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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림방 안으로 안내되어 집사를 따라 가면서 조화영 일행은 놀
람을 금치 못했다.
그 첫 번째 놀람은 풍림방내의 전각들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의
규모였다.
풍림방은 뭇 시인 묵객들의 안식처라는 말이 실감나도록 수 백
개의 방들이 잘 배치되어 지어져 있었고 각각의 건물들 사이사
이의 인공 호수와 조예롭게 손질된 정원은 그 자체만으로도 절
로 시흥이 일어날 것 같았다.
두 번째 놀람은 지금까지의 분위기와 전혀 다른 안채의 모습이
었다.
온갖 크기의 연무장과 수련을 위한 여러 형태의 목상들은 보기
만 해도 역동하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과연 중원 사대세가중 일가의 명성이 허언은 아니구나!'
조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풍림방은 여러 문파와는 달리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과
무를 한꺼번에 수용한 가문이었다.
대대로 풍림방의 가주는 뛰어난 문장가이면서 무공의 고수이어
야 했다.
둘 중 한 가지가 아무리 뛰어나도 한 가지가 모자라면 가내의
장로는 될 수 있어도 가주는 될 수 없었다.
바쁘게 걸어가는 집사를 따라가며 정사청은 풍림방 곳곳에서 엄
중한 경계를 서고 있는 경비 무사들을 보고 암암리에 주위를 살
폈다.
"최근의 가내 사정상 만일을 대비코자 세워둔 경비들입니다."
정사청의 기색을 느꼈는지 집사가 풍림방의 외곽을 쳐다보며 설
명을 덧붙였다.
'고수로군!'
무공을 익힌 흔적이 엿보이지 않아 평범한 노인네로 여겼는데
자신이 은연중에 흘린 한 가닥 경계의 기운을 돌아보지도 않고
감지하는 집사를 보고 정사청이 걸음을 옮기며 생각했다.
여러 건물을 어지럽게 돌아 조화영 일행이 당도한 곳은 회의실
분위기를 풍기는 넓은 실내였다.
큰 탁자가 가운데 놓여져 있고 그 탁자 주위로 여러 명의 사람
들이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 의논을 하고 있었다.
"왠 사람들이오?"
실내에 있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집사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물어왔다.
"조금 전에 우리 풍림방을 찾은 손님들인데..."
집사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노기 가득한 외침이 탁자 한 곳에
서 울렸다.
"집사 제 정신이오? 지금이 어떤 때인데 외부인을 들이는 거요?
더더군다나 이곳까지."
들어서자마자 험악해진 분위기에 조화영 일행은 머썩 해지며 멀
뚱멀뚱거리게 되었고 찔끔놀란 소혜는 정사청의 뒤로 몸을 숨겼다.
"이분들은...."
집사의 목소리는 다시 아까의 그 성급하고 노기충천한 목소리에
가려 끝을 맺지 못했다.
"염라대왕이라도 오늘 같은 날에는 예외가 없다는 것을 알고도
남을 노회한 집사가 어찌 이러는 거요?"
노회한 집사는 다시 성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전에 빠르게
자신의 말을 끝마쳤다.
"지산선사의 후인이 오셨길레...."
"왠 대답이 그리 많....."
이번에는 성급한 목소리가 그 끝을 맺지 못했다.
"지산선사님의...."
"정말이오 집사?"
"어느분이 선사님의 후인이오?"
좌중이 술렁거렸고 집사가 비로소 조화영 일행을 실내 중앙으로
인도했다.
탁자에 앉고 집사의 소개가 끝나자 모두의 얼굴에 실망의 표정
이 넘쳐흘렀다.
가장 허술해 보이는 여자가 선사의 후인으로 알려졌고 그나마도
선사와는 소식이 끊긴지 오래였다.
결국 그들에게 조화영 일행은 없는 것 보다 못한 존재가 되고
말았다.
"집사! 제대로 알아보기나 하고 온거요? 내 알기로 지산선사님
께서 여제자를 두었다는 말은 금시초문이고 그렇다 치더라도 이
소저가 선사님의 후인이라는 증거가 어디 있소?"
아까의 그 성급한 목소리가 다시 울렸다.
별로 환영받지 못한 분위기에서 얼떨결에 지금까지 참고있던 조
화영이 마침내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다.
"나 참 더러워 못살겠네! 가세가 기울어 군손님 받기 힘들다면
솔직히 그렇다고 할 것이지 왜 멀쩡한 사람은 의심하고 그래!
뭐 우리가 여기 아니면 하룻밤 묵을 곳 없을까봐 시덥지 않은
괄시야! 동생 어서 나가자 더럽다 더러워!"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문장을 구사하는 여자 불청객의 불의의
일격에 모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러는 사이 조화영은 정사청과 소혜의 어깨를 밀고 거실 밖으
로 나가고 있었다.
"말은 지독하게 안 듣던 청개구리 계집애가 많이도 컷구나!"
얼이 빠져 태고의 정적이 감도는 풍림방 식솔들 사이에서 한줄
기 정감어린 목소리가 흘렀다.
상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상한 소리에 등을 돌려 그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던 조화영이 턱수염을 길게 기른 한 중년인을 보
고 눈이 등잔만해지며 입이 벌어졌다.
"관운장 아저씨!"
조화영이 안길 듯 긴 수염의 중년인에게로 뛰어갔다.그리고 중
년인의 팔을 잡고 깡총깡총 뛰었다.
"도데체 아저씨가 여기 어쩐 일이에요? 너무 오랜만이죠,그쵸?
나 그동안 아저씨가 얼마나 보고싶었는지 아세요? 이야- 그 수
염은 여전히 멋있네요? 하하- 세상 참 좁다.그렇죠 관운장 아저
씨?"
풍림방 역사상 모두 지금처럼 혼이 나간 적은 한번도 없었다.
"야 이 녀석아 좀 떨어져라! 애가 있어도 셋은 더 있을만한 녀석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는 행동거지냐?"
관운장이라 칭해진 중년인이 조화영에게 잡힌 팔을 빼내며 낯을
붉혔다.
모두의 눈이 자신에게로 모이자 헛기침을 하며 긴 수염을 한번
쓰다듬은 현 풍림방 가주의 동생인 영조찬은 어색한 설명을 하
기 시작했다.
"여기 이 소저는 오래 전에 내가 지산선사님을 찾아뵈었을 때
몇 번 본적이 있는 소저요. 그때도 지금처럼 천방지축으로 나를
따랐는데 근 십 오 년이 흐른 지금도 변함이 없구만 ..험..험 어
쨌든 지산선사님의 후인인 것은 확실하오. 이름은 기억이 안 나
지만 하도 말을 안들어 청개구리라고 불렀..."
그 말과 동시에 조화영이 도끼눈을 뜨고 영조찬을 쳐다보았고
영조찬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아저씨가 그럼 풍림방 사람이었어요?"
"그렇다!"
"왜 그럼 그때 말해주지 않았어요? 그럼 오늘 같은 불상사는 없
었을 거 아니예요?"
"이 녀석아! 그때 네가 풍림방이 뭔지 알기나 했겠느냐? 그리고
선사님과 얘기하며 풍림방 소리를 열 번도 더 했는데 네 녀석
주위가 산만하여 못들은 게지."
"정말 세상 좁네요. 나 정말 아저씨 많이 보고 싶었는데 여기 계
신줄 알았어야지. 그 영감한테 구박 받을 때 달래준 사람은 세상
천지에 아저씨 뿐이었는데..."
거의 고문에 가까운 조화영의 넋두리를 한참 더 듣다못한 영조
찬이 집사에게 눈짓을 보냈고 웃음을 참느라 애를 쓰던 집사가
조화영 일행이 묵을 곳으로 인도했다.
한바탕 광풍이 지나간 후의 풍림방은 다시 폭풍전야의 고요에 휩
싸였다.
다음날 아침도 풍림방은 여전히 경비를 삼엄하게 세운 가운데
방내 곳곳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조화영 일행은 아침을 들고 일행의 숙소에 들른 영조찬과 찻잔
을 마주 하였다.
"관운장 아저씨! 도대체 풍림방에 무슨일이 일어난거죠?"
조화영이 득달같이 질문을 했고 영조찬이 무거운 표정으로 찻잔
을 내려놓았다.
"얼마 전에 우리 풍림방은 몇 명의 괴한의 침입을 받았다"
"사대세가중 한곳인 이곳을 침입하는 무리들도 있나요?"
조화영이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반문했다.
"물론 침입이라는 표현을 썼다만 처음부터 담을 넘거나 숨어든
것은 아니고 가주이신 형님을 뵙겠다고 하여 정중히 만난 것인
데 갑자기 소란이 일어서 우리가 뛰어들어보니 형님은 상처를
입고 쓰러져 계셨고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어떻게 이 많은 인원이 있는 풍림방에서 그들을 한 명도 저지
하지 못했나요"
"그들은 결코 범상한 인물들이 아니었다 형님을 제압한 솜씨도
그랬고 풍기는 기도 역시 엄청났다. 설사 정면대결을 했더라도
우리가 그들을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조하영과 정사청이 의문스런 얼굴로 영조찬의 말을 듣고 있었고
소혜는 겁먹은 얼굴이 되어갔다.
"그들의 목적이 무엇이었나요?"
"그건 말할 수가 없구나"
"우리를 경계하는는 건가요?"
조화영이 볼멘소리를 질렀다.
"그런 게 아니라 그들과 대화한 사람은 형님뿐인데 왠 일인지
밝히기를 꺼려하시니 나 역시 알 수가 없다"
"그렇군요 그럼 조만간 또 올 수도 있겠네요?"
"정확한 건 형님께서 말씀을 하셔야 알 수 있을 것이나 풍림방
의 손님들을 모두 내보내고 경비를 삼엄하게 하라는 것을 봐서
는 우리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은하전장에서 은밀하게 흘러나오는 괴소문과 얼마 떨어지지 않
은 이곳의 변고는 아무래도 관련이 있을 듯 하다!'
정사청은 무표정하게 두 사람의 얘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는 빠
르게 생각을 펼쳐갔다.
"어쨋든 우리로서는 자네 일행을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르게 할
수 없으니 지금이라도 거처를 옮겼으면 싶구나"
정중한 축객령에 조화영이 눈을 치뜨며 소리를 질렀다.
"관운장 아저씨 눈에는 제가 의리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조무
래기로 보이세요? 어려움에 처한 아저씨를 두고 나만 편하자고
도망치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방의 일에 너나 네 일행이 무슨 일을 당
할지 모르니 그러는 것이야"
"저도 제 한 몸은 간수 할 수 있어요. 그리고 여기 동생들도 마
찬가지고요"
영조충이 진소혜에게 눈길을 주었다.
지산선사의 진전을 이었다면 조화영은 그녀 말대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이고 또 같이 온 청년은 얼핏보기에도 쉽게
만날 수 없는 기재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다른 한 소저는 무공은 고사하고 핼쓱하니 병색마저 있
지 않나 의심스러웠다.
그런 생각을 읽은 조화영이 정사청을 가리키며 선수를 쳤다.
"걱정 마세요! 여기 동생은 일당백의 고수니까 우리 둘이 책임지
면 이동생도 염려 없어요"
영조찬이 잠시 정사청을 잠시 쳐다보았다.
"어젯밤에 자네에게 시달리느라 정신이 없어서 인사도 못 차렸
군! 일행들 소개도 좀 해주지"
조화영은 진소혜와 정사청을 고향 동생들이라고 적당히 소개하
고 자세한 내력은 알려주지 않았다.
"어쨋든 오늘 내로 거처를 옮겨주기 바라네. 부탁일세"
그런다고 꺽일 조화영이 아니었다
"좋아요 지금 당장 나가죠! 나가서 풍림방에 흉수가 침입해 가주
를 해하고 사라져서 풍림방이 일급 경계태세에 돌입했다고 사방
팔방 떠들고 다니겠어요"
소태씹은 얼굴로 영조찬이 밖으로 나갔다.
진소혜가 조화영의 행동에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걱
정이 되어 조화영에게 말을 걸었다.
"언니 정말 여기 더 머물러도 괜찮을까? 난 겁이나"
"괜찮아 중원 사대세가가 말만으로 이루어 진줄 아니? 며칠만
더 묵고 별일 없으며 우리 갈 길로 가. 괜찮지 사청?"
남의 일에 끼어 드는 것을 싫어하고 또 그럴만한 여유도 없는
정사청은 당장이라도 풍림방을 떠나 노숙을 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하겠지만 지친 기색이 역력한 소혜와 또 이번 풍림방의 사태
를 조금 더 파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지 않아 하루만 더 있
을 생각을 굳혔다.
"하루만 더 묵읍시다!"
단 하루만 더 묵자는 말에 뭔가 할말이 많은 듯 하던 조화영이
입을 다물었다.
세상에서 유일하게 고집 싸움에서 이긴 적이 없는 사람이 바로
정사청이었다.
정상청은 외출했다 오후 늦게 돌아왔고 그동안 조화영과 진소혜
는 풍림방의 문인들이 묵던 거처를 돌아보며 감탄사를 내지르기
에 여념이 없었다.
저녁을 마친 후 조화영 일행은 풍림방의 부름을 받고 집사와 함
께 어젯밤 처음 들른 그 거실에 들어섰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분위기는 긴장되어 있었고 그기에 더하여 이
유모를 적의가 엿보였다.
정사청은 그것이 자신에게로 쏠리는 기운임을 느꼈다.
"자네가 무당의 대 제자인가?"
어제 처음 본 자리에서 노기 띤 목소리로 집사를 책망하던 풍림
방 가주의 형이자 첫째인 영조충이 사청을 노려보고 있었다.
'애초에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
설마 이곳에서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줄 몰랐다 .
그래도 모를 일이라 눈에 띄지 않게 조심을 했지만 누군가 자신
을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랬었습니다"
"그랬었다? 그 말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뜻인가?"
정사청이 말이 없자 다시 영조충이 질문을 던졌다.
"사부가 한중광 이겠군?"
"그렇습니다!"
영조충의 입가에 비웃음이 실렸다.
"미쳤다고 들었는데?"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에 가주의 딸인 영숙정이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문득 이들의 적의가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알 것 같았다.
무당과 곤륜!
천년 전통의 소림에는 한수 접어주고 들어갔지만 서로에게는 다
시 우위를 넘겨줄 수 없다는 자존심이 최근에 와서 극도로 팽팽
히 맞섰다.
풍림방은 곤륜과 인연이 깊었고 영조찬 역시 곤륜의 속가 제자
나 마찬가지이다.
그런 풍림방이 무당의 대 제자인 자신에게 좋은 감정일리가 없
었다. 더욱이 지금처럼 신경이 날카로운 시기에.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영조춘이 재차 물었다.
"그렇습니다!"
정사청이 간단히 대답하자 뭔가 화풀이 할 표적을 잃은 영조충
이 노기가 한층 짙어진 목소리로 다시 내 뱉었다.
"장경각에 불을 질렀다던데?"
"쓸모 없는 책은 버려야지요"
"오호! 그런가"
득의에 찬 영조충이 빈정거렸다.
"무당의 장경각에는 쓸모 없는 책들이 많은가 보군! 그건 몰랐
네!"
"형님 왜 이러십니까 손님들한테?"
영조찬과 영숙정이 만류했지만 어제 조화영에게 어이없이 당한
앙금이 아직 남아있는 영조충이었다.
"손님이라? 하긴 불청객도 객이지"
"백부님 지금 이런 일로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원망섞인 영숙정의 말에 영조충이 비로소 누그러들었다.
"더 이상 물으실 말씀이 없다면 가 보겠습니다"
담담한 눈빛의 정사청이 영조충의 눈빛을 마주했다.
단 한 점의 물결도 없는 심연 같은 눈빛에 영조충은 가슴이 서
늘해 졌다. 그러나 그것이 반작용으로 다시 나타났다.
"가보게! 무당의 대제자라 수양이 깊어 그런지 무골호인이군"
조화영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촉발 일보직전 이었다가 정사청
의 얼굴을 본 후 새하얗게 식어갔다.
아무런 표정이 없는 그 얼굴에서 오히려 사람의 영혼마저도 산
산히 부셔버릴 듯한 공포가 느껴졌다.
영조찬과 영숙정의 안타까운 눈빛을 뒤로한채 조화영 일행이 거
실을 나섰다.
"오늘 하루 더 여기에 머무른 게 잘못이야. 내게 너무 따뜻했던
관운장 아저씨와 조금이라도 더 있고 싶은 내 욕심이 사청에게
사나운 꼴을 당하게 만들었어. 소혜! 당장 짐 싸! 노숙이라도 이
보다 못하겠어?"
조화영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릴 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좀 들어가도 돼나요?"
영숙정이었다.
"정말 미안해요! 제가 대신 사과드릴께요"
"사람 죽여놓고 미안하다면....."
길길이 뛸 준비를 하던 조화영이 정사청에 의해 제지당했다.
"괜찮소! 처음부터 우환이 있는 귀방을 억지로 밀고 들어온 우리
가 잘못이오. 어쨋든 내일 아침 일찍 떠날 테니 심려치 마시오"
물이 흐르듯 담담한 목소리에 영숙정이 무슨 말을 하려다 정사
청의 얼굴을 보고 입술이 굳어졌다.
'무서운 사람이야!'
더 이상 한마디도 덧붙이지 못하고 방을 나오며 영숙정이 가슴
을 쓸었다.
늦은 봄의 밤 내음은 꽃향기보다 더 그윽했다.
비록 운학산 깊은 곳의 밤내음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지만 이곳
풍림방의 인공호수와 정원에서 밀려오는 꽃냄새 가득한 적막도
더없이 운치가 있었다.
'개도 물어가지 않을 정파의 썩어빠진 자존심!'
또 한 분의 사부인 광승 광해대사의 말이 귓전에 울렸다.
오로지 무공에만 미친 외로운 노인네!
사제를 찾고 사부 한중광의 기행이 가슴 터질 듯한 사정을 남에
게 알리지 못하고 그 답답함을 표출한 너무도 당연한 행동이었
다는 것을 밝힐 수 있을 날이 오고 난 후엔 두 번째 사부와 운
학산에서 떨어진 알과 새끼 학을 돌보며 신선처럼 살리라!
명예도, 무공도, 강호무림도 모두가 치졸한 한편의 가무극일 뿐
이다!
잠을 청하자!
어서 아침이 되어 이곳 풍림방부터 벗어나야겠다!
"누구냐!"
"쨍-. 쨍강"
"아악--"
갑자기 들려오는 비명소리와 병장기 부딛히는 소리에 정사청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이제 본격적인 암투가 시작되는군요,
즐감하고 감사드립니다.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좋은날
되세요
감사합니다!
즐독 ㄳ
여기서 오라버니를 만나는 건가????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_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
즐감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입니다
즐감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잘보고 있습니다~~~
즐독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