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일 어느날 우리가 DVDㆍCD플레이어ㆍ컴퓨터ㆍ에어콘 등이 전시되어 있는 전자 상가 안을 걸어 다니고 있다면, 우리는 우리의 뇌(brain) 안을 걸어다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
━ 티벳탄 펄서 & 그룹 리더, 깐뚜 (2003ㆍ8ㆍ1) ━
그 날 따라, 브레인(Brain)이란 기관은 나에게 있어 약간 의미심장한 기관일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데이타들이 저장되어 있는 그 곳……. 어쩌면 그곳은 다친 하트(heart 심장)만큼이나 나에게 있어 또 다른 아픔이 있는 곳 일지도…….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의 상상을 한다... 그리고 수많은 판단과 분별, 고민, 생각을 한다. 그런 다음, 그것은 하나의 시각적인 이미지화, 하나의 형태(form)을 지닌다... 아무리 격한 슬픔의 감정이나 생생한 느낌들도, 알고보면 어떤 특정한 형태를 지닌 이미지가 되지 않으면 그것을 느낌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뇌는 아래에서 올라오는 그러한 이모셔널한 에너지들을 구체화 하는, 일종의 복사기라고 한다... 뇌는 전달하는, 표현하는 역할을 할 뿐이라고 한다... 내 안의 느낌, 내 안의 감정, 내 안의 욕망, 기타 모든 것들을 구체화하며, 이미지화 한다... 그리하여 그것들은 밖으로 나오기를 대기하고 있다.... 어떻게 밖으로 나올까? 구상하는 것, 설계하는 것, 만드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눈 앞에 그대로 보여 주는 것(발명ㆍ창조)으로... 그것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우리는 뇌 속에 많은 것을 담고 살아간다... 그룹 리더(깐뚜)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었다...
그 날의 작업 기관인 뇌는, 이러한 원리에 착안하여, 뇌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미골 (엉덩이 끝 부분에 있는 뼈)의 텐션(긴장)을 풀어내는데 포커스를 맞추었다... 왜냐하면 뇌는 결국 알고보면 뭔가를 반영하고 복사해주는 역할만 할 뿐, 실질적으로 뇌에 에너지를 주고 오더(명령)를 내리는 곳은 미골이기 때문이다.... 미골에서 쿤달리니처럼 올라가는 에너지가 그 주요 포커스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뇌가 마치 뭔가 가장 중요한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스럽지 못한 것, 뭔가 본래 있던 것이 아닌, 인간이 구상하여 만들어낸 인위적인 것들, 이를테면 DVDㆍCD플레이어ㆍ앰프ㆍ컴퓨터ㆍ에어콘……. 이런 것들은 모두다 인간의 사고에 의해 탄생한 작품들로서, 티벳탄 펄싱의 관점에서 보자면, 뇌의 작용에 의해 탄생한 창조물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정말 우습게도, 솔직히, 나는 이런 기계들과 훨씬 더 친하다... 사람보다도 훨씬 더……. 꽃이나 강아지보다 훨씬 더…….
나의 방(my room)이 그렇다... 내 방에 있는 것들을 한번 나열해 볼 필요가 있다... 야마하 앰프(YAMAHA RX-V795a)ㆍJBL 스피커 (메인 1쌍ㆍ리어 1쌍)ㆍSONY DVD 플레이어ㆍTEAC 테이프 데크ㆍ인켈 CD 플레이어ㆍPanasonic 9헤드 S-VHS VCRㆍ SONY MD-PㆍSONY 6헤드 VCRㆍ디지탈 위성방송 튜너ㆍLG 29인치 TVㆍ에어콘ㆍ 그리고 400장이 넘는 음반(CD)들과 일본 CS 위성 방송에서 녹화한 각종 뮤직 비디오 와 라이브 자료를 담은 200여 개의 비디오 테이프들ㆍ헤드폰ㆍ주렁 주렁 담겨진 수많은 AV 케이블과 Coxial 케이블(광케이블 단자)ㆍ약 20장의 LD(레이져 디스크) ㆍ30장의 LP들ㆍHP 스캐너ㆍ컴퓨터ㆍ그리고 맛이 가서 지금은 쓰지 않는 구닥다리 앰프와 SONY LD 플레이어 등……. 여기에다 과거 하이텔 시절에는 일본 음악 동호회를 하다보니, 그 유명한 빅터(Victor) X-7과 영상 편집기까지 함께 가지고 있었다... (지금은 팔아먹고 없음. ^^) 왠만한 홈 시어터 수준이 되어가려고 한다.... ^^ 가끔 내 방에 뭔가 설치하러 온 직원들은, 내 방을 무슨 작업실(?)로 착각하곤 한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친구들이다... 내 방에 생명이 있는 것이라곤, LCD 컴퓨터 모니터 앞에 세워둔 작은 선인장 한 마리뿐……. 나머지 모두다 기계들이다!
나는 이렇게 기계들과 친하다... 기계들과 친한 인간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됫다... 어릴적 부터 나는 사람들과 별로 친하지 못했다... 나는 사람 대신 장난감(toy)과 친했다... 내가 오죽이나 장난감을 좋아했으면, 아예 장난감으로 가득 찬 방이 따로 있을 정도였을 까? 그 방은, 특별히 나를 위해 비워둔 방으로, 얼핏 보기엔 창고같지만, 실은 그 안에 온갖 로보트와 조립식 장난감들로 잔뜩 채워진 방이다...
아주 어릴적부터... 엄마는 아침에 잠깐, 저녁에 잠깐 만나는 그런 사람이 되어 갔다... 더욱이 난 형제라곤 아무도 없는 외동아들로 자라났다... 나에겐 누나도, 형도, 동생도 없는, 오직 나 혼자였을 뿐이다... 그리고 집에는 가정부 아줌마가 있었을 뿐인데……. 어느덧 나는 가정부 아줌마를 엄마로 착각하곤 했다.... 그리고 그런 빈자리를 나는 장난감으로 채워갔다.... 많은 장난감들로…….
세훨이 지나, 나는 장난감 대신, 좀더 진화된 것들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나는 영화가 나오는 비디오와 친해져 갔다…… 음악이 나오는 카세트와 친해져 갔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부터 이런 기계들과 친해지기 시작했는데, 때때로 그 기계들과 내가 어떤 교감이라도 나누는 듯한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기계를 이렇게 저렇게 해부해 보기도 했었는데, 나중엔 완전히 망가져서 AS 기사도 두 손 두 발 다아 들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오늘날에 이르러... 나는... 이런 것들이 더욱더 진화되어... 앰프로, 스피커로, CD 플레이어로, 400장 이상의 음반들로.... 하나씩 하나씩 바꾸어져 갔다... 그 옛날 가지고 놀던 그 수많은 장난감들이... 어른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이렇게 바뀌어져 간 것이다...
마지막으로 더욱더 이것들은 진화되어, 마침내 최고의 것으로 변형된 것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나의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지나친 중독증이었다... 명상조차도 이제는 인터넷으로 하는 시대…… 그에 걸맞게 나는 인터넷 사이버 명상 모임까지 만들어서, 그것에 몰두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두뇌가 이제 나의 삶의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누군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하트(heart 가슴)가 억압되면 그 에너지는 마인드(mind 두뇌)로 도망칩니다.. 하트(가슴)에서 풀지 못한 에너지가 마인드(두뇌)로 도망하가서 야단법썩을 떠는 것이죠...』
미골의 긴장을 풀어내는 척추 작업을 하면서, 이런 『알수 없는 슬픔들』이 몰려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것은 마치 고압 전선에 감전되어 『징∼』 하는 듯한 느낌으로 거세게 올라왔다... 나는 그 슬픔들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것은 꾀나 엄청난 슬픔의 에너지였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누군가의 스킨쉽과 함께, 누군가의 품 안에서 함께 놀아야할 어느 원시인 어린 아이가, 홀로 방 안에 앉아 마징가Z를 가지고 노는 모습들이, 채워지지 못해 아쉬워하는 모습들이 문뜩 아주 찰나처럼 떠올랐다가 스쳐 지나갔다... 그 소년에게 가슴은 이미 오래 전에 식어버렸다... 그 소년은 오랜 세훨동안 가슴 대신 뇌를 굴려 자기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 속에 살면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는 일에 아주 잘 길들여져 있었다.. 또 세훨이 지나, 그 소년은 어른이 되어 가면서, 수많은 음반들과 기계들로 장난감을 대신하여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그 소년의 가슴 안에 뭔가 억눌린 에너지들이, 그의 뇌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그 소년의 뇌 속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그는 왠지 약간 좀 복잡해 보였다... 그는 바로 나였다! 그랬다... 나의 방(my room)은 나의 두뇌(my brain)였다...
그 날, 태어나서 28년 동안 억눌려 왔던 가슴이... 반란(?)을 일으켰다... RISE OF THE HEART… 독재자, 뇌여! 사퇴하라… ^^
그리고 정확히 2주가 지난 후에, 『제 2차 반란』이 일어났다... 8월 15일 밤, 유스 호스텔에서 있었던 노-마인드(No-Mind)가 그것이었다... 노-마인드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몸 전체에서 머리 부분만 싹뚝 잘려져 나아가 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무두(無頭)』라는 말이 어울릴 것이다...
독재자 뇌는,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수많은 하트 에너지들을 『뇌』라는 감옥에 다시 투옥시키기 위해 강경한 시위진압에 나섰다... ^^ 뇌는 나에게 이렇게 말한다...
『우리도 어쩔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하고 싶어서 이러는 줄 아십니까?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가슴에 머물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당신은 엄청난 혼란을 겪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 또 다시 이 데모(?)가 일어닐지 모른다... 이것은 뭔가 나에게 좋은 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지도 모른다...
독재자, 뇌여! 사퇴하라… ^^
♬ Separate Lives ♪ Phil Collins & Bridgette Bryant
첫댓글 읽고 나니 가슴이 아프네요....가슴의 회복...노 마인드.....제가 가야할 길이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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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