것을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부자가 되게 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1억원을 빌린 다음에는 그의 운빨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신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법률가들과 법학교수들이 머리를 모아 법률가양성제도를 개혁 하고자 하니,
지금이야 말로 지혜로운 고시생이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당신의 그 재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황 모씨 같은 분은 외무부에서 국장까지 지낼 만한 인물이었건만 신림동에서 강사로 늙어가고 있고,
이 모씨 같은 분은 지방대 전임강사 자리라도 맡을 실력이 있엇지만,
지금 이재상 형법 주석을 다느라 소일하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의 집정자들은 가히 알만한 것들이지요.
나는 공부를 잘하는 사람이라, 내가 공부한 것이 족히 3시에서 수석을 할 만하였으되
게임방에서 스타로 날을 지새고 있는 것은, 도대체 쓸 곳이 없기 때문이었지요.”
신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신씨는 본래 사개추위 위원장과 잘 아는 사이였다.
위원장이 사개추위를 맡고 신씨에게 고시촌이나 법대에 혹시 쓸 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신씨가 사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위원장은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이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제가 그 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위원장은 비서도 다 물리치고 신씨만 데리고 걸어가서 사생을 찾아갔다.
신씨는 위원장을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사생을 보고 위원장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사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소주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소주를 들이키는 것이었다.
신씨는 위원장을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사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위원장이 방에 들어와도 사생은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위원장은 몸둘 곳을 몰라하며 국가에서 똑똑한 인재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사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너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직위에 있느냐?”
“위원장이오.”
“그렇다면 너는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공무원이군.
내가 법률저널 자유게시판의 전문가같은 이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대통령께 말씀드려 삼고초려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위원장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예비적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예비적“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사생은 외면하다가, 위원장의 간청에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외국의 제도를 무작정 베끼고 있는 현재의 졸속적인 로스쿨 추진을 잠시 미루고,
법조계와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하여 보다 한국적 실정에 맞는 청사진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
위원장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주위적 계책도 안된다, 예비적 계책도 안된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곘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사법개혁에 성공하고자 하면 민초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고서는 안 되고,
선발제도를 바꾸고자 하면 먼저 수험생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동떨어진 외국의 학설이나
법대에서 전혀 가르치지 않는 지나치게 실무적인 기술의 출제를 지양하고,
기초적인 법제도에서 심도있는 문제를 출제하고 불합리한 과락제도를 손봐
성실하고 기초가 튼튼한 수험생에게 합격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모범답안과 채점기준을 만천하에 공개하고 수험생들과 학계의 이의제기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보다 공정한 기준을 세워가려고 노력한다면, 잘되면 사법개혁에 일익을 담당할 것이요,
못 되어도 욕은 바가지로 들어 먹지 않을 것이다.”
"교수들이 모두 자기 분야만 중요하고 옳다고 하는데, 누가 기본 제도에서 출제를 하고 채점기준을 공개하려 하겠습니까?”
사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법학교수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시험을 볼 능력도 없으면서 심지어 변호사 자격까지 달라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외국 서적을 베껴 논문이라고 펴내니 그것이야 말로 학부생이나 하는 것이고,
다른 견해를 따라 답을 했다고 과락을 주는 것은 입시부정에 가까운 짓에 지나지 못한데,
대체 무엇을 가지고 법률가 양성이라고 한단 말인가?
이제 법률가양성제도를 바꾸겠다 하면서 그까짓 체면에 집착하고,
자기 밥그릇 보전에 급급하면서 딴에 개혁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고 하면서 그래도 사법제도를 개혁한단 말이냐?
사법개혁이라는 것이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마땅히 과락을 주어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위원장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창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사생은 간 곳이 없었다.
첫댓글 존나 재미없다 비현실적이고 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
일단 좇고딩은 수능부터
너 같은 자는 마땅히 과락을 주어야 할 것이다
100자로 줄여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좌우를 돌아보며 빨간 펜을 찾아서 그으려고 했다.
잼난다
신씨 올해 6월 28일자부터 한국법학원에서 강의중 ㅋㅋ 베리타스에서는 더이상 못뵌다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