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경
- 이영광
배보다 더 느릿느릿한 하늘의 배,
비행기로 제주도에서 돌아왔다
수십 억짜리 성냥갑들과 달동네들 지나
마천루와, 권부의 각진 지붕들 위를
느리게, 조금 느리게, 번개같이
날아 내렸다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집과 길의 숲이 앞을 막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시간이 또 꿈지럭꿈지럭
쇄도해 왔다 조감도처럼 말끔하던 서울,
공중에선 모든 것이 작고 분명했는데
하느님 눈을 분실하고 나니까 다시
모든 게 크고 멀고 막막해졌다
삶은 그치고 구경이 시작되었다
ㅡ웹진 《공정한시인의사회》(2024,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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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지구촌을 점령하고 있는 인류가 대의정치를 구현하고 있는 까닭은 많은 인구 때문이지요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적당한 인구를 보유하지 못했기에
바쁜 나를 대신할 정치인에게 현실 수정과 개선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맡겼습니다
일단 선거를 통과한 정치인의 활동을 음미하면서 재선 시킬지 말지 탐색을 하게 됩니다
혜안을 지녔는지 정의로운지 입만 산 모리배는 아닌지 구경하며 판단하게 됩니다
과학의 발달로 직접 겪어보지 않았으면서도 일거수일투족을 살필 수 있어서
정치인 모두가 눈치 빠른 기회주의지로 바뀌어 가는 듯해서
초지일관의 뚝심있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네요
역사가 이야기하는 하늘의 뜻은 늘 한두걸음 뒤늦게 제자리로 돌린다는 사실입니다
삶은 늘 숲이고 늪이고 벌판인 것 같아도 하느님의 눈은 인류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일희일비하지 않는 마음으로
오늘은 스스로 구경꾼의 자리에 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