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뢰즈에 대해 - 3. 존재론(보론 : 2. 전체론이 함축하는 방법론)
by 메피스토
3.7.2. 전체론이 함축하는 방법론
전체론은 존재론적 견해이기는 하지만, 방법론과
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미 들뢰즈의 방법론을 “가
추법/역행추론” 또는 “계보학” 등으로 설명했는
데 이는 밝혀진 사실을 바탕으로 추론을 시도하
는 방식으로서, 아주 넓은 범위에서 “경험론”이
라 할 수 있습니다. 들뢰즈도 스스로 “경험론
자”라고 했고요. 그런데 전체론은 전체가 부분들
로 환원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에, 전체를 탐구
하자면 관념적으로 본질을 정의내리기보다는 실
제로 우리가 부르는 대상의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먼저 지켜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관점은 다양한 방식으로 출현해왔습니다.
가령 길버트 라일의 “범주 착각”이 그 예입니다.
범주 착각을 설명하는 데 자주 사용되는 예시가
대학과 스포츠입니다. 대학이란 건물이나 캠퍼
스, 교수진, 학생들, 강의 등 분절적인 요소들의
합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언어
사용 패턴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고, 스포츠도 마
찬가지로 요소들의 합이 아니라 언어와 행위의 패
턴입니다.
굿맨의 예술 개념도 비슷합니다. 굿맨은 예술을
알기 위해서는 예술의 조건을 추상적으로 규정하
고, 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쳐낼 것이 아니
라, 일단 예술이란 걸 두고 일어나는 실제의 작용
과 행위를 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스티븐 P. 슈워츠도 『분석철학의 역사』에서 분
석철학이 뭔지 알려면 분석철학자로 분류된 철학
자들의 철학적 활동을 보아야 하고, 듀이 또한
“공공성”을 정의하기 위해 일단 공공성이란 게
어떤 식으로 조직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봅니
다.라투르가 민속지학의 방법론을 이용해 “과학
계”에서 실제로 “과학자”들이 수행하고 실천하
는 것은 무엇인지를 연구한 것이야말로 이와 같
은 접근의 진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이런 문제제기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정의
도 내려지지 않은 대상이 뭔지 알고 경험적으로
연구한다는 거냐는 거죠. 즉 관찰의 이론 의존성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미 개체화, 현실화 존재
라면 그 나름대로 자율적인 계를 형성하고 있으므
로 아직 이론화되지 않았더라도 관찰 가능한 상태
가 됩니다. 물론 그 활동에 대한 선입견의 형성은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상에 대한 탐구는 피
드백을 통해 가설을 수정해가면서 다가가는 것이
지, 가만히 그 대상의 본질을 선험적으로 깨달으
려는 시도가 아닙니다. 들뢰즈의 전체론에선 그
렇습니다. 이점에서 들뢰즈는 형이상학자임에도
리처드 로티가 말하는 아이러니스트이기도 합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