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풍경 하나
지난 주말이었다. 아내랑 성경 통독을 하다 빵 터졌다.
“어찌하여 나라를 이처럼 경영하느냐? 국회에 정직한 정치인이 있더냐? 너희는 막후에서 떠들썩하게 악을 꾸미고 닫힌 문 뒤에서는 악마와 거래하는구나”(시 58:1~2) 아니 이런 성경도 있었냐고? 있다. 유진 피터슨의 더 메시지 바이블이었다. 개역개정의 ‘통치자’를 ‘국회의 정치인’ 그러니까 국회의원으로 번역한 것이었다.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졌다. 절벽 아래 논두렁으로 추락했다. 때마침 논을 살피러 나온 농부가 보니 국회의원이었다. 정성껏 묻어주었다. 변사체에 대한 조사가 행해졌다. 조사관이 마지막 목격자인 농부에게 물었다. 그 자리에서 숨진 것이 맞냐고? 농부는 답했다. ‘살아있다고 소리쳤지만, 그 사람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고.
미국은 상하원을 합쳐 618,600명당 1인이다. 한국은 178,900명당 1인이다. 그것도 하원 임기는 2년뿐이다. 월급 주는 비서관조차 그렇게 많을 이유가 없다. 아직도 더 고이 묻어주어야 할 사람이 부지기수란 말일까?
#. 풍경 둘
“75세인가요, 죽는 게 어때요?”
초고령사회 일본의 ‘뼈 때린’ 영화다. 영화 제목은 ‘플랜(PLAN)75’다.
노인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연이어 일어난다. 고령화가 불러온 사회 혼란이다. 드디어 75세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스스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이 국회를 통과한다. 국가에 죽음을 ‘신청’하면 국가가 이를 ‘시행’해 준다. ‘플랜(PLAN)75’의 탄생이다.
하필 75냐고? 65세 이상을 ‘고령자’라 한다. 75세 이상을 ‘후기 고령자’라고 부른다. 고령 인구 비율이 20% 이상을 초고령화로 본다. 일본은 지난해, 초고령 인구 비율이 29.1%에 이르렀다. 역대 최고치다. 등줄기를 오싹하게 만든 영화는 뜻밖에도 칸 영화제 신인상을 수상했다. 하야카와 치에(早川千絵·45)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일본을 뒤따르지 않으면 서러울(?) 대한민국의 국회, 지난주 국내 최초로 일명 ‘조력존엄사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가 원하면 담당 의사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칠 수 있는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내용이다.
#. 풍경 셋
시신을 화장하고 남은 뼛가루를 산과 강 등에 뿌린다. ‘산골장(散骨葬)’ 또는 ‘산분장(散粉葬)’이라는 장사법이다. 2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하반기(7∼12월) 중 발표될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2023∼2027)’에는 산분장을 제도화하는 방안이 담긴다. 그동안 불법도 합법도 아닌 어정쩡 했던 일이 합법화될 모양이다.
늘 입버릇처럼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서 강에다 뿌려달라는 아빠한테 딸이 말했다.
“그렇게 힘들게 강가까지 찾아갈 게 뭐 있어. 그냥 변기에 넣고 꼭지 내리면 깨끗하게 바다로 흘러갈 텐데. 걱정하지 마! 아빠 소원대로 해줄게.”
사람들이 가장 많이 거쳐 가는 죽음을 ‘최빈도 죽음’이라 한다. 한국인은 66~83세까지 17년, 삶의 5분의 1을 각종 질병에 시달린다. 말년에는 요양시설과 종합병원 응급실ㆍ중환자실을 오간다. 4명 중 3명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중환자실이나 처치실에서 사망했다.
죽음 후 장례식은 100% 비대면이다. 전 세계에 일본과 한국이 유일하다. 인간 존엄은 어디에도 없다. 호주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시아는 노래한다.
“난 의미 있는 죽음을 맞고 싶어/ 내 인생이 가치 있기를 원해/ 여기서 내가 추구할 그 무엇이 없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야.”
중세 유럽의 병원은 교회 공동체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었다. 수사와 수녀들이 환자와 죽어가는 이들을 돌보는 곳이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병원을 ‘hôtels-Dieu’라고 불렀다. ‘하나님의 집’이라는 뜻이다. 죽어가는 환자를 교회와 가족의 품으로 다시 데려올 수는 없는 것일까?
종교개혁은 ‘권위에 대한 믿음을 믿음에 대한 권위로 바꾸는 저항’이었다. 이를 위해 구습에 대해 질문하며, 소통하고, 저항하여 바로잡아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종교개혁이다. 죽음교육과 장례개혁은 두 번째 종교개혁이다.
하나님은 성도의 죽음을 귀중히 보신다(시 116:15).
※ 후기
교회가 차별금지법에 매달려 있는 동안 곳곳에서 생명경시의 조종(弔鐘)이 울려 퍼지고 있다. 플라톤은 말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첫댓글 웃을 수만은 없는..
죽음교육과 장례개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