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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카페 게시글
시 창작 연구 스크랩 * 오장환 시인 ( 시모음 )
은하수 추천 0 조회 171 16.03.05 14: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장환 시인 ( 시모음 )

 

 

 

오장환(吳章煥, 1918~ ). 충청북도 보은 출생.
휘문고보를 졸업했으며 명치대학(明治大學) 전문부 수학.
1931년 <조선문학>에 시 <목욕간>을 발표하면서 문단에 나옴.
초기 시는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아 문명비판적인 시와 보들레르적인
경향의 시를 많이 썼음. 그러나 1940년을 전후하여 서정적 사색을 
기반으로 한 건강한 생명력을 추구하는 시를 썼음.
해방 이후 선명한 정치 노선을 드러내며 현실 참여적인 시를 활발히
발표하였고 이후 월북. 시집 <성벽>(1937), <헌사>(1939), <병든 서울>(1946),
<나 사는 곳>(1947)을 간행하였으며, 역시집 <에세닌 시집>을 1946년에 간행함.


 


나의 노래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가슴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새로운 묘에는

 
예 흙이 향그러

단 한번
나는 울지도 않었다.

새야 새 중에도 종다리야
화살같이 날러가거라

나의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하야

나의 과녁은
오직 님을 향하야

단 한번
기꺼운 적도 없었더란다.

슬피 바래는 마음만이
그를 좇아
내 노래는 벗과 함께 느끼었노라.

나의 노래가 끝나는 날은
내 무덤에 아름다운 꽃이 피리라.

 

 

 

 길손의 노래

입동철 깊은 밤을 눈이 나린다. 이어 날린다.
못 견디게 외로웁던 마음조차
차차로이 물러앉는 고운 밤이여!

석유불 섬벅이는 객창 안에서
이 해 접어 처음으로 나리는 눈에
람프의 유리를 다시 닦는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 그리움일래
연하여 생각나는
날 사랑하던 지난날의 모든 사람들
그리운 이야
이 밤 또한 너를 생각는 조용한 즐거움에서
나는 면면한 기쁨과 적요에 잠기려노라.

모든 것은 나무램도 서글픔도 또한 아니나
스스로 막혀오는 가슴을 풀고
싸늘한 미닫이 조용히 열면
낯선 집 봉당에는 약탕관이 끓는 내음새

이 밤 따러
가신 이를 생각하옵네
가신 이를 상고하옵네.

 

 


 The Last Train

저무는 역두에서 너를 보냈다.
비애야!

개찰구에는
못 쓰는 차표와 함께 찍힌 청춘의 조각이 흩어져 있고
병든 歷史가 화물차에 실리어 간다.

대합실에 남은 사람은
아즉도
누귈 기둘러

나는 이곳에서 카인을 만나면
목놓아 울리라.

거북이여! 느릿느릿 추억을 싣고 가거라
슬픔으로 통하는 모든 路線이
너의 등에는 지도처럼 펼쳐 있다.

 

 


고향 앞에서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잣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귀촉도(歸蜀途) - 오장환
- 廷柱에게 주는 시

巴蜀으로 가는 길은
서역 삼만리.
뜸부기 울음 우는 눈두렁의 어둔 밤에서
갈라래비 날려보는 외방 젊은이,
가슴에 깃든 꿈은 나래 접고 기다리는가.

흙몬지 자욱히 이는 장거리에
허리끈 크르고, 대님 크르고, 끝끝내 옷고름 떼고,
어두컴컴한 방구석에 혼자 앉어서
窓 넘어 뜨는 달, 상현달 바다다보면 물결은 이랑 이랑
먼 바다의 향기를 품고,
巴蜀의 印朱빛 노을은, 차차로, 더워지는 눈시울 안에 -

풀섶마다 小孩子의 관들이 널려 있는 뙤의 땅에는,
너를 기두리는 一金七十圓也의 쌀러리와 쬐그만 STOOL이 하나
집을 떠나고, 권속마저 뿌리이치고,
장안 술 하롯밤에 마시려 해도
그거사 안되지라요, 그거사 안되지라요.

巴蜀으로 가는 길은
서역 하늘 밑.
둘러보는 네 웃음은 용천病의 꽃 피는 울음
굳이 서서 웃는 검은 하늘에
상기도, 날지 않는 너의 꿈은 새벽별 모양,
아 새벽별 모양, 빤작일 수 있는 것일까.

 

 


 소야(小夜)의 노래


무거운 쇠사슬 끄으는 소리 내 맘의 뒤를 따르고
여기 쓸쓸한 자유(自由)는 곁에 있으나
풋풋이 흰눈은 흩날려 이정표(里程表) 썩은 막대 고이 묻히고
더러운 발자국 함부로 찍혀
오직 치미는 미움
낯선 집 울타리에 돌을 던지니 개가 짖는다.
어메야, 아직도 차디찬 묘(墓) 속에 살고 있느냐.
정월(正月) 기울어 낙엽송(落葉松)에 쌓인 눈 바람에 흐트러지고
산(山)짐승의 우는 소리 더욱 처량히
개울물도 파랗게 얼어
진눈깨비는 금시로 나려 비애(悲哀)를 적시울 듯
도형수(徒刑囚) 발은 무겁다.


 


 성탄제

산밑까지 나려온 어두운 숲에
몰이꾼의 날카로운 소리는 들려오고,
쫓기는 사슴이
눈 우에 흘린 따듯한 핏방울.
골짜기와 비탈을 따러 나리며
넓은 언덕에
밤 이슥히 횃불은 꺼지지 않는다.
뭇김승들의 등 뒤를 쫓어
며칠씩 산속에 잠자는 포수와 사냥개,
나어린 사슴은 보았다
오늘도 몰이꾼이 메고 오는
표범과 늑대.
어미의 상처를 입에 대고 핥으며
어린 사슴이 생각하는 것
그는
어두운 골짝에 밤에도 잠들 줄 모르며 솟는 샘과
깊은 골을 넘어 눈 속에 하얀 꽃 피는 약초.
아슬한 참으로 아슬한 곳에서 쇠북소리 울린다.
죽은 이로 하여금
죽는 이를 묻게 하라.
길이 돌아가는 사슴의
두 뺨에는
맑은 이슬이 나리고
눈 우엔 아직도 따듯한 핏방울……

 

 

 

산협(山峽)의 노래

이 추운 겨울 이리떼는 어디로 몰려다니랴.
첩첩이 눈 쌓인 골짜기에
재목을 싣고 가는 화물차의 철로가 있고
언덕 위 파수막에는
눈 어둔 역원이 저녁마다 램프의 심지를 갈고.

포근히 눈은 날리어
포근히 눈은 내리고 쌓이어
날마다 침울해지는 수림(樹林)의 어둠 속에서
이리떼를 근심하는 나의 고적은 어디로 가랴.

눈보라 휘날리는 벌판에
통나무 장작을 벌겋게 지피나
아 일찍이 지난날의 사랑만은 따스하지 아니하도다.

배낭에는 한 줌의 보리 이삭
쓸쓸한 마음만이 오로지 추억의 이슬을 받아 마시나
눈부시게 훤한 산등을 내려다 보며
홀로이 돌아올 날의 기꺼움을 몸가졌노라.

눈 속에 싸인 골짜기
사람 모를 바위틈엔 맑은 샘이 솟아나고
아늑한 응달녘에 눈을 헤치면
그 속에 고요히 잠자는 토끼와 병든 사슴이.

한겨울 내린 눈은
높은 벌에 쌓여
나의 꿈이여! 온 산으로 벋어 나가고
어디쯤 나직한 개울 밑으로
훈훈한 동이가 하나
온 겨울, 아니 온 사철
내가 바란 것은 오로지 따스한 사랑.

한동안 그리움 속에
고운 흙 한 줌
내 마음에는 보리 이삭이 솟아났노라.

 

 

 

 어린 누이야

어찌 기쁨 속에만 열매가 지겠느냐.
아름다이 피었던 꽃이여! 지거라.
보드라운 꽃잎알이여!
흩날리거라.

무더운 여름의 우박이여!
오 젊음에 시련을 던지는
모든 것이여!

나무 그늘에 한철 매암이
슬피 울고
울다 허울을 벗더라도
나는 간직하리라.

소중한 것의 괴로움,
기다리는 마음은
절망의 어느 시절보다도
안타까워라.

오 나는 간직하리라.


喪列

고운 달밤에
상여야, 나가라
처량히 요령흔들며

상주도 없는
삿갓가마에
나의 쓸쓸한 마음을 실고

오날 밤도
소리없이 지는 눈물
달빛에 젖어

상여야 고웁다
어두운 숩속
두견이 목청은 피에 적시여......

 

 

 

 무인도(無人島)

나의 지대함은 隕星과 함께 타버리었다

아즉도 나의 목숨은 나의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인가 그 언제인가
허공을 스치는 별님과 같이
나의 영광은 사라졌노라

내 노래를 들으며 오지 않으랴느냐
독한 향취를 맡으러 오지 않으랴느냐
늬는 귀기울이려 아니하여도
딱다구리 썩은 고목을 쪼읏는 밤에 나는 한걸음 네 앞에 가마

표정없이 타오르는 인광이여!
발길에 채는 것은 무거운 묘비와 담담한 상심

천변 가차이 가마구떼는 왜 저리 우나
오늘밤 아 오늘밤에는 어디쯤 먼 곳에서
물에 뜬 송장이 떠나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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