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중음악에는 상반되는 노래가 공존했습니다.
‘금지곡’과 ‘건전가요’죠.
지난 시대, 가요가 건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의 바탕에는 대중음악이 연예와 유흥의 도구에 불과하며,
국민과 마찬가지로 계도하고 관리해야 할 대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었습니다.
이런 위험하고 오만한 생각이 군사정부에 의해 오랫동안 횡행하며 대중음악계를 짓눌렀습니다.
음반의 사전심의와 검열, 금지곡 판정 같은 제도적 폭력과 어느 날 갑자기 어디론가 끌려가 고초를 겪는 등의
일상적 폭력이 남긴 흔적은 가요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김민기가 작곡하고 양희은이 부른 「상록수」입니다.
IMF직후 나온 공익광고를 보면 박세리가 미국 프로 골프에서 우승하는 장면에 양희은의
이 노래가 배경으로 깔려 나온 적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가슴 뭉클해 졌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한 것은 이 노래는 김민기가 작곡했다는 이유로
한동안 공개적으로 부를 수 없는 ‘금지곡’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1995년 김영삼의 인권상 수상 기념식에서
양희은이 축가로 부른 「아침 이슬」,
김대중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불리어진 김민기의 「내 나라 내 겨레」,
그리고 정주영이 소떼를 몰고 방북하는 방송장면의 배경음악 「늙은 군인의 노래」도
모두 한때는 ‘금지곡’이었습니다.
이처럼 노래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 한때 ‘금지곡’이라는 이름으로 소통자체를 불법화 시켰다가도 필
요에 따라 시기적으로 ‘건전가요’로 변신되기도 하기도 합니다.
이해하기 쉽게 현재의 곡들을 7~80년대 검열 기준으로 보자면, 상당수가 금지곡 대상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수영, 린 등의 노래는 너무 슬퍼서 사기저하, 현실부정, 김경호 등의 락 가수나 강산에의 노래는 가수들이
장발이라서 퇴폐로 몰릴 것 이 뻔하고 채연이나 비, 신화, 동방신기, 천상지애의 노래들은
노출이 심하다는 이유로 풍기문란에 적용될 것이 뻔한 노래들입니다.
1970~80년대 음반을 구입해 본 사람이라면 엘피나 카세트테이프에 꼭 한 곡씩 생뚱맞게 들어 있던
건전가요를 기억할 것입니다. 음반의 주인공이나 컨셉과는 무관하게 음반의 A면이나 B의 마지막에
어김없이 군가나 창작 건전가요가 삽입되어 감상자를 ‘깨게’ 했죠.
지금 기준으로는 코미디 같은 일이지만, 당시엔 전혀 웃기지 않았다. 의무였으니까.
당시 음반 끝자락에 ‘(건전가요)’란 꼬리말을 대동한 채 수도 없이 실렸다.
이 시절 모든 음반에 강제적으로 수록해야 되는 노래가 등장했습니다. 바로 건전가요입니다.
노래를 창작한 뮤지션의 앨범 컨셉과는 상관없이 ‘건전가요 리스트’에 등재된 노래 중 한 곡을 선택해
무조건 수록해야만 음반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있었습니다.
7~80년대 조용필, 조영남, 패티킴, 이미자 등 모든 가수들의 음반에는 가수의 노래가 아닌
건전가요가 생뚱맞게 수록되어 있는 이유는 바로 이것입니다.
시행초기에 황당한 사건도 생겼습니다.
김민기의 ‘아침이슬’이 문제가 되었는데 반체제 인사로 낙인찍히기 전 그 노래는
‘고운노래가사 대상’을 수상했었습니다.
그러나 김민기가 만든 곡이고 시위현장에 불리어진다는 이유로 금지가 되었는데
‘건전가요리스트’에도 뻐젓이 등재되어 음반제작사들을 당황하게 했었습니다.
한 곡이 동시에 금지와 건전 리스트에 등재된 특이한 경우입니다.
이때 가장 선호했던 건전가요는 ‘조국찬가’, ‘어허야 둥기둥기’, ‘시장에 가면’ ‘새마을 노래’,
‘꽃동네 새동네’, ‘국민응원가 산마을’, ‘잘살아보세’ 등이 있습니다.
또한 외국어로 팀명을 정한 그룹들은 모두 한국어로 창씨개명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바니걸스는 토끼소녀로 투코리언스는 도향과 창철로 어니언스는 양파들로
남성듀오 아도니스는 호과 섭으로 딕 패밀리는 서생원가족으로 투에이스는 금과은으로
데블스는 친구들로 김세레나는 김세나로 패티김은 본명이 김혜자를 사용해야 했습니다.
80년대 민주화항쟁의 여파로 건전가요 수록 강제조항은 10년 동안 무소불휘의 힘을
과시하다 90년대 초반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혜은이-시장에 가면
첫댓글 이때당시 슈퍼기드 - 어쩌라고 나왔으면 짱이었겠네요
지금도 기억납니다.. 어렸을 때 테이프에 건전가요 어쩌구 하는 노래들이 실려 있던 것을.. 후후.. 그게 벌써 20여년 전이네요.. -_-;
그 시대 음반을 요즘에 구입해도 건전가요는 실려있더군요. 얼마전에 송골매 앨범을 샀는데 정말 쌩뚱맞은 곡 하나가 잇었어요. 지금에야 웃고 넘길 수 있지만 정말 시대의 비극 중 하나지요
요즘에도 불건전(?)한 노래가 많죠 3류.... 하지만 주류를 능가하는 mc sniper 조pd 리쌍 아이들이 듣기에는 부족하지만 어른이 되면 공감가고 이해가는 .. 그런음악들..한맺힌 힘찬외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