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 조휘
아이섀도를 사고 싶다면
눈두덩에 가을이 들어찬 거야
(깊게 거칠게 뚜렷하게)
어디에도 속하지 않게 감춘 얼굴
낭만을 좇다 찢어진 마스카라와 아이섀도
분노와 치욕이 번들거리는
을의 세계
광기의 눈으로 가을은 꺼져가고 있다
빨강과 주황의 표정으로
뚜벅뚜벅 밀어내는 갑의 색채
금 간 창문틀
못 돌아올 책을 펼친다
코미디였어*
해피라는 이름 앞에 붙인 불안
느물대는 꼬리 뒤에서
감각과 강박을 내리며 창문을 닫는다
추앙받을 때 오는 위험들이
찢어지게 웃으면
어제의 일은 복구된다
양손으로 총구를 마주 겨누는
동업자 간의 예의**
갑과 을,
을과 을의
총 겨누기는 외야수가 서 있는 무대일까
* 주인공 아서 대사
** 제임스 로젠퀴스트 그림 제목
ㅡ계간 《포엠피플》(2024,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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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조커는 짙은 화장으로 얼굴을 감추고 폭력성을 자신만의 정의구현으로 드러냅니다
일상의 갑갑한 부조리 현상 모든 것을 단번에 해결한다는 설정부터가 잘못임을
알고 잇는 관객들이 환호하는 까닭도 현실이 아니기에 가능한 일이지요
코미디에 웃고 짙은 화장에 눈쌀 찌푸리면서 동업자들 끼리 죽고 죽이는 긴장감을 즐길 뿐이지요
모든 추앙의 결말은 비참한 잔해이기에 갑과 을의 대치를 관망하게 됩니다
오늘도 양손에 든 총구를 상대에게 겨누는 대치가 영화가 아니라는 현실이 서늘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