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경주마 ‘솟을대문’, 안방서 서울 경주마들 꺽다
- 미스터핑크 우찌다, 강형곤 조교사 모두 대상경주 마수걸이 우승
일본 경마의 상승세가 한국까지 이어졌다. 지난 3일(일) 부경경마공원에서 열린 KRA컵 마일(GII) 대상경주(국1군, 1600m, 총상금 4억원)에서 일본인 용병 우찌다 기수의 ‘솟을대문’(수, 3세, 2조 강형곤 조교사)이 우승을 차지했다. 공교롭게도 ’솟을대문‘의 부마(父馬) 역시 일본에서 수입된 씨수말 ’메이세이 오페라‘. 최근 세계 최고의 상금인 1,000만 달러가 걸린 ’두바이 월드컵 클래식‘에서 일본 경주마가 우승하는 등 일본 경마의 파상공세가 우리나라까지 넘어온 듯 하다.
서울 8두, 부경 6두 등 총 14두의 경주마가 출전한 KRA컵 마일 경주에서 초반의 주도권은 부경의 강자로 분류되던 ‘우승터치’였다. ‘우승터치’는 출발대를 빠르게 차고나오면서 초반 경주흐름을 지배했다. ‘솟을대문’은 중위 그룹인 6위권으로 시작하며 더 이상 처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중위그룹을 지켰다. 4코너를 지나 결승선 직선주로에 접어들자 서울의 ‘선히어로’와 ‘레인즈캣’ 등이 한꺼번에 속도를 높이며 선두로 치고 나왔고, ‘솟을대문’ 역시 경주로 중간에 자리잡으며 선두권에 가세했다. 결승선 전방 200m 지점을 두고 ‘솟을대문’은 단독 선두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더블라이트’와 ‘무패승리’가 혼신의 힘을 다해 추입을 시도했지만 이미 ‘솟을대문’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우찌다 기수의 노련한 기승술이 돋보였던 ‘솟을대문’은 2마신 차이(약 5m)로 2위마를 따돌리고 여유 있는 우승을 차지했다. ‘솟을대문’의 우승기록은 1분 45.1초였다.
애초 ‘솟을대문’은 강력한 우승후보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워낙 서울 출신 경주마들이 쟁쟁한 실력을 보유한 탓에, 홈 그라운드의 이점을 감안하더라도 복병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솟을대문’은 올해부터 우찌다 기수와 호흡을 맞춘 뒤로는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줬는데, 그 상승세가 마침내 삼관 경주 중 첫 번째 경주에서 우승하게 만든 밑거름이 됐다.
분홍빛 기수복 때문에 ‘미스터 핑크’로 불리는 우찌다(49세) 기수는 부경경마공원의 대표적인 스타 기수로, 대상경주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8년 단기 면허를 취득해 6개월간 활약하며 20%가 넘는 승률을 보여주는 등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면허 만료 후 일본으로 돌아갔던 우찌다 기수는 약 2년만인 작년 10월에 다시 한국으로 복귀했는데,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늘 웃는 얼굴과 철저한 자기관리로 국내 기수들의 모범이 되고 있는 우찌다 기수는 한국에서 첫 번째 대상경주 우승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마필관리사들이 ‘솟을대문’을 잘 관리해 준 덕분이라며, 함께 고생한 마필관리사에게 우승의 영광을 돌렸다.
‘솟을대문’을 관리한 강형곤 조교사 역시 이번이 첫 대상경주 우승이다. 강형곤 조교사는 ‘솟을대문’의 컨디션이 좋아서 입상권에는 들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우승이라는 큰 사고(?)를 칠 줄 몰랐다며, 앞으로 있을 코리안더비(GI)와 농식품부장관배(GII) 경주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내 최대의 말 테마파크 개장 등으로 약 1만 5천여 명에 달하는 많은 관중이 운집한 부경경마공원에서 펼쳐진 이날 경주의 총 매출액은 58억 원이었으며, 우승한 ‘솟을대문’의 배당은 단승식이 7.2배, 복승식이 47.5배, 쌍승식이 92배, 삼복승식이 303.6배였다.
자료제공 : 한국마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