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유럽인이 정착한 대부분 지역 및 서남아시아와 남아시아의 대부분 지역에서 사용하는 언어들의 일족.
인도유럽어족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하나의 언어에서 파생한 언어들이다. 이 언어는 거의 5,000년 전 흑해 북쪽의 초원지대에서 쓰였고, BC 3000년경에 이르러 수많은 방언으로 갈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일부 부족이 유럽과 아시아로 이주하면서 함께 이동해간 이들 방언들은 얼마 후 별개의 언어로 발전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다양한 언어의 발전 단계를 보여준 기록을 남겼다. 이 언어들은 과거와 현재에 걸쳐 다음과 같은 주요어파로 분류할 수 있다. 히타이트어를 주요언어로 하는 아나톨리아어파, 산스크리트와 아베스타어 및 근대 힌디어와 페르시아어를 포함하는 인도이란어군, 그리스어파, 라틴어와 라틴어를 이어받아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이탈릭어파, 프랑스어·이탈리아어·스페인어·포르투갈어를 포함하는 로망스어파, 고트어와 근대 영어·독일어·네덜란드어 및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여러 언어들을 포함하는 게르만어파, 아르메니아어파, 아일랜드어와 웨일스어를 포함하는 켈트어파, 알바니아어파, 지금은 사라진 토카라어파, 지금은 사라진 고대 프로이센어와 근대 라트비아어 및 리투아니아어를 포함하는 발트어파, 고대 교회 슬라브어와 러시아어·체크어·폴란드어·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들을 포함하는 슬라브어파 등이 그것이다. 발트어파와 슬라브어파에 대해서는 수많은 공통된 특징을 바탕으로 한 하나의 발트슬라브 조어를 상정하는 경우도 있다.
언어를 발생학적으로 분류할 때는 어원이 같을 것으로 추정되는 낱말들을 서로 비교하여 규칙적인 음운 대응체계를 확립한다. 서로 대응하는 여러 벌의 음운에 대해서는 각각 갈라지기 전의 음운을 가정하고, 거기에 '음운 규칙'을 적용하여 그 음운이 파생 언어에서 어떤 발전 과정을 거쳤는가를 추적한다. 발음이나 표기 형태가 비슷하다는 것 자체는 동족 관계를 설정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예를 들어 '불'을 뜻하는 프랑스어의 'feu'와 독일어의 'Feuer'는 발음과 철자가 비슷하지만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둘'을 뜻하는 아르메니아어의 'erku'는 영어의 'two'와 발음과 철자가 전혀 다르지만 매우 체계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일부 언어들(그리스어·라틴어·산스크리트·게르만어·켈트어) 사이에 발생론적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1786년 영국의 동양학자 윌리엄 존스 경이 처음 제시했다. 그는 이 언어들이 모두 하나의 '공통된 원천'에서 유래했다고 주장했다. 19세기에는 존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었고, 그밖에도 수많은 언어가 인도유럽어족에 포함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음운 비교를 바탕으로 한 발생론적 상관관계는 19세기초 덴마크의 라스무스 라스크와 독일의 언어학자 야코프 그림의 노력으로 확립되었다. 이들 학자들은 게르만어파와 그리스어 및 라틴어에서 같은 뜻을 가진 낱말들을 선택하여 그 낱말의 발음 사이에 대응관계를 확립했다.
19세기에 와서 조어와 파생어의 관계를 설명하는 음운 변화 일람표는 더욱 정확하고 치밀해졌다. 전에는 이유없는 예외로 여겨졌던 음운현상도 나름대로 규칙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따라서 그림 법칙에 의해 게르만어파의 폐쇄음과 마찰음 및 다른 인도유럽어족의 자음 사이에 대응관계(예를 들면 라틴어 'pater'의 폐쇄음 'p'는 영어 'father'의 파찰음 'f'와 대응함)가 확립되었지만, 설명되지 않은 현상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그 나머지 부분은 나중에 그라스만 법칙과 베르너 법칙으로 설명되었다. 그라스만 법칙은 그리스어와 산스크리트에서 나타나는 유기음 이화작용을 설명했고, 베르너 법칙은 원래의 강세 위치가 게르만어파에 나타나는 인도유럽어족의 자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음운변화의 명백한 규칙성에 자극받아, 1870년대에 신문법학파라고 불리는 새로운 언어학파가 생겨났다 (→ 신문법학파). 인도유럽어족을 철저히 다룬 가장 최초의 저서는 신문법학자인 카를 브루크만이 쓴 여러 권의 〈인도유럽어 비교문법 개요 Grundriss der vergleichenden Grammatik der indogermanischen Sprachen〉(1897~1916)이다.
인도유럽어 조어는 풍부하고 잘 발달된 폐쇄음 체계를 갖고 있었다. 이 폐쇄음을 조음 위치에 따라 분류하면 양순음·치음·구개음과 연구개 폐쇄음이 있고, 이것들은 다시 무성음과 유성음 및 유성 유기음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인도유럽어 조어가 이밖에도 3, 4개의 폐쇄음이나 마찰음을 더 갖고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이 자음들을 표기할 때는 번호가 붙은 후두음 기호(H1, H2, H3, H4)를 이용한다. 인도유럽어족 가운데 아나톨리아어파만이 인도유럽어 조어에 후두음이 존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보이는 것 같다(인도유럽어 조어의 후두음 H2와 H3는 히타이트어에서 ḫ로 나타남). 다른 인도유럽어족에는 이 후두음이 모음의 길이(모음 뒤에 자음과 결합된 후두음이 따라나올 때)와 특성에 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인도유럽어 조어의 후두음 H2는 인접한 기본 모음 'e'를 'a'로 윤색하고, H3는 인접한 모음 'e'를 'o'로 윤색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인도유럽어족의 공명음은 폐쇄음과는 반대로 여러 방언의 음운변화 가운데에서 매우 안정되어 있다. 공명음은 모음이 될 수 있을 만큼 잘 울리고 자음이 되기에 충분한 폐쇄작용을 수반한다. 실제로 인도유럽어족의 공명음 r, l, y, w, m, n은 어떤 환경에서는 음절의 주음(主音)을 이루며, 다른 환경에서는 음절을 이루지 못한다(음절의 주음을 이루는 공명음의 변형은 r, l, i, u, m, n등임).
인도유럽어 조어의 모음체계는 아주 빈약했다. 이 모음 체계의 기본 모음은 'e'('표준등급')였고, 이 모음이 특정한 문법적 환경에서 일으킬 수 있는 변화는 탈락('제로 등급'), 'o'로 변하는 것(o-등급), 'ē,'로 길어지는 것(연장 등급), 'ō'로 변하면서 길어지는 것(연장 o-등급)뿐이었다. 문법적 조건의 유형에 따라 모음이 바뀌는 것을 모음교체라고 한다. 이 체계에서 후기에 나타나는 모음들은 후두음의 윤색을 받은 결과이다.
출처:http://simjeon.kr/xe/79925 바람과 구름과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