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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18일(수) : 좌절과 성숙의 시간
처음엔 채원과 윤아와 현우 세 사람만이 '움모(UMO)' 찾는 작업을 하다가 이제는 수색팀 모두가 합심해서 찾고 있었다. 그리고 베스트 팀 선발 대회 준비도 겸해서 하다 보니 모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4월18일 수요일 아침, 채원은 식당에서 대원들의 두 눈이 횡 하니 피로에 지쳐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더군다나 오늘은 경기에 나가야 하는 날이기 때문에 더 그랬다.
"모두 많이 피곤하지, 너희에게 '움모(UMO)' 찾는 걸 괜히 부탁했단 생각이 든다."
인수가 대표해서 말했다.
"형, 그런 말 하지마. 이 일은 훈련소의 안전에 관한 중요한 일이야. 형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그런걸 봤어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일이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더군다나 오늘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너희들 얼굴 보니 안쓰럽다. 어쨌던 오늘 경기에서는 그냥 최선을 다하자. 알았지?"
"(모두들) 네."
UBT팀의 베스트 팀 선발 경기는 오후 2시부터 시작이었다. 수색팀은 '움모(UMO)' 찾는다고 몰랐지만 베스트 팀 선발은 전날 예선을 먼저 치러서 5팀을 본선 진출 팀으로 뽑았다. 이번 달 대회에서는 수색팀이 참여하기로 했기 때문에 수색팀은 부전승으로 본선에 올라갔다. 여기에는 레드버드 팀의 팀장인 정승현의 입김이 작용했었다.
드디어 오후 2시, 수색팀을 포함한 여섯 개 팀원들은 출발선상에 나와 있었다. 그리고 본선에 참가하지 않은 팀과 운송팀, CEC 의 각 단장 등 모든 사람들은 각 층의 난간에 의자를 가져와서 관람하고 일부는 휴게실과 회의실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서 구경하고 있었다.
채원은 릴레이로 이루어지는 경기에서 군 출신인 인수를 첫 주자로 선발했다. 그리고 두 번째 주자는 윤아, 세 번째 주자는 정훈이, 네 번째 주자는 기현이, 다섯 번째 주자는 남철이, 여섯 번째 주자는 채원이, 일곱 번째 주자는 현경이, 마지막 여덟 번째 주자는 경환이로 했다. 채원은 나름 고민해서 군 출신자를 앞과 뒤에 배치하고 나머지를 중간에 배치했다. 채원의 이런 고민이 어느 정도 맞아 들어갈진 모르지만 경기는 시작 되었다.
첫 주자인 인수는 열다섯 바퀴를 돌아야 하는 첫 번째 코스에서 다른 팀 주자보다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팀 주자들이 훈련소에 몇 개월 먼저 들어왔다지만 아무래도 인수는 군에서 훈련 받았고 그리고 꾸준하게 운동을 해 와서인지 그냥 달리기만 하는 코스에서는 인수가 유리했다. 인수는 다른 팀 주자들을 추월하면서 씩 웃으면서 혼잣말로 말했다.
"별거 아니네"
인수가 첫 번째 코스를 통과할 때는 다른 선수 보다 한 바퀴 정도 앞서 있었다.
두 번째 코스는 슈트와 드론을 일체화 해서 원격에서 인간형 로봇인 드론을 움직여서 훈련장소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드론을 제어하는 이번 코스도 운동신경이 뛰어난 인수에겐 어렵지 않았다. 드론과 동기화 해서 기본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짧은 시간 이지만 계속해서 연습 해 왔었다. 그러다 보니 경기에서 훈련장소를 한바퀴 도는 것은 기술보다는 체력이 우선화 되었다.
세 번째 코스는 출발선 옆 실험실에 설치된 비행시뮬레이션용 셔틀을 타고 달을 한 바퀴 돌고 와야 했다. 단순히 지구에서 달까지 직선 거리를 그냥 날아가서 돌아오는 것이면 조금의 비행경험만 있어도 가능했다. 왜냐하면 셔틀은 조정석에 있는 사람의 '잎시(IPSI)'와 연결되어서 조종자의 생각으로 조종하도록 되었어 기본 비행은 쉬웠다. 그리고 조종석 앞에 있는 계기판은 삼차원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간단한 행로지정이 쉬웠다. 하지만 간단한 주행비행이 쉬워도 이런 최첨단 시스템은 군 출신인 인수를 주눅들게 했다. 그리고 인수가 완주해야 하는 코스 또한 녹녹하지 않았다. 실제 지구와 달 사이에는 방해 요소가 없지만 경주를 위해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장애물을 추가 해 놓았다. 코스의 처음 지역에는 소행성 군락지로 되어 있었다. 인수는 군락지에 들어가기 전에 비행에 대한 이것저것 해보니 어느 정도 감이 왔다. 그리고 이전에 실습시간에 해 본 경험과 수업 외 연습을 통해서 기본 비행은 문제 없었다. 인수는 첫 번째 코스도 다른 팀 주자보다 월등히 앞서 나갔고 두 번째 코스도 어렵지 않게 지나 왔으며 현재 코스에서도 기본 비행 방법에 대한 감을 잡다 보니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까지 들었다. 하지만 소행성 군락지에 들어서고 나서 당황하기 시작했다. 인수는 소행성 군락지 안에서 좌충우돌하며 헤매는 동안에 두 번째 주자인 레드버드팀의 정기철이 조종하는 셔틀이 뒤따라 왔다. 정기철은 인수의 셔틀을 보고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뒤에서 보니까 인수의 셔틀이 헤매고 있는 것을 안 정기철은 앞질러서 인수 셔틀 앞으로 갔다. 그리고는 앞을 가리면서 진로 방해를 했다. 그때 셔틀이 '잎시(IPSI)'를 통해서 음성으로 경고했다.
『충돌 위험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정기철은 다시 옆으로 와서는 소행성 쪽으로 인수셔틀을 밀어붙이고는 쏜살같이 셔틀을 몰고 가 버렸다. 그러니까 인수는 성질이 나면서 더 셔틀 조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정기철이 미는 바람에 인수는 간신히 셔틀을 소행성에 불시착시켰지만 화가 머리꼭대기까지 나서 흥분한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를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서 셔틀을 출발 시켰다. 인수가 그러고 있는 동안에 다른 팀 주자들이 추월해서 지나갔다.
인수가 소행성 군락지를 거의 빠져나올 즘 셔틀에서 다시 경고 음성이 들려 왔다.
『앞쪽에 위험 물체가 감지되었습니다. 에너지 막을 치시겠습니까?』
셔틀은 음성 경고를 하고는 계기판에 앞의 소행성에 설치된 이온포 이미지를 삼차원으로 보여 주었다.
"이건 또 뭐야? 우선 에너지 막부터 치고 보자. 그래 쳐!"
막 에너지 막을 친 순간 셔틀에 충격이 전해졌다. 인수는 계기판에서 보여주고 있는 이온포에서 에너지포를 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다시 음성 경고가 들려 왔다.
『에너지막 수준이 70프로로 떨어졌습니다. 회피 동작을 하면서 반격 하십시오.』
인수는 삼차원 이원포 이미지를 보며 말했다.
"타겟!"
계기판에는 이온포를 기준으로 타겟 조준 표시가 두 개로 나타났다. 타겟 표시는 인수의 시선으로 두 개가 겹쳐 졌을 때 붉은 색으로 바꿨다. 그대 인수는 외쳤다.
"공격!"
다행이 한번의 공격으로 소행성에 설치된 이온포는 격파되었다. 인수는 모르고 있었지만 셔틀은 자동 타겟 지정 기능이 있었지만 시합을 위해서 시뮬레이션에는 그 기능을 잠겨 두었다.
인수는 이온포를 격파하고 나서도 여러 장애를 돌파해 나갔다. 예를 들어 은닉기능을 사용해서 적 전투함를 피해서 들키지 않고 간다 던지 아니면 눈에 보이지 않는 블랙홀을 사전에 감지해서 지나가는 등이었다.
인수가 세 번째 코스를 통과하고 네 번째 코스로 접어 들었을 때 다른 팀 주자들은 네 번째 코스 중반쯤 지나간 상태였다. 그리고 인수가 네 번째 코스를 통과하고 두 번째 주자인 윤아가 첫 번째 코스를 달리기 시작했을 때 다른 팀의 세 번째 주자는 세 번째 코스에서 달 반환점을 돌기 시작 했다. 하지만 레드버드 팀의 세 번째 주자는 벌써 네 번째 코스에 진입한 상태였다. 공군출신인 윤아는 사전에 인수로부터 코스에 대한 정보를 간단하게 듣고 출발했다. 그래서 첫 번째와 두 번째, 세 번째 코스는 인수보다는 빠르게 지나갔지만 다른 팀과의 거리 차는 여전히 더 벌어졌다.
윤아는 네 번째 코스에 진입해서 느리지만 어느 정도 전진했다. 윤아는 채원아 현우와 함께 '움모(UMO)' 찾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물체를 중력감지기를 통해서 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력 감지기와 전자기력 검출기를 작동시킨 상태로 전진하고 있었다. 윤아가 느리지만 장애를 피해서 조심스럽게 비행하고 있는데 '잎시(IPSI)'에서 음성 경고음이 들렸다.
『접근경고! 접근경고! 뒤에 인간으로 보이는 누군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윤아는 생각으로 외쳤다.
<-접근물체 이미지!->
그랬더니 윤아의 시야에 우측 상단에 어떤 인물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세 번째 코스가 어둡기 때문에 정확히 누군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윤아는 다시 생각으로 외쳤다.
<-적외선과 자외선, 가시광선을 모아서 시각화!->
이제 윤아 눈에 보이는 이미지는 사람의 형태가 또렷이 보였다. 정확하게는 평소보다 더 선명하게 보였다. 적외선과 자외선이 가시광선에 더해서 시각화 해서인지 사람의 형상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 사람의 왼쪽가슴에 새겨져 있는 마크를 보니 레드버드 팀 주자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레드버드 팀의 홍일점이며 네 번째 주자인 박경화였다. 박경화는 다른 팀이 지금 자신의 뒤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앞에서 느리게 가고 있는 사람이 수색팀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박경화는 비행해 오던 속도 그대로 윤아를 치면서 앞질러 갔다. 그리고 윤아 앞 약30미터 앞에 섰다가 뒤돌아 서서 다시 윤아 쪽으로 질주해 왔다. 박경화가 윤아를 치려고 하는 순간 윤아는 속으로 외치고 몸을 옆으로 피했다.
<-아주 강한 라이트!->
순간 박경화는 강한 빛으로 눈앞이 보이지 않았고, 그리고 달려오던 속도 그대로 앞에 보이지 않는 장애물에 부딪쳤다. 윤아는 순간 보이지 않는 물체 뒤로 가서 속으로 외쳤다.
<-은닉기능!->
윤아의 모습은 순간 사라졌고 보이지 않는 물체에 부딪친 박경화는 정신을 차리고 윤아를 찾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그냥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윤아는 슈트를 입고 비행하는 것에 완전히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은닉기능을 사용해서 숨은 것이었다. 그리고 상대도 중력감지기를 이용해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물체 뒤에 숨은 것이다. 윤아가 네 번째 코스 중간쯤 지나갔을 때 다른 팀 주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지나갔다. 다행이 레드버드 팀 외 수색팀을 건드리는 팀은 아직까진 없었다.
우애곡절 끝에 윤아도 완주 했다. 윤아 이후 주자들은 코스를 완주하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다른 팀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레드버드 팀장인 정승현은 몸싸움을 가장한 수색팀을 좀 골려 주려고 했었는데 수색팀이 너무 쳐지다 보니 박경화가 윤아를 공격한 이후 더 이상 공격하지 않았다.
어떻게 진행되던 간에 경기는 계속되어서 여섯 번째 주자인 채원이 달리기 위해 출발점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로 팀원들은 서 있었다. 그때 레드버드 팀은 마지막 주자인 정승현 팀장이 결승점에 들어 왔다. 결승점에 들어오던 정승현은 채원을 보고는 빈정대듯 한마디 한다.
"대단합니다. 이번 경기에 대 신기록이 하나 수립되겠습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가장 늦게 완주한 대기록이요."
그리고 나서 목소리를 낮추어 혼잔말 인듯하게 말 한다.
"미래를 구할 영웅팀 좋아하네. 미래를 구하기는커녕 미래가 걱정이다. 걱정!"
정승현의 의도인지 아니면 우연히 들린 지는 모르지만 지금 경기 중에 있는 남철이를 뺀 나머지 수색팀원들은 정승현의 말을 똑똑하게 들었다. 하지만 경기 결과가 너무 차이 나니까 모두는 할말 없이 죄인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채원은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팀원들에게 다짐하듯 한마디 했다.
"지난번에도 말 했듯이 이 경기에서는 그냥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목적이야.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모습 보여주자. 알았지?"
"(모두들 힘없는 목소리로)네"
채원은 남철이가 들어오자 최선을 다해 전력 질주를 해서 달렸다. 채원이 첫 번째 코스를 다 돌쯤 다른 팀들의 마지막 주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오기 시작 했다. 채원이 남은 코스를 다 돌고 다음 주자인 현경이가 바통을 받아서 뛰기 시작 했다. 현경이 다음은 마지막 주자인 경환이였다. 이 두 사람도 채원의 뜻을 알고 전력 질주를 했다. 그리고 수색팀 마지막 주자인 경환이가 들어와서야 경기는 끝났다. 최선을 다하고 완주하는 모습은 그것으로 끝이고 경기를 관람하던 관중들은 수색팀에 대한 기대가 여지없이 무너졌다. 수색팀의 마지막 주자가 들어오자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는 대놓고 야유를 했다. 그런 야유의 소리는 당연히 수색팀 귀에 또렷이 들렸다.
경환이가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레드버드 팀원들은 손을 번쩍 들고 환희에 차서 훈련장소 중간으로 나갔다. 레드버드 팀원들은 수색팀을 지나갈 때 대 놓고 뭐라 그러지는 않았지만 비웃는듯한 웃음을 웃으면서 지나 갔다. 수색팀원들은 그런 모습을 못 볼 리 없었다. 레드버드 팀의 행동이 얄밉기는 했지만 실력은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인지 수색팀은 더 주눅이 들었다.
이번 경기는 레드버드 팀장인 정승현의 의도대로 레드버드 팀은 승리의 환영을 받고 수색팀은 야유와 핀잔을 받는 자리가 되었다. 채원은 팀원들을 다독거려 주기는 했지만 다른 팀과의 실력 차로 채원 자신도 의기소침해졌다.
베스트 팀을 뽑는 이날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의례 각 팀들은 자신들의 팀 아지트로 가서 자신들만의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본선에 올라간 다섯 개의 팀들은 훈련장소에 나와서 같이 거하게 파티를 즐겼다. 수색팀은 파티를 즐길 기분도 아니고 또 모두들 맥이 빠진 상태여서 그들의 아지트화 된 지하 일층 휴게실로 갔다.
결과가 어째던 간에 경기는 끝났고, 처음 생각보다 더 많은 실력 차와 생전 처음 들었을 법한 야유를 한꺼번에 들은 팀원들은 사기가 땅으로 떨어지다 못해 땅속으로 파고들어갈 지경이다. 채원 또한 마찬가지지만 팀장이란 타이틀 때문에 어떻게 던 팀원들의 마음을 풀어줘야겠다는 생각에 다독여 줬다.
"아, 그만 풀 죽어 있고 힘내자. 우린 첫 경기잖아. 다음에 잘하면 되지. 안 그래?"
모두는 채원의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채원은 팀원들이 반응이 없자 자신도 더 이상 힘이 안 나서 그냥 편하게 쉬게 하자는 생각에 말했다.
"모두들 기분도 그런데, 이럴 때 술이라도 있으면 한잔하면 딱 이지만 여긴 술도 없으니 그냥 각자 숙소로 가서 쉬고, 있다가 저녁시간에 여기서 보자."
채원의 말에 모두는 부스럭 부스럭 일어나서 각자의 숙소로 갔다. 채원도 팀원들 제일 뒤에서 터벅터벅 걸어서 자신의 숙소로 갔다. 채원은 숙소에 가자마자 땀에 젖은 상태로 그냥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낮에 경기로 등이 침대에 닫자마자 피로가 몰려오기 시작 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골아 떨어졌다.
"형 어디 있어? 채원 형!"
"인수야, 여기야. 나 여기 있어."
"오빠, 채원 오빠 어디 있어?"
"윤아야, 나 여기 있다니깐. 왜 날 못 봐? 나 여기 있어. 어? 어? 어? 어디가. 어. 어. 어디로 갔지. 인수야, 윤아야 어디 있어. 애들아."
"형, 오빠. 여기야."
"응 어디 갔었어? 한참 찾았잖아."
"오빠 왜 우릴 버렸어? 왜 우리만 남겨두고 갔어?"
"무슨 소리야?"
"왜 우리를 버렸어? 왜 버렸어? 왜 버렸어? 왜 버렸어?"
"아냐, 아냐, 난 너희들을 버린 적 없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아냐, 아냐. 으악."
채원은 소리를 지르면 벌떡 일어났다.
"흑, 흑, 꿈이었구나."
채원은 시계를 보니 오후 5시,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 남았다. 채원은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곤 밖으로 나가서 어디론가 향했다.
지하9층 복도 앞, 채원은 문 앞에서 잠깐 서있었다. 조금 있다가 문이 양 옆으로 갈라지며 자동으로 열렸다. 열린 문 앞은 벽이 놓여 있었고 벽을 기준으로 양 옆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채원이 벽의 오른쪽으로 돌아 가니까 정재형단장은 벽 뒤쪽에 구비된 커피를 준비하고 있었다. 정단장은 채원을 보며 말했다.
"앞에 소파에 앉으십시오. 커피 드실 거죠?"
"네"
정단장은 채원이 찾아올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기다리던 사람이 온 양 채원을 대했다.
"오늘 고생 많았습니다. 피곤하시죠?"
반면에 채원은 뭔 죄를 지은 것처럼, 아니면 필수 핵심 인물이라고 뽑았는데 제 역할을 못해서 오는 창피하고 죄송함 때문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리곤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 순간 정단장은 커피 두 잔을 태워서 한잔은 채원 앞에 두고 나머지 한잔을 들고 맡은 편에 앉았다. 그러면서 빙긋 웃으며 말했다.
"우선 커피한잔 해요. 내가 시대별로 커피를 마셔 봤는데, 난 19세기 커피가 내 입맛에 맞는 것 같습니다. 채원씨도 한번 마셔 봐요."
"네 감사합니다."
정단장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런 얘기를 채원은 그냥 들으며 단답형으로 대답 해 줬다. 한참 그러다가 정단장이 말했다.
"난 오랜만에 채원씨가 찾아와서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려고 했는데, 채원씨는 그럴 기분이 아닌가 봅니다. 아까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죠?"
"네. 먼저 죄송합니다. 지금 저 뿐만 아니라 저희 팀 전체 분위기가 많이 침체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례를 했습니다."
"아, 아닙니다. 아까 했던 제 말에 마음 쓰지 마십시오. 그나저나 무슨 일 이십니까?"
"먼저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앞으로 UBT 베스트 팀 선발 경기에 참가 안 했으면 합니다. 저희에게 도움이 되기 보다 팀원들 사기가 많이 꺾기는 것 같습니다."
"네~, 그런데 왜 그렇게 생각합니까?"
"처음 우리 팀이 훈련소에 왔을 때, 다른 팀들의 반응이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미래를 구할 영웅 팀이라는 반응이고 다른 하나는 그 영웅 팀이란 거에 대한 시기하는 반응 이였습니다. 두 반응 다 우리 팀에게는 좋지 않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영웅 팀이라고 칭송하는 반응은 우리를 부담되게 만들었고, 시기하는 반응은 이번 경기에서처럼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아, 이번 경기 결과 때문에 상심이 컸나 보군요. 하지만 너무 상심하지 마십시오. 첫 경기에다 훈련 받은 지 얼마 안됐는데 당연한 결과이지 않습니까? 다만 저는 다른 팀과 경쟁해서 좀 더 분발하시길 바랬으며, 여러분께 열심히 훈련 받을 수 있도록 동기 유발하기 좋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이유가 한 가지 더 있겠죠. 이런 결과가 나올 것이란 것을 단장님은 알고 있었을 것이고, 그러면 다른 팀들이 우리 팀에 대한 기대를 접도록 하기 위한 좋은 기회도 됐겠죠. 물론 저희 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을 잘 압니다."
"하하, 대단하십니다. 제 심중을 정확하게 알고 계셨군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정단장님의 배려는 잘 알고 있지만 결과는 역효과입니다. 저 같은 경우만 해도 처음부터 단장님의 의중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다른 팀과의 실력이 이 정도로 날줄은 몰랐고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저 자신에게 실망이었습니다. 하물며 우리가 진짜 핵심인물이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런 말씀 하지 마십시오. 지금의 실력 차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훈련소에 들어온 지 일년 된 팀과 갓 들어온 팀과의 실력 차는 엄청 큽니다. 하지만 훈련소에 들어온 지 11년 된 팀과 12년 된 팀과의 실력 차는 거의 없거나 역전도 될 수 있습니다. 그때는 들어온 년도가 실력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팀의 팀웍이 실력을 결정합니다. 수색팀이 핵심인력 인 이유 중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채원씨가 포함돼있기 때문이고 그 다음 중요한 이유는 채원씨를 중심으로 팀원들이 똘똘 뭉쳐서 모든 일을 잘 헤쳐 나가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중요한 요소는 채원씨의 판단력과 지도력입니다. 수색팀의 구심점은 채원씨 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팀원들이 시련에 빠졌을 때 채원씨만은 그들의 힘이 되어 줘야 합니다. 만약 진짜로 경기에 빠진다면 그렇게 하십시오. 하지만 내 생각엔 몇 일 생각 해 보고 결정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알겠습니다. 나약한 모습 모여드려 죄송합니다. 경기 참여 여부는 저희 팀원들과 상의 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전에도 말씀 드렸듯이 전 채원씨의 판단력을 백 프로 믿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던지 전 적극적으로 밀어 드리겠습니다. 힘 내십시오."
"네 감사합니다."
채원은 정단장의 사무실을 나와서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현우를 뺀 나머지 대원들이 다 나와 있었다. 아무래도 채원을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채원은 그들이 있는 쪽으로 가서 빈 자리에 앉았다. 채원이 앉자 한쪽 구석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인수가 일어서면서 말을 꺼냈다.
"채원형을 비롯해서 모두들 주목 해 줘. 이번 일을 정확하게 하고 넘어가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그러니 잠시 내 말을 들어 줘."
채원은 인수가 무슨 말을 하련 지 짐작하고 재빠르게 제지하려 했다.
"인수야, 잠깐만."
"아냐 형. 지금까지 형이 신경 많이 써 줬는데 더 이상 내가 염치없어서 안되겠어. 내가 저지른 일 내가 떳떳하게 밝히고 용서를 구하겠어."
인수는 앉아 있는 모두를 보고 계속 말을 이었다.
"너희도 짐작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 이번에 우리가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베스트 팀 선발 경기에 나가게 된 것은 전부 나 때문이야. 내가 순간의 감정을 다스리지 못하고 앞뒤 생각하지 않고 경기에 나가겠다고 레드버드 팀장에게 말해버렸어. 그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거야. 전적으로 이번 일은 내 책임이야. 채원형이 정재형 단장에게 찾아가서 해결하려고 했었는데 이미 늦어 버려서 안됐었어."
인수는 감자기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너희들 처분에 따를게. 미안하다."
그때 갑자기 채원이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인수 너 당장 일어나지 못해? 빨리 일어나!"
채원이 갑자기 지르는 소리에 모두 깜짝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모두는 이렇게 화난 채원의 모습을 처음 봐서이다. 인수도 너무 놀라서 순간적으로 일어섰다. 그 모습을 보고 채원은 인수를 보고 호통치듯이 말했다.
"지난 번에 내가 한말 잊었어? 너 두 번 다시 고개 숙이는 거 보기 싫다고 한 말 잊었어?"
채원은 시선을 돌려 전부를 보고 다시 말했다
"너희들도 잘 들어. 난 내 대원이 아무 대서나 고개 숙이고 못난 꼴 보이는 거 용납 못해. 알았어? 설사 잘못을 했다 해도 그러지마. 난 무조건 너희들 편 들 거고, 내가 막을 수 있는데 까지 막을 거니까. 아무 대서나 못난 모습 보이지마. 당당하게 나사 알았지!"
채원의 호통에 모두는 무조건적인 반사로 대답했다.
"네!"
채원은 목소리를 낮춰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이번 일은 인수 너 아니더라도 한번은 일어 날 일이야. 너희들도 알아야 하니 말 해 주지. 이번 일이 발생한 계기는 인수 니가 제공한 건 맞아. 하지만 이렇게 유도한 건 정단장이야. 그렇다고 정단장이 인수 널 못살게 굴려고 그런 게 아니고 앞으로의 우릴 위해서야. 정단장은 인수 니가 그런 줄도 모를 거야. 하여튼 정단장의 의도는 다른팀들이 우릴 너무 영웅팀으로 치켜세우기 때문에 그런 환상을 좀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럴 때 인수 니가 계기를 제공한 거야. 인수 니가 좀 경솔하게 한 것은 잘못이지만 이번 경기 결과는 어쩔 수 없이 의도 된 것이니 너무 자책하지 마. 진짜 보기 싫다. 너희들 다시 한번 말하는데 두 번 다시 못난 꼴 보였다가는 내가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보여 줄 거다 알아서 해. 알았지."
모두는 채원이 자신들을 얼마나 생각하고 챙기려는 지를 정확하게 알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수색팀이란 걸 한번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모두는 입가에 웃음을 띠며 힘차게 대답 했다.
"네."
이들은 이번 경기를 계기로 아픔과 비난을 받았지만 채원의 현명한 리드로 실력보다 더 중요한 서로 간의 믿음과 서로를 위해주는 마음이 더욱 더 그들을 결속 시켜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한 단계 성숙해 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