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있었던 그날은 대평국민학교에서 병곡국민학교로 전학을 하고 한달 남짓 되었을,그러니까 모든것이 아직 서먹 서먹 하였었다는 얘기지요.
외가집 모내기를 하는 날이라, 새벽부터 부모님이 외가 논으로 일을 가신고로, 아침밥을 외가에서 먹고 외할머니께서 싸주신 도시락을 챙겨들골라큰 학교로 향했지요.
기분도 좋았어요. 왜냐하면 외할머니는 큰 외손자인 나를 젤 사랑하셔서 항상 맛있는거는숨겨 놨다가 나만 주시곤 하셨으니, 그날 준비해 주신 도시락에 대한 기대감이 왜 없었겠습니껴.
수업시간에도 책상안에 넣어둔 맛있는 도시락 생각에 공부도 안되고, 2교시 부터는 배가 고파서 더더욱 도시락 먹는 시간이 간절하였던 것은 두말 해 입 아프고, 드디어 점심시간,
계란후라이, 소고기 장조림,오뎅, 명태볶음,오징어채볶음,김 등등 온갖 맛있는 반찬을 상상하며 도시락을 연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 없었답니다. 밥위에 덮어놓은 "생청
국장" 마치 배탈났을때 설사해 놓은것과 흡사한 그것을, 차마, 아직도 서먹 서먹한 친구들앞에다 꺼내놓고 먹을수가 없어서 그냥 두껑을 닫아 다시 책상안에 넣어 놓고는 운동장으
로 나와버렸지요.
어릴적부터 나는 외가댁에 가면 외할아버지 께서 청국장을 넣고 비벼 주시던 비빕밥을 참맛나게 먹었답니다. 아무리 맛있는 고기 반찬도 외할아버지의 청국장 비빔밥 보다는 못했
으니까요.
그날 아침 외 할머니는 도시락을 준비 히시면서, 우리 큰 손자가 좋아 하는 반찬이 무엇인가를 생각 하셨을테고, 급기야 이놈이 어릴적 부터 그토록 좋아하던 청국장을 생각해 내고
마신겁니다.
그리하여 점심을 굶고 수업을 마친 나는 신기에 사는 친구 종환이 병현이가 먼저 가기를 기다려, 혼자서 둥구정을 지나 내를 끼고 송평 쪽으로 가다가 세멘보(내를 가로질러 놓은
콘크리트구조물) 위에다 청국장 도시락을 꺼내 놓고는 싹싹 비벼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청국장 비빔밥으로 늦은 점심식사를 했는데, 50이 넘은 지금도 그렇게 맛있는 도시락을 먹
어 본적이 없답니다.
지금은 하늘 나라에 계신 나의 외할머니, 손자인 나를 끔찍히도 사랑하셨던 외할머니가 눈물 나도록 그립습니다.
01 어린 시절.wma
첫댓글 어릴적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