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처리는 맑은 물 보전과 공급의 첫걸음
전주지방환경청 환경관리과 황현민
요즘 용담댐이나 옥정호 상수원보호구역 지정·해제를 놓고 각계각층의 의견이 분분하다. 다름 아닌 사람이 먹는 물이니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쓰고 버리는 생활하수에 대하여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환하는 물의 속성상 상수와 하수는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호소나 하천으로부터 취수된 물은 정수장에서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정화되어 각 가정으로 이송되며 다 쓴 물을 하수로 흘려보낸다. 우리가 흘려 버리는 하수가 자연의 순환과정을 거쳐 다시 우리에게 공급되어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가끔씩 잊고 사는게 아닐까, 순환하는 물의 속성상 상수와 하수는 결국 하나라는 사실을 우리는 애써 부정하려고 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05년 하수도통계자료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의 총량은 하루평균 약 60만 톤에 이르고 있으며 앞으로 인구증가와 더불어 하수발생량은 더욱 증가될 것이다. 이 많은 양의 하수가 곧바로 하천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전북지역 하수종말처리시설은 총 19개로 하루 약 90만 톤을 처리할 수 있고 이 용량은 하수발생량이 대폭 증가되는 하절기에도 적정처리가 가능한 양이다. 더욱이 부안과 군산을 잇는 새만금호의 수질보전을 위해 군산·부안·김제 등 새만금권역에 '08년까지 17(약 5만톤)개의 하수처리시설이 설치될 예정으로 있어 향후 전북지역 하수처리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하수종말처리시설은 단순히 가정에서 더럽혀진 물을 거르는 시설만은 아니다.
하수종말처리시설이라는 명칭 이면에는 여러가지 기능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 주민 친화기능이다. 정부는 하수종말처리시설의 혐오성을 해소하기 위해 체육시설, 홍보관, 생태공원 등 주민 편의시설을 조성하여 주민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가족끼리 잔디밭에서 공놀이를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은 방과 후 생태연못의 금붕어를 구경할 수도 있다.
둘째, 하천 정화기능이다. 대부분 하수종말처리시설이 하천 부영양화의 주 원인인 질소, 인 제거와 처리효율 향상을 위해 고도처리 개선공사를 추진하고 있으며, 개선된 하수종말처리시설에서 처리된 하수는 최고 BOD 2ppm 미만으로 방류되고 있어 하천 수질개선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셋째, 물 재생산 기능이다. 최근 고창하수종말처리시설은 처리된 하수를 이용하여 읍내를 가로지르는 고창천에 방류하는 하수처리수 재이용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 사업이 진행되면 요즘 같은 갈수기에 여기저기 바닥을 훤히 드러내 안쓰러운 모습을 보이는 하천에 물고기와 어린아이가 함께 놀 수 있는 생활의 쉼터를 조성하고 맑은 물과 하천유지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 또한 처리된 물은 조경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 다방면에서 재이용된다.
우리 몸에 피가 흐르듯 도심에는 밤낮으로 하수가 흐르고 있다. 대동맥 같은 주관로와 실핏줄 같은 부관로, 모세혈관 같은 가정집 배수관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고, 피가 심장을 향해 흐르듯 하수가 처리시설로 흘러들어간다. 피는 심장을 거쳐도 피지만, 하수는 하수종말처리시설을 거치면 하수 그 이상이 된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하수처리시설 운영주체별 선의의 경쟁을 유도하여 유지관리의 효율성을 제고시키기 위해 매년 전국 하수종말처리시설에 대한 운영관리실태를 평가하며 지도·점검 및 운영개선사례 발표회를 개최하는 등시설의 적정 유지관리에 힘쓰고 있다. 더욱이 '07.9월부터 시행될 하수도법 개정사항에는 방류수수질기준을 초과한 하수종말처리시설에 대한 과태료부과 규정이 포함되어 있으며, 향후 24시간 수질원격감시제어시스템인 TMS부착이 의무화될 예정으로 있어 하수종말처리시설에 대한 보다 효율적인 운영과 처리가 기대된다.
다가오는 3.22일은 세계물의 날이다. 맑은 물 보전도 중요하지만, 쓰고 버리는 물의 소중함과 하수처리시설의 유익함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수는 처리해도 하수’ 라는 편견이 사라질 때 진정한 물 순환이 되지 않을까?
하수종말처리시설은 단순히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이 아닌 맑은 물 재생산 시설이요, 주민친화적인 시설, 생태보전 시설로 거듭나고 있으며, 하수처리는 맑은 물 보전과 공급을 위한 첫걸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