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다시 읽는 서유기
중국 최고의 고전 중 하나인 <서유기>는 모두 익숙한 작품이시죠? <서유기>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등에 모티브를 제공하거나 리메이크되었기 때문에, 책으로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손오공과 사오정, 저팔계 그리고 삼장법사의 스토리는 모두들 접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퀴즈! <서유기>에서 손오공의 정확한 나이는 몇 살일까요? 천계의 하루는 지상의 몇 년일까요? 궁금하다면 <서유기>를 숫자로 다시 읽어보며 알아보아요~
1. 손오공의 나이는 몇 살일까?
<서유기>의 작가 오승은은 등장인물의 구체적인 생년월일이나 나이는 기록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신 소설에 숨겨진 실마리로 손오공의 나이를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서유기 제 3회에서, 화과산으로 돌아온 손오공은 유유자적하며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날, 술에 취해 잠든 손오공을 염라대왕이 보낸 저승사자가 저승으로 데려갑니다. 눈을 뜨고 비로소 자신이 저승에 와 있는 것을 알게 된 손오공은 황당했겠죠. 저승사자와 옥신각신하다가 화가 난 손오공은 여의봉을 휘둘러 저승사자를 흠씬 두들겨 팼습니다.
그러고도 분이 덜 풀린 손오공은 염라대왕이 사는 삼라전으로 쳐들어갔습니다. 아무리 염라대왕이라 해도 결국은 무관이 아닌 사무직인지라, 당연히 손오공의 적수가 되지 못했습니다. 염라대왕은 모든 책임을 저승사자에게 돌리고, 세상에 동명이인이 많다 보니 실수한 것 같다고 변명했습니다.
염라대왕의 말을 믿을 수 없었던 손오공은 직접 증거를 확인하겠으니 생사부를 가져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생사부에서 손오공은 드디어 자신의 이름을 찾아내는데, 그 위에 ‘이 원숭이는 342살까지 살 수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즉, 현재 시점(제 3회)에서 손오공은 이미 342년을 살고, 죽어서 저승에 온 거죠. 그러나 더 오래 살고 싶었던 손오공은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그 위에 다른 원숭이의 이름을 쓴 후, 저승을 유유히 빠져나옵니다.
정답: 342살
2. 천상의 하루는 지상의 몇 년일까?
손오공은 저승에 가기 전에 이미 다른 사고를 친 바 있습니다. 동해 용궁에 가서 정해신침을 뽑아 자신의 여의봉으로 삼은 사건이 그것입니다. 용왕 역시 염라대왕과 마찬가지로 손오공을 대적하지 못해 정해신침을 내주고 맙니다.
염라대왕과 용왕에게 이 소식을 전해들은 옥황상제는 단단히 화가 나 당장 손오공을 치려 합니다. 이 때 태백금성이 나서서 손오공에게 관직을 주어 투항시키자고 제안합니다. 그는 손오공이 일찍부터 천계로 올라가 신선이 되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었거든요. 손오공은 물론 이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이 갑작스럽게 내려졌는지라(낙하산인사-_-) 옥황상제는 손오공에게 적당한 직책을 영 찾기 힘들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신선들은 죽지 않기 때문에 천계에는 퇴직자도 없고 신규 오프닝도 나지 않았던 것. 옥황상제는 유일하게 공석이었던 어마감(말을 관리하는 부서)의 직책을 손오공에게 주고 필마온이라 명했습니다.
바라던 바가 이루어져 너무 신났던 손오공은 말을 기르고 돌보는데 모든 열정을 쏟았습니다. 덕분에 천계의 말들이 모두 통통하게 살이 올랐죠. 그렇게 반 개월이 지나고 손오공과 어마감의 수하들이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손오공은 지나가는 말로 자신의 품계가 몇 품인지 물었는데, 수하가 대답하길 품계가 없다는 겁니다. 즉, 손오공의 직책은 품계도 없는 천계에서 제일 말단직이었던 것이죠. 이를 듣고 너무나 실망한 손오공은 당장에 일을 때려치우고 천계를 떠났습니다.
화과산으로 돌아온 손오공은 부하 원숭이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한 녀석이 말하길, “감축드립니다, 대왕. 천계에서 십여 년 만에 돌아오셨으니 분명 큰 공을 세우셨겠지요?” “반 개월밖에 있지 않았거늘 무슨 말이냐, 이 놈아?” “천상의 하루는 지상의 1년과 같사옵니다. 반 개월을 계셨으니 지상에선 이미 십 수년이 흐른 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반 개월은 음력 반 개월 입니다. 음력으로 한 달은 약 29일 12시간 44분 2초이므로 반 개월은 약 14일 18시간 22분 1초의 시간에 해당합니다. 엄밀하게 따지면 15일보다 약간 모자라는 시간입니다. 그 동안 지상에서는 15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답 1년
3. 손오공은 몇 년 동안 신선으로 지냈을까?
이번에는 독각귀왕이 손오공에게 물었습니다. “대왕께서 천계에 이토록 오래 계셨는데, 어떤 직책을 맡으셨는지요?” 손오공은 대답하기도 민망했지만, 많은 부하원숭이들 앞에서 대답을 안 할 수도 없어 결국 “옥황상제께서 현명하지 못하여 나를 필마온인가 뭐시긴가 하는 직책에 봉하셨네.”라고 대답했습니다.
한편, 옥황상제는 일을 때려치우고 제멋대로 천계를 떠난 것도 모자라 자신을 모욕하기까지 한 손오공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결국 무력으로 손오공의 항복을 받아내기로 결정하고, 탁탑 이천왕과 그의 아들 나타 등을 보내 손오공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처음으로 대군을 맞아 싸우게 된 손오공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은 것입니다. 오승은은 1983자(총 필획은 18318획)나 써가며 이 전쟁장면을 묘사했으나, 결론만 말하자면 손오공의 승리.
대패하여 천계로 돌아간 이천왕 일행은 자신들의 대군을 보고 겁을 먹은 손오공의 무리는 심리전에서 이미 패배했다, 그러나 화과산의 꽃과 나무를 차마 상하게 할 수 없어(!) 회군하였고, 이로서 화과산에 천계의 위엄과 옥황상제의 인애지심을 널리 알렸노라(?) 고했습니다. 대노한 옥황상제는 다시 군사를 보내 화과산을 치려 하였으나, 이번에도 후진타오가 그러하듯 ‘조화사회 건설’을 위해 좋게좋게 마무리하자는 태백금성의 설득을 받아들여 손오공을 진짜로 신선으로 삼고 천계로 부릅니다. 감동한 손오공은 다시 천계로 올라가 183년 동안 신선 생활을 하게 됩니다.
정답 183년
4. 그 이후의 이야기
두 번째로 천계에 올라간 손오공은 전과는 다른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옥황상제는 그에게 ‘제천대성’이란 봉호를 내리고, 그가 살 저택과 어주 두 병, 금꽃 열 송이를 하사했습니다. 그러나 맡은 일이 없었던 손오공은 천계에서 신선들의 집을 드나들며 놀고 먹었는데, 이를 못마땅히 여긴 허정양 진인은 옥황상제에게 손오공이 일을 해야 한다고 진언했습니다. 이에 옥황상제는 손오공에게 반도원(선계의 복숭아가 자라는 과수원)을 관리하게 합니다.
복숭아를 좋아하는 손오공에게 반도원을 맡긴 것은 옥황상제의 치명적인 실수였습니다. 손오공은 다 익는데 9000년이 걸리는 반도원의 복숭아를 신나게 먹어 치우기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하필 이때에 서왕모가 반도대회를 열기로 합니다. 서왕모는 연회 준비를 위해 칠선녀를 보내 반도원의 복숭아를 따오게 했습니다.
반도대회는 부처님과 남극관음, 숭은성제, 황극황각대선 등 선계의 VIP급 귀빈만 초청하는 잔치인데, 자신이 초대받지 못한 데에 화가 난 손오공은 정신법으로 칠선녀를 꼼짝달싹 못하게 붙잡아놓습니다.
손오공은 이것도 모자라 적각대선(장터를 맨발로 돌아다니며 빌어먹다 승천한 후에도 맨발로 다니는 신선)의 모습으로 둔갑, 몰래 반도대회에 가 술을 훔쳐 마시고, 술에 취한 채 태상노군의 저택에 들어가 단약까지 마시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술이 깨고 자신의 실수를 깨달은 손오공은 은신술을 써 부리나케 화과산으로 도망쳤습니다.
진노한 옥황상제는 다시 이천왕과 나타태자, 그리고 10만 천병을 화과산으로 보냅니다. 손오공은 부하 원숭이 및 화과산 칠십이동의 요괴왕와 연합해 혼전을 벌였습니다. 이번 대전으로 손오공은 사대천왕과 이천왕, 나타태자를 물리쳤으나 칠십이동의 요괴왕과 독각귀왕이 모조리 잡혀가버립니다. 관음보살도 자신의 제자 혜안행자를 보내 천병을 지원했으나 전세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자 옥황상제는 마침내 자신의 생질 이랑진군을 화과산에 보냅니다. 이랑진군은 72가지 변신술이 가능한 손오공보다 한 가지가 더 많은 변신술을 부릴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원숭이와 원수지간이라는 개였습니다.
손오공은 결국 이랑진군과의 전쟁에서 패하여 태상노군에 의해 팔괘로에 갇혀 활활 불타게 됩니다. 그러나 반도원 복숭아나 그 동안 훔쳐먹은 약 덕분인지 49년 만에 멀쩡하게 탈출에 성공, 온갖 난리를 치다가 결국 부처님과 맞짱을 뜨기에 이릅니다. 부처님이 “한 번에 내 손바닥을 벗어나면 소원을 들어주고 그렇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하자,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수만 리를 날아갑니다. 한참을 날다가 구름 위에 웬 기둥 다섯 개가 솟아있길래 이쯤이면 됐겠지 싶어 ‘손오공 다녀감’이라고 쓰고는 부처님한테 돌아와 자랑을 했는데, 자기가 쓴 글씨가 부처님 손가락 위에 씌어져 있더랍니다. (이래서 뛰어봤자 부처님 손바닥이란 말이 나옴)
부처님은 손오공을 벌하여 오행산에 가두는데, 그로부터 500년 후 불경을 구하러 가던 현장법사(삼장법사)에게 구출되어 제자가 되고, 이로부터 우리가 잘 아는 저팔계, 사오정 등과 함께 삼장법사를 보필하며 서역으로의 모험이 펼쳐지게 됩니다. 사실 말이 모험이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삼장과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 저팔계, 사오정을 데리고 81가지나 되는 고난을 헤쳐나가며 캐고생을 합니다. (거의 그동안의 망나니짓에 대한 인과응보) 그래도 나중엔 무사히 불경을 가져와 성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