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에 다니는 신모(32·서울 서초구)씨는 매달 생리휴가를 반드시 내고 집에서 쉰다. 생리량이 너무 많아 밖에 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데다, 생리 기간에는 극심하게 피로하고 가슴이 쿵쾅거리기 때문이다. 참다 못해 산부인과 검진을 받은 결과 자궁근종이 원인이었다. 의사는 "자궁 근육과 내막 사이에 근종이 생겨 생리량이 많아진 것"이라며 "생리량을 줄이려면 근종을 수술로 떼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월경량은 자궁 질환의 중요한 신호다. 하루에 생리대를 10장 이상 사용할 정도로 월경량이 많거나, 거꾸로 월경량이 갑자기 평소보다 적어지면 자궁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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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경량이 너무 많거나 갑자기 적어지는 것은 산부인과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 제일병원 제공
◆자다가 깨서 생리대 갈면 월경과다증
생리 기간이 7일 이상이거나 총 월경량이 80mL 이상이면 월경과다증이다. 모든 여성의 9~20% 정도가 해당될 만큼 흔하지만, 대부분은 모르고 넘긴다. 허준용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교수팀이 초등학교 여교사 77명을 조사한 결과 월경과다증이 전체의 34%(26명)이었으나 한 명만 빼고 월경량이 정상이라고 생각해고 있었다.
이병석 강남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생리대를 하루에 10장 넘게 쓰거나, 자다가 깨서 생리대를 갈아야 할 정도로 월경량이 많으면 월경과다증 검사를 받아 보라"고 말했다. 김태진 제일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과다증의 가장 흔한 원인은 스트레스이지만, 자궁 내막 안쪽에 근종이 있거나 자궁내막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자궁선근증 때문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수술로 근종이나 비정상적인 자궁내막을 제거해야 한다.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이 스트레스 등으로 유발된 월경과다증은 피임약을 일정 기간 처방해 조절한다. 증상이 아주 심하면 프로게스테론이 함유된 자궁 내 피임장치를 삽입해서 생리를 아예 하지 않도록 할 수도 있다.
◆월경과소증은 자궁내막 이상
월경과소증은 월경량이 자신의 평균량보다 지나치게 줄어든 상태가 몇 달 이상 계속되는 상태이다. 자궁내막에 염증이 심하거나 임신중절수술 등으로 자궁내막이 유착되면 월경량이 감소한다. 김태진 교수는 "이런 경우는 내시경 수술로 유착된 내막을 제거하고 재유착되지 않도록 자궁 내 장치(루프)를 끼운 뒤, 호르몬요법 등으로 자궁 내막이 두꺼워지게 한다"며 "그러면 생리량이 늘어나며 임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월경과소증은 폐경의 신호일 수 있다. 이병석 교수는 "특히 40세 이전에 월경과소증이 나타나면 조기폐경 여부를 검사 한 후 호르몬 치료 등을 받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