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피플
백발로 나온 ‘혈액암’ 안성기 “신명 바치려는 희망 버리지 않겠다”
조선일보
김민정 기자
입력 2023.04.20. 03:00업데이트 2023.04.20. 07:00
https://www.chosun.com/national/people/2023/04/20/SP7QD7FOYRFC5LTR3SG3TOUO5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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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민주평화상 시상식 참석… 전에 쓰던 모자나 가발 안 써
19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회 4·19 민주평화상 시상식에 참석한 배우 안성기. 전에 착용했던 가발이나 모자를 쓰지 않고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참석했다. /뉴스1
지난해 혈액암 투병 사실을 공개했던 배우 안성기(71)가 19일 “남아 있는 제 삶에서 열정을 다해 우리 사회의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 신명을 바치려는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4·19 민주평화상’을 받고 수상 소감에서 “거의 건강을 회복했다”고 했다.
4·19 민주평화상은 2020년 서울대 문리대 동창회가 4·19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 안성기는 1993년부터 30년간 국제구호기금 유니세프의 친선대사로 봉사 및 구호 활동을 하고,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장을 맡아 문화 발전을 위한 사업을 전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안성기는 “영화와 관련된 상은 많이 받아봤지만 4·19 민주평화상은 과분한 자랑스러움과 함께 한편으로 송구스럽기도 한 특별한 상”이라며 “아마도 영화배우라는 직업 활동보다 유니세프를 통해 국경을 초월해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을 생각하며 살아온 제 삶과 활동에 따뜻한 평가를 해주신 덕분이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이념이나 체제를 불문하고 조직이나 계층 간의 불신, 갈등 구조가 생겨나고 증오와 대립, 싸움이 일어나는 대표적 요인이 힘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부자와 빈자, 양 계층 간의 격차를 해소할 수 없는 데서 비롯된다고 생각해 왔다”며 “힘 있는 사람이 힘없는 사람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존중하며 부유한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가난한 소외계층을 위한 배려와 봉사, 나눔과 기부 문화 등을 활성화하는 따뜻하고 예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전에 착용했던 가발이나 모자를 쓰지 않고 성성한 백발로 등장했다. 시종일관 밝은 미소였다. 그는 “제가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시기에 건강 문제가 생겨 한동안 투병 생활을 해왔습니다만, 이제 다시 거의 건강을 회복했다”며 “제게 주신 이 큰 상은 새로운 꿈을 갖도록 기운을 안겨준 소중하고 영예로운 선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안성기는 2019년 혈액암을 진단받아 이듬해 완치했지만 6개월 만에 재발 판정을 받았고, 투병 사실은 지난해 9월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