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집 대문 손잡이에 걸려있는 검정 비닐봉지!!!
그 속엔 상추가 어느땐 풋호박 또는 열무 등이 들어있다.
어느 댁 누구시지? 궁금해진다.
누구라고 메모가 있다면 바로 고맙다고 전화라도 하고 보답이라도 할텐데...
보통 사람들은 며칠이 지나면 전화해 “내가 푸성귀 봉지에 걸어놨는데 봤어요?”라며 알리는데
이번에는 그런 연락이 전혀 없다.
요 며칠전 일이다.
외출하고 오니 또다시 걸려있는 검정비닐...
솎은 애배추가 한가득이었다.
언제나처럼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혹시 실수로 다른 집에 걸어놀 수 있어서
이틀을 그대로 두었다.
그래도 연락은 없고 애배추는 말라가고...결국 비닐봉지를 안으로 가져와 ‘된장국 끓여먹으면 맛있겠다’, 생각하다가 ‘참 ~ 추어탕 시래기로 이걸 (애배추) 넣으면 그만이지 !’까지 생각이 미치자
곧장 슈퍼마켓에 달려가 미꾸라지를 샀다. 생선 가게주인은 소금을 넣어주며
소금을 넣어두면 집으로 오는 동안 특유의 새금내가 씻겨진다고 한다. 그 미꾸라지를 가져와 깨끗이 씻어내고, 참기름에 볶아 푹 ~끓여 식힌 후 믹서에 갈아놔두니 구수함이 집안 가득 ~
여기에 된장기를 약간 가미하고 들깨와 갖은 양념을 갈아 넣고, 마지막에 애배추를 넣고
한소큼 끓여내니 맛이 끝내준다.
먹기 전에 기호에 따라 넣을 산초 가루와 쫑쫑 썰은 청양고추를 내며,
퇴근해서 오는 남편과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것을 생각하니 콧노래가 랄랄라 ~ 절로 났다.
그 날 저녁, 온 가족이 ‘그 어느 식당에서 먹은 남원 추어탕 맛보다 엄마표 추어탕이 더 맛있다’며 비행기를 태운다.
나는 ‘이게 다 그 애배추를 주신 분 덕이란다. 연락이 없으셔서 누구신지는 몰라도
그 분께 감사하자’ 말하면서 ‘이렇게 말없는 선행을 누가했을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그 후에도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어 고마운 마음을 가을바람에 실어보낸다.
참으로 감사히 맛있게 먹었답니다.
고맙습니다. ^-^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첫댓글 정말 글만봐도 사랑이 듬뿍담긴 정성이 듬뿍담긴 추어탕 생각만해도 구수한맛이 느껴지는것 같아요.침만 삼키고 갑니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라고 했습니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아니하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이겠지요.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일에서 그 사람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저는 그 배추를 받는 분에게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평소에 많이 베풀었으니 그런 일이 생긴 것이라는 결론에서 입니다.
세상이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훈훈한 게 세상입니다.
준 분, 받은 분, 두 분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