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람들의 개인적인 고민 중에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살이 찌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탈모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할 약이 나온다면 하루 아침에 가장 많이 팔리는 약이 될 것이고 그것을 개발한 사람과 제약회사는 떼돈을 버는 것은 물론이고 노벨평화상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탈모 명의’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임상 시험 결과를 보면 진짜 탈모약을 복용한 환자나 위약을 먹은 환자나 성 기능 감퇴, 브레인 포그 등 부작용이 똑같이 나타난다"며 "탈모약의 부작용은 노시보 효과(nocebo effect·플라시보 효과의 반대)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있지도 않은 부작용을 앓게 할 정도로 탈모약과 탈모 치료에 대한 잘못된 풍문이 극심하다는 방증이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머리카락의 후퇴가 심각하다’는 한 소셜미디어 이용자의 지적에 "머리카락이 후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전진하고 있는 것이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탈모인 대다수에게 모발의 후퇴는 곧 나의 후퇴로 이어진다. 탈모 앞에서 모든 개성은 말살된다. 나이가 어리건 많건, 어떤 옷을 입건, 직업이 무엇이건 간에 구분 없이 ‘그냥 대머리’다.
어디에 호소할 수도 없다. 탈모증은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생활에 주는 지장은 그 어떤 질환보다 크다. 탈모를 조롱하지 말라.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긴급재난지원금으로 탈모약을 샀다"고 당당히 밝혔지만, 당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오늘도 남몰래 탈모약 한 알을 물도 없이 삼키고 왔을지도 모른다.
과장을 조금 보태 탈모인 1000만 시대라고 한다. 한국갤럽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 중 22%는 ‘탈모 증상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이 비율을 대한민국 성인 인구 4000만 명에 대입하면 탈모 인구가 880만 명이라는 어림짐작도 나올 수 있다. 탈모는 더는 중·노년 남성에게만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남성 탈모인의 21%는 연령대가 20~39세였다. 해당 연령대의 여성 탈모인 비율도 13%에 달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대(大)탈모 시대다.
탈모를 치료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23년 전 세상에 나타난 경구용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성분명 피나스테리드)’는 한 줄기 빛이었다. ‘아보다트(성분명 두타스테리드)’와 바르는 약 ‘미녹시딜’까지 더해지면 열 중 아홉은 탈모를 막을 수 있다. ‘환자분은 모낭이 다 죽어서 탈모약이 듣지 않는다’는 의사의 선고가 떨어져도, 모발이식을 하면 건강한 모발을 일부 되찾을 수 있다. 그마저도 어렵다면, 눈부시게 발전한 가발 기술의 힘을 빌리면 된다. 가발을 쓴 채 머리를 감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실제 모발과 간극이 좁혀졌다.
문제는 너무 많고 무분별한 가짜 탈모 정보다. 주변 사람에겐 말 못 할 고민이 있는 탈모인들은 주로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에서 정보를 습득한다. 탈모인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부당 이득을 취하려는 이들은 도처에 깔려있다. 탈모약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겁을 주며 비싼 값에 효과가 검증되지도 않은 가짜 탈모 특효약을 구매하도록 종용한다.
탈모 극복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잘못된 치료를 할 경우 돌이킬 수 없다’는 점이다. 가짜 정보에 휘둘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사멸해버린 모낭은 현존하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되살릴 수 없다. 모발이식 또한 횟수와 총량의 한계가 명확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이지 전가의 보도는 아니다. 모두가 꿈꾸는 탈모 정복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관련 연구는 아직 정확한 원인조차 규명하지 못한 상태다. ‘탈모 완전 치료제를 개발하면 노벨생리학상과 노벨평화상을 동시에 따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은 매년 14%씩 성장하고 화장품·헬스케어 등 관련 시장까지 포함하면 규모가 4조원에 달한다. 1997년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세계 최초로 경구용 탈모 치료제를 선보이며 8조원 규모 탈모 치료제 시장이 자라났던 것처럼, 활발한 탈모 극복 연구 속에서 신기술이 탄생하고 새로운 시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사실 동양인은 탈모 비율과 그 정도가 서양인에 비해 낮은 편이다. 다른 질환이라면 ‘환자가 적다’는 사실이 좋은 일이겠지만, 탈모는 ‘소수’라는 점이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 성인 남성의 42%가 탈모를 갖고 있는 서양에서는 대머리도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탈모인들이 겪는 애환을 동행 르포로 풀어내기도 했다. 비(非)탈모인들이 탈모인에게 조금이라도 더 공감하고 희화화의 대상이 아닌 공감의 대상으로 받아들였으면 하는 의도에서였다.
탈모가 완전 정복되거나 탈모가 흠이 되지 않는 세상이 오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날이 올 때까지만, 좀 더 버텨보자.>조선비즈, 최상현 기자.
솔직히 저도 비만이고 머리 숱도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이어트 약이나 탈모방지 약을 먹지는 않습니다.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음식을 덜 먹으려고 애 쓰고 많이 움직이려고 노력하지만 약을 먹어서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머리 숱이 많지 않지만 아직 대머리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머리 숱 때문에 크게 고민한 적도 없습니다.
머리가 많이 빠지면 아예 스님들처럼 머리를 밀고 다닐 생각은 했지만 가발을 쓴다거나 약을 먹어서 머리를 억지로 나게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젠 머리가 빠질 나이가 되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