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에 위치한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일원에서는
2013 서귀포세계감귤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서귀포세계감귤박람회 공식 홈페이지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2015년 열릴 국제박람회의 사전행사(Pre-Expo)로, 서귀포 감귤의 현주소를 재점검하고, 서귀포를 포함하여 우리나라 감귤산업의 새로운 미래상에 대해 고민해 보기 위해 기획되었습니다.
우리 감귤산업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개방된 시장환경 속에서 큰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박람회 개최 배경으로 밝힌 우리 감귤의 위기 상황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예상 피해액 2조 5천 억 원
-오렌지 관세 철폐 후 수입 오렌지 판매량 20~30퍼센트 증가
-외산 품종에 대한 로열티 지급액 중 제주특별자치도 부담액 21억 2천 만 원
-기후변화, 온난화에 따른 재배여건 변화
서귀포에서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서귀포 감귤의 세계화(수출 증대)', '기능성 상품(제품)의 다양화를 통한 부가가치 증대'를 큰 목표로 삼고 이번 박람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주행사장인 "서귀포농업기술센터"는 서귀포 중심가에서 다소 떨어져 있으나, 행사 기간 대중교통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30분에 한 대 꼴로 서귀포 중심을 연결하는 무료 버스를 운행했습니다.
행사장에 도착하면 주진입로 좌우로 전시관이 바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주제관은 농업기술센터 건물 주변에 몰려 있으며, 부속시설인 '제주농업생태원'에도 감귤따기체험장 등 부대 행사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꼼꼼하게 보려면 하루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주제관은 감귤산업 전시관, 국제감귤 전시관, 공공기관 단체 전시관, 브랜드 감귤 전시관, 농업기관 단체 전시관, 농업기계 전시관, 감귤체험관, 한국감귤전시관, 감귤품종전시관, 감귤아트전시관, 감귤분재전시관, 감귤포장디자인전시관 등으로 나뉩니다.
수많은 주제관 중에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감귤산업 전시관입니다.
이곳에서는 감귤 가공 식품, 감귤 원료를 이용한 기능성 제품, 감귤 시설 자재, 포장 유통 자재 같은 것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국제감귤 전시관은 8개 나라 9 개 업체에서 참가하여 각국의 감귤 산업에 대해 홍보하는 자리였습니다.
각 대륙별로 감귤류 생산이 많은 국가, 우수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는 국가를 선정하여 초청했다고 합니다.
국제감귤교류전시관에서는 별도 안내 전단을 만들어서 나눠 줬는데요.
그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감귤의 생산량이 엄청날 줄 알았는데, 감귤류를 생산하는 135개 국가 중 25위.
25위면 상위권 아니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산량으로 따지자면 1위인 중국의 2.27퍼센트 밖에 안됩니다.
※ 2011년 기준 중국 30,013,939톤, 대한민국 681,574톤.
브랜드 감귤 전시관은 감귤에 대한 기본 정보와 함께 우수 감귤 수상작, 상품용 감귤 등을 볼 수 있는 곳입니다.
농업기관 단체전시관에서는 감귤의 선진화와 관련된 내용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단지 내에 있는 국립종자원 제주지원 건물에서는 각종 학술대회가 진행되었는데,
전시행사로는 감귤 사진전, 감귤포장디자인 수상작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올해 처음 개최한 감귤포장디자인 공모전은 크게 '감귤생과 포장' 부문과 '감귤을 주원료로 한 가공제품 포장' 부문으로 나눠서 작품을 받았는데, 무려 96 건이나 응모해서 열띤 경쟁을 펼쳤습니다.
보기 좋은 떡 먹기도 좋다는 속담이 있듯이, 정성들여 가꾼 작물을 예쁘게, 아울러 편리하게 운반할 수 있도록 포장한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심미성, 기능성, 실용성이 골고루 담긴 뛰어난 작품이 전시실에 가득했습니다.
한국감귤 전시관에서는 우리 감귤은 물론 세계 감귤의 역사에 대하여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와 온실 형태의 감귤품종 전시관은 앞서 한국감귤 전시관에서 봤던 과일 그 자체 뿐만 아니라, 실제 자라는 나무를 볼 수 있는 곳입니다.
품종 전시관 앞뜰에는 흔하게 보기 힘든 감귤분재를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주무대 뒷편에 마련된 감귤체험관은 자가발전기로 감귤을 짜서 주스 만드는 체험, 감귤 음식 만들기 체험같이 흥미로운 즐길거리가 많았습니다.
한쪽에는 11명의 제주 작가들이 '친밀감'이라는 주제로 감귤에 각자의 생각을 예술로 표현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이외에도 많은 부대행사장이 있었으나 이만 줄입니다.
지난 2013년 8월 13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제주 감귤산업의 세계적인 명품산업육성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제주 감귤의 명품화는 제18대 대통령 선거 지역 공약 사항이기도 하였는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제출한 '감귤산업 명품화 대책(안)'에 근거하여 주무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각계 의견수렴을 거친 후 발표한 것입니다.
감귤의 홍보 유통 수출은 2014년부터 활동 예정인 명품감귤사업단에서 담당하고 농업인은 생산에 전념할 수 있게 합니다. 감귤을 생과 그 자체로만 생산하고 유통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감귤을 주제로 한 관광상품 개발, 감귤 성분을 이용한 기능성 상품(제품) 개발에 힘써 감귤 산업을 6차 산업화 하는데 진력한다는 게 골자입니다.
감귤박람회 개최도 명품산업육성 대책 중 하나입니다(본 박람회는 2015년).
사실, 행사장을 직접 가 보기 전에 주요 일정만 보았을 때는 감귤 재배 농민이나 관계자들을 위한 전문 박람회이면 어찌하나 걱정했는데, 일반인들도 부담없이 보고 즐길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그저 겨울철 별미 과일인 줄만 알았던 감귤이 이렇게도 쓰이는구나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뜻깊은 박람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