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의 징계가 확정되면서 새삼 그의 파란만장한 축구 인생이 화제다.
그동안 참으로 굴곡이 많았다. 하지만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안정환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나 대표팀에 발탁되기 전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혹독한 길들이기를 당했다. 히딩크 감독은 " 아무리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라도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다. 안정환의 기량이 뛰어날지는 모르나 팀에서 정기적으로 경기를 소화해야 베스트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으니 그때쯤 소집하겠다 " 고 말했다. 때로는 " 안정환은 소속팀에서 베스트11으로 뛰지 못하므로 완전한 세리에A 선수가 아니다 " 라며 독설을 퍼부었다.
그래서 변했다. 부드러운 퍼머넌트가 들어간 최신 헤어스타일을 손질하지 않은 채 훈련에만 매달렸고, 항상 깔끔하기만 했던 얼굴도 면도를 하지 않아 꺼칠해졌다. 훈련에 나서는 그의 눈에는 전에 없는 독기가 넘쳐흘렀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안정환의 변화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그리고 한-일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은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연장 후반 12분 헤딩으로 믿기지 않는 골든골을 터트렸다. 이 골든골은 FIFA(국제축구연맹)에 의해 세계 8대 골든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골든골은 곧 '화근'이 돼 돌아왔다.
당시 안정환이 뛰고 있던 페루자의 루치아노 가우치 회장은 " 배은망덕한 안정환은 두 번 다시 이탈리아 땅을 밟지 못할 것 " 이라며 인신공격을 했다. 안정환은 페루자에서 방출됐다. 이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울분을 삼켰고, 9월이 되어서야 일본프로축구 시미즈 S-펄스에 새롭게 둥지를 틀 수 있었다. 시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독일월드컵을 1년 앞둔 2005년 7월에는 프랑스의 FC메스로 이적했다. 데뷔전에서 골을 넣어 순탄한 길이 예상됐으나, 6개월 후에 또 다시 독일 뒤스부르크로 팀을 옮겨야 했다.
독일월드컵 후에는 또 고난이 기다렸다. 해외 이적에 실패, 지난해 9월 1일자로 뒤스부르크 구단으로부터 자유공시됐다. 이후엔 소속 팀을 찾지 못하고 무적 상태로 남아 있어야 했다. 그리고 장고 끝에 7년 만에 K-리그에 복귀했다.
개막을 앞두고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www.terious.co.kr)에 무려 1년 1개월여 만에 글을 올렸다. '오랜만에 글을 올리려니까 쑥스럽네요.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글을 시작했다. 그리고 'K-리그 개막전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열심히 훈련을 통해 좋은 경기모습 보여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라며 근황을 소개한 뒤 '100%의 좋은 모습은 보여드릴 수는 없겠지만 한 게임 한 게임 지날수록 좋은 모습 보여 드릴께요'라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6개월여 간 K-리그에서의 생활은 간단치 않았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시간보다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급기야 최근에는 2군리그 선수로 전락했다. 그리고 지난 10일 서울월드컵컵경기장 보조구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2군리그 경기에서 전반 33분 주심의 허락없이 그라운드를 벗어나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은 FC서울 서포터스에게 항의하다 퇴장당하며 또 한번의 고초를 겪고 있다.
< 김성원 기자 scblog.chosun.com/newsme10 >
▶생년월일=1976년 1월 27일
▶출생지=경기도 파주
▶체격조건=1m77, 73kg
▶포지션=FW
▶혈액형=AB형
▶소속=수원 삼성
▶출신교=서울 대림초→남서울중→서울공고→아주대
▶프로경력=부산 대우(현 부산 아이파크-1998~2000년)→이탈리아 페루자(2000~2002년)→일본 시미즈(2002~2003년)→일본 요코하마(2004~2005년)→프랑스 FC메스(2005년)→독일 뒤스부르크(2006년)→수원 삼성(현재)
▶K-리그 성적=107경기 49골-11도움
▶A매치 데뷔 및 성적=1997년 4월 23일 중국전, 65경기 17골
▶주요 경력=1997년 유니버시아드대표, 2000년 북중미골드컵 대표, 2002년 한-일월드컵 대표, 2004년 아시안컵 대표, 2006년 독일월드컵 대표
▶가족관계=아내 이혜원씨와 1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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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환, 관중석 습격 징계 '원인제공자는 책임없나'
[마이데일리 = 김종국 기자] 지난 10일 열린 서울과 수원의 2군리그 경기 중 안정환(31·수원)이 관중석으로 돌진한 사건은 안정환이 벌금 1000만원의 징계를 받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안정환은 서울과의 2군리그 경기에서 전반 33분 경기장을 빠져나가 관중석에서 자신에게 야유를 퍼부은 서울팬들을 찾아가 욕설을 그만둘 것을 요구했다. 당시 경기에서 운동장 이탈로 퇴장명령을 받은 안정환에 대해 프로축구연맹은 1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했다.
이번 사건을 되돌아보면 일차적인 잘못은 안정환에게 있다. 비록 2군리그지만 공식경기 중 그라운드를 떠나 관중석에 뛰어든 것은 분명 선수로서 잘못된 행동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 원인을 제공한 팬들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건 이후 일부에서는 안정환이 관중석으로 올라와 팬들에게 욕설을 하고 과격한 행동을 보였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프로연맹의 상벌위원회가 사건을 파악한 결과 그런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궁용 상벌위원장은 " 안정환은 관중에게 욕설이나 물리적 행위를 하지 않았다. 비신사적 행위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해 출전금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서울 구단측의 관계자와 이야기를 했지만 그런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 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상벌위원회는 안정환에 대해서만 징계를 결정했을 뿐이다. 사건의 원인을 제공했던 서포터스나 서울 구단에 대해서는 재발방지를 위한 조치 및 대책을 내리지 않아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프로연맹은 서울측의 징계에 대해 " 상대팀에 대해 야유하는 것도 응원의 일부이다. 하지만 도가 지나친 욕설이나 선수의 사적인 부분을 비방하는 것은 고쳐야 한다. 향후 구단 관계자들과 논의해야 할 사항 " 이라고 밝혔다.
남궁용 상벌위원장은 " 2군 경기는 경기장 환경이 열약하고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선수가 관중석에 진입하는 것은 1군 경기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2군 경기에서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 며 이번 일을 우발적인 사건으로 간주했다.
프로연맹의 이같은 안일한 태도는 향후 또다른 문제점들을 가져올 수 있다. 올시즌 들어서도 K리그에서 일부 팬들의 충돌은 여러차례 있었다. 연맹의 적극적인 제지가 없다면 1군무대에서 앞으로 이번과 같은 사건이 없으라는 법이 없다. 매번 적은 숫자의 팬들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것만으로의 행동으로 덮어버리기에 이번 사건이 가져온 파장은 크다.
[2군리그 도중 관중석으로 돌진해 물의를 빚은 수원 삼성 안정환. 사진=마이데일리 DB]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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