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가을 전어젓갈 맛있더라.-
우리 집 가는 길에는 시장이 있다.
각 점포들이 있고, 길거리에도 아주머니들이 전을 펴놓고 여러 먹거리들을 판다.
나는 남자면서도 시장 구경을 잘 하는 편이다.
꼭 먹고 싶은 것이 있어서라기보다,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사람살이들이 참 정겹다.
그렇게 시장을 돌다보면 먹고 싶은 것들이 있으면, 여자들처럼 "아지매, 요고 맛있겠네! 요고는 얼맙니꺼?" 하고 물으면, "아이구 맛있고 말고. 원장님은 남자라도 맛을 아네예. 한 소쿠리 5000원이고, 큰 소쿠리 요고는 10000원이고예." 하며 반갑게 맞아 주신다.
나는 아주머니들의 그 순수하고 정감있는 말투에서 사람사는 냄새를 맡고 싶어서, 할아버지처럼 뒷짐을 지고 시장 구경을 잘 다닌다.
오늘도 저녁먹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 올라가면서, 특별히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이 없으면서도 버릇처럼 시장을 들렀다.
반찬가게에서 전어젓갈이 참 맛있어 보였다.
"아지매, 이 전어젓갈 이거는 우째 팝니꺼?"
"5000원입니더. 쪼매이 비싸서 그렇지 요새 맛있지."
"글치예? 5000원어치 담아 주이소."
내가 먹고싶어서 사긴 했지만, 집으로 들어가면서도 빈손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그래도 순대나 붕어빵이라도 사들고 가서 가족들이 둘러앉아서 먹는 걸는 걸 좋아한다.
"이거 뭔데?"
"전어젓갈이 맛있겠다 싶어서 사왔지."
"얼마친데?"
"5000원어치부터 팔던데?
"그러마 쌈배추도 안 사오고 젓갈만 사오마 우짜노?"
"아~, 맞네! 쌈배추 없어도 밥숟가락위에 얹어서 먹어도 맛있다 와."
"짭은 거 먹으마 얼마나 해로운강 아나?"
'짜도 젓갈이나 간장이나 된장은 숙성이 돼서 소금하고는 다르지.'하려다가 마 참았다.
남자가 어떻게 이런 반찬거리를 사왔을까 싶어서라도, "맛있겠네!" 라는 말을 해줬으면 좋을 걸 하는 아쉬움은 좀 있었다.
그래도 건강을 걱정해서 그러겠지 생각하고 말았다.
가을 전어젓갈!
맛있더라!
가을 전어젓갈에다가 양파, 풋고추를 썰어넣고,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서 먹었는데, 참 맛이 좋았다.
여기다가 마늘 갈아서 좀 넣고, 참기름 몇 방울 넣어서 먹었으면 맛이 더 죽였을 텐데....
그래도 어릴 때, 가난해서 반찬없는 시골 밥상에서 보리밥 숟가락에다 멸치젓갈을 얹어 먹던 그때 생각하면서 먹으니까, 전어젓갈은 꿀맛이더라!
너거도 한 번 먹어봐라.
오늘은 하도 맛있어서 다른 날보다 밥을 쪼매이 더 먹었다.
안 먹어 본 사람들은 그 맛 모를끼라, 그쟈?
낼 아침에 또 먹어야지!
ㅋㅋㅋ
2021년 11월 18일 밤 11시 16분,
권다품(영철)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