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3일(금) : 빼도 박도 못할 상황
수색팀들은 오후 실습을
끝내고 각자 숙소로 가서 씻고 휴게실에 모였다. 오늘따라 모두가 특별히 더 열심히 실습에 임하는
팀원들을 보고 채원은 흐뭇한 생각이 들어서 웃으면서 한마디 했다.
"야 오늘 무슨
날이냐? 모두 아주 열심이던데."
채원과 윤아, 현우를 제외한 모두는 낮에 인수가 저지른 일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대회에 참여해서 창피라도 안 당하기 위해서 열심히 임했던 것이 채원의 눈에 그렇게 보였던
것이다. 어째던 간에 기분 좋아하며 묻는 채원의 말에 대꾸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채원은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 즘에 정훈이가 나서서 채원에게 말했다.
"열심은 무슨. 형! 우리 평소에 항상 그렇게 열심히 해. 하하. (소리를 낮춰서)형, 잠깐 인수하고 따로 얘기 좀 하자!"
채원은 정훈이가 갑자기
따로 얘기 하자는 말에 속으로 찔끔했다. 그 이유는 윤아와 현우하고 같이 하던 비밀 작업이 들통났나
싶었다.
"무슨 얘기?"
<-애들이 뭔 눈치
챘나?->
"잠깐 당구장으로
가자. 너희들은 여기 기다리고 있어."
정훈이는 먼저 앞장서서
당구장 쪽으로 가고 그 뒤를 인수가 죄인처럼 따랐다. 채원도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우선은 잠자코 따라갔다. 당구장에 들어서고 나서 정훈이와 인수가 채원 쪽으로 돌아 보며 섰다. 그리고 나서 인수가 고개를 푹 숙이고 말을 꺼냈다.
"형, 미안해!"
"응? 뭐가 미안하다는 거야?"
인수는 미안하단 말만
하고 아무 말 못하고 그냥 있었다. 그때 정훈이가 나서서 점심 시간에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해
줬다.
정훈이의 말을 끝까지
가만히 듣고 있던 채원은 정훈이가 설명이 끝나고 나서도 얼마 동안 가만히 있었다. 채원이 가만히 있는
동안에 채원의 얼굴에는 표정변화 하나 없었다. 그런 모습을 곁눈질 해서 보고 있던 인수는 미안한
마음에 쥐구멍이라도 찾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채원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참나 얘들이 또 사고
쳐 놨군. 이건 또 어떻게 처리하냐? 하여튼 레드버드 팀
팀장이 장단장에게 얘기 한다고 했으니 먼저 정단장이 공포하기 전에 막아야겠네. 우선 인수는 여기 두고
정훈이만 대리고 정단장 찾아 가 보자. 괜히 인수를 대리고 가면 가뜩이나 지금 주눅들어 있는데 더
곤란하게 할 필요 없지. 생각 끝. 행동 계시.->
"우선 인수 너는 여기
애들 데리고 여기 있어라. 그리고 정훈이는 나 하고 정단장 만나려 가자."
그때 인수가 나서서
말했다.
"형 나도 같이
갈게. 내가 저지른 일 내가 수습할게."
"아냐, 너 지금까지 속으로 맘 고생 많이 한 것 같은데 그만하면 됐어.
그리고 내 대원이 정단장 앞에 가서 주눅들어 하는 모습 난 보고 싶지 않아. 니가 잘
했다는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속앓이 한 걸로 됐어 그러니 넌 남아 있어. 이건 팀장으로써
명령이야."
"알았어. 그리고 미안해"
채원과 정훈이는 정재형
단장의 사무실로 찾아 같다. 정훈이가 상황 설명 하기 위해 나서려 했다. 그때 채원은 정단장이 눈치 못 채게 막으며 말했다.
"정단장님 오늘 레드버드
팀이 단장님 뵈러 오지 않았습니까?"
"네 왔었습니다."
"뭐라고
하던가요? 혹시 우리팀 관련해서 뭐라 그러지 않았습니까?"
"네. 수색팀에서 UBT 팀 베스트 팀 선발 경기에 참여 하기로 했다
하더군요. 그래서 전 잘 됐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단장님은
우리팀이 나가는 것으로 해서 다른 팀에게 공표 했습니까?"
"제가 공표하진
않았습니다 만 왜 그러시죠?"
"공표하지 않았으면
취소할까 해서요. 아직 우리팀은 기초적인 훈련 중이라 그런 대회에 참여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아서요."
"내 생각엔 이번 기회에
참여 해 보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참여 해야 할 것 같고요."
"참여해야 할 것 같다니
무슨 말씀입니까? "
"레드버드 팀의 정승현
팀장이 수색팀이 대회에 참여 한다는 것을 다른 팀들에게 먼저 공표하고 절 찾아 왔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UBT팀에선 이미 여러분이 참여 하는 것으로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채원 혼잔
말로)이런 레드버드팀이 우릴 빼도 박도 못하게 단단히 옭아맸네."
채원의 혼잣말을 듣지
못한 정재형 단장은 계속 말했다.
"이번 기회에 참여하는데
의의를 두고 한번 경기에 나가 보십시오. 다른 팀의 실력도 한번 보고요. 수색팀이 정식 훈련 받은 지 일주일밖에 안됐기 때문에 베스트팀이 된다는 것은 무리지만 다른 팀들과 유대관계도
맺어보고 견문도 넓히고 하기에 좋은 기회일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훈이 보고)가자."
"응"
정단장 사무실 문 밖에
나온 채원과 정훈이는 휴게실로 가기 위해 그냥 말없이 걸었다. 한참 걸어가던 정훈이가 채원에게
물었다.
"형"
"응?"
"왜 정단장에게 경기에서
빼 달라고 강력히 요청 안 했어?"
"이미 늦었어."
"늦다니?"
"지금 정단장에게 우리는
끝까지 빠진다고 하면 빠질 수는 있겠지. 하지만
UBT팀들은 우리 수색팀을 어떻게 생각 하겠어. 12년 후 미래전쟁에 참여 했을
때, 중간에 포기하는 팀 말을 듣겠어? 이게 레드버드
팀장이 노린 거야. 아에 꼼짝달싹 도 못하게 우릴 옭아매 놨어.
그 팀장 이름이 정승현이라 했던가?"
"응"
"그 사람 머리 좋네.
나중에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거야. 하여튼 내 생각엔 꼴지 하드라도 지금은 참여해야
해. 그래서 그냥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해.
그리고 우리가 참여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여기 있는 다른 팀들에게 우리들에 대한 환상도 좀 깰 필요도 있어. 이건 정단장의 바램이지만 말이야."
"무슨 말이야?
그리고 정단장의 바램은 또 뭔 말이야?"
"너 여기 훈련소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우리
팀이 미래를 구할 영웅팀이라고 소문나 있는 거 알지."
"알지.
그것 때문에 우리가 부담스러워하고 있잖아."
"그렇지. 그런 내용을 정단장도 잘 알고 있어. 그리고 그런 상태로 우리가
훈련을 받으면 우리에겐 마이너스 요인이야. 이것도 정단장이 잘 알고 있지. 어째던 간에 정식 훈련 일주일 받은 우리가 베스트 팀 뽑는 경기에 나가면 우리가 우승하겠어?"
"우승은 무슨 쪽이나 안
팔리면 다행이지."
"맞아. 쪽 안 팔리면 다행이지. 그런 모습을 다른 팀들이 보면
어떻겠어?
"아. 그래서 우리에 대한 환상을 벗어버린다 이거군."
"그렇지."
"그러면 그것도
문제잖아. 나중에 우리가 다른 팀 리더가 되어야 하는데,
우릴 따르겠어?"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12년이란 시간은 짧은 게 아냐. 그리고 CEC에서 미래를 항상 주시하고 있을 거야. 그 말은 나중에 우리
팀 실력이 월등히 앞서 나가던지 아니면 다른 팀들이 우리를 따르게 하는 어떤 사건이 생길 거야."
"이야 대단한데, 형은 몇 수 앞까지 보는 거야? 새삼 존경스럽네. 하하"
"얌마 이게 진정한
형님의 모습이야. 하하. 농담이고 조금 전에 나와 말한
내용은 다른 사람에겐 비밀이다. 알았지?"
"알았습니다. 대장"
정훈이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마음 속엔 한 살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채원이가 사고를 친 인수에 대한 마음
씀씀이와 생각의 깊이를 이번 일을 개기로 접하고 나서 더욱 더 진심으로 존경하게 되었다.
채원과 정훈이는
팀원들이 기다리는 휴게실로 돌아 왔다. 그리고 채원은 모두에게 당부했다.
"내 말 잘
들어. 이번에 UBT 팀의 베스트 팀 선발하는 경기에 우리
팀도 참여해야 할 것 같다."
채원의 말에 인수는
고개를 못 들었다. 채원은 그런 인수의 모습을 봤지만 모른 척 하고 계속 말했다.
"우리가 이번 경기에
참여하게 된 것은 꼭 한번은 치려야 할 신고식 같은 거야. 이번 신고식을 어떻게 치뤄냐에
따라서 12년 후의 미래 전쟁에 영향을 주게 된다. 자세히
말 할 순 없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말이기 때문에 명심하기 바래. 그래서 하는 말인데, 이번 경기에서는 정정당당을 슬로건으로 내 걸고, 꼴찌 하더라도
다른 팀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줘야 해. 알았지?"
"(모두들)네"
"모두들 밥 먹고 나서
다른 데로 가지마 알았지. (현우를 보며) 현우야 UBT팀 베스트 팀 선발 경기에 대해 알고 있어? 예를 들어 종목이
뭔지, 경기 방식은 어떤지 등에 대해서 말이야."
"네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있다 밥 먹고
우리에게 자세히 좀 가르쳐 줘. 알았지"
"네"
"저녁 식사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모두 밥 먹으로 가자."
전부 식당으로 향해 갈
때, 인수는 채원을 잠시 불렸다.
"형, 잠깐만."
인수는 동생들이
식당으로 어느 정도 가고 나자 채원에게 말했다.
"형 진심으로 미안
해. 그리고 난 질책 받아도 싼데 날 감싸줘서 고마워."
"인수야, 질책은 깨닫지 못한 사람을 일깨워 주기 위해 필요한 거야.
진심으로 깨달은 사람에게는 질책이 필요 없어. 아까 전부 다 있을 때도 말했듯이 이번
것은 어떻게든 한번은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일이야.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마. 너답지 않게 자꾸 머리 숙이는 모습 보기 싫다."
"알았어 형. 앞으로 형 외 다른 사람 앞에서 절대로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게.
배고프다. 밥 먹으로 가자."
"응 배가 등 짝에 붙은
것 같다. 빨리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