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부에서 나에게 임무가 내려졌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차로 3시간안에 응급환자를 이송하라는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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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3시간 안에 어떻게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라는 말이냐? 투덜거렸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이때까지 그
렇게 해왔으니 가능하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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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몇 일 후 과속 카메라로 100km가 넘었다며, 딱지가 나에게 날아왔다. 나에게 명령을 한 상부에게 물
어봤다. 이 비용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하지만 나에게 돌아온 답변은 법은 법이니 어쩔 수 없다라는 것이
다. 욕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난 다음 환자를 또 이송해야 하기에 소리쳐도 메아리만 나오는 이 비 생
산적인 상황에 집충하지 말고 욕 한번 하며 자비로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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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 달이 지났을까, 갑자기 뉴스가 떠들썩하ㅣ다. 나와 똑같은 일을 하는 친구가 부산에서 서울까지 가
다가 차가 사고로 전복됐고, 그로 인해 안에 타고 있던 환자 4명이 죽었다라는 것이다. 티비에는 수갑을 차고
구속되는 그가 나왔고 밑에 자막으로는 ``환자이송중 과속으로 인한 환자4명 사망.``이 흘러갔다. 그의 죄명은
과실치사였다. 그가 과속을 한 과실로 환자가 죽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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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따졌다. 부산에서 서울가지 3시간 안에 환자를 이송하지 않으면 그 환자가 죽는데, 어떻게 과속한 그를 과
실치사로 구속할 수 있냐며 따졌다.
하지만, 나에게 명령을 한 상부는 경찰에게
``저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3시간 안에만 가라고 했을 뿐 과속하라는 명령은 하지 않았다.``
``어떻게 응급환자가 있는데 안전하게 가야지 과속을 할 수 있었으냐며 제발 양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매달마다 따뜻하게 나오는 돈이 그렇게 좋더냐?``
이렇게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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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를 두둔하는 듯한 나의 태도를 보고 사람들은 나를 애미애비도 없는호 로자식이라며 사람이 죽었는
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냐며, 양심을 가지라며 혀를 내둘렀다. 나는 그저 불가능한 명령을 지시한 상부
에게 따졌을 뿐인데, 유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쓰레기였으며, 사람에 대한 측은지심은 전혀 없는
냉혈한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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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온 나는,
`맞아, 과속은 씻을 수 없는 죄다. 심지어 그로 인해 환자가 죽었으니 구속되고도 남을 마땅한 죄다.`
이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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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이제부터 과속을 안하기로 마음먹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3시간 안에 도착하든 말든 내 사정은 아
니었다.
늦어서 환자가 죽으면 내 탓은 아니지만, 빨리가려다가 환자가 죽으면 내 탓이었다.
늦어서 환자가 죽으면 내 탓은 아니지만, 빨리가려다가 과속카메라에 찍히면 내 손해였다.
너무 늦게 알았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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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사건에서 의료진 구속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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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비유에서는 헬기를 제공해주었더라면, 의료진이 과속할 이유도, 과속카메라에 찍힐 이유도, 환자가 죽
을 이유도 없을 것이다.
상부는 과속하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주어진 조건 내에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사건에서도 상부는 감염관리지침을 어기라고 하지는 않았다. 다마 주어진 조건 내에 임무를 완
수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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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90점 맞기 위해서는 중요하다고 표시된 것만 봐도 된다. 그러나 만점을 맞기 위해서는 점수는 10점
차이지만 교과서를 한톨한톨 다 외워야하는 점수에 비례하지 않는 고통과 인내의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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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감염을 0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항력적인 일이지만, 1/100로 줄이기 위해서는 그에 대한 노력과 비용이
곱의 곱절이 든다. 그리고 이것은 의사 한명, 간호사 한명이 한다고 할 수 없다는 일임을 안다. 다른 의 다
른 간호사가 있었다고 일이 바뀌는 것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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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는 알고 있었다. 25년동안 해왔던 관행을 몰랐다면 직무유기다. 지금 와서 착한 척 모르는 척 순
진한척 뒤로 물러나서 변명하는 것이 저 상부와 같을 뿐이다. 직접하지도 않은 의사를 구속한 이유가 저 관행
을 방치한 책임이라면, 보건복지부도 책임을 면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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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조건이 그렇게 내 몰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을까, 밑은 조용수 선생님의 글을 참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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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이 나올 때 마다 새 주사제를 약국에서 가지고 와야 한다. 그 후 상자를 뜯고 약제를 꺼내 뚜껑을 깐다.
처방 나온 용량을 정확히 주사제로 뽑고, 나머지를 쓰레기통에 버린다. 실제로는 상당한 노동량을 필요로 하
는 행위다. 5병을 가져와서 5개의 주사기를 만드는 건, 같은 행위를 5번 똑같이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1병을
가져와서 5개의 주사기를 만들면, 공통된 부분의 절차는 생략해도 된다. 시간과 노동이 줄어든다.
그러나 이것이 환자에게 치명적인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지는 못했다. 알았다면 기를 써서라도 다른 유도
리로 대체를 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흔히 규정속도를 넘어 과속을 할 때 이 과속의 결과가 엄청난
사고를 일으킬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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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제 값을 지불하지 않고 성과를 올리는 시스템이다. 자기 분야에서 정해진 규
칙을 넘어서는 유도리를 발휘하지 않고, 모든 일을 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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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중환자실 적정 숫자는 환자 1명당 간호사 1명, 우리나라는 환자 3명은 물론이고 그 이상도 흔하다.
그들이 발로 뛰어서 우리 의료를 버티고 있는 것이다. 때론 끼니도 걸러가며 뛰어서 그리고 인정도 해주지 않
는 초과근무를 매번 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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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낀 시간으로, 꼭 지켜야할 다른 것들을 지켰을 수 있고, 다른 죽어가는 환자를 제때 돌보았을지도
모른다. 지금껏 그렇게 구한 환자가 한다스도 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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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지침을 모두 지켰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건 현재 누워 있는 환자의 절반이 치료 기회를 잃게 된다는
얘기다. 늘 하는 말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키는 병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있다고 한다면 그 병원은
아마 또 다른 유도리라 불리우는 관행을 행하고 있을 뿐이고, 그것이 아직 문제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25년
동안 이 관행이 문제가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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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회가 이를 외면 해왔다고 본다.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겠지만 의사, 간호사가 구속되는
것을 보고 꼬시다라는 태도가 아니라 25년간 이 관행으로 이득을 본 상부가 이제 와서 대학을 갓 졸업한 신
규간호사, 전공의에까지 살인자의 굴레를 씌우는 이 작금의 상황에 다 같이 아파해야 한다고 본다. 의료진이
이 사건에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처벌을 하더라도 이를 밝히는 과정에서 구속수사만큼은 안해줬으
면 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마 동료에 대한 부채의식일 것이다.
-어느 아침과 똑같은 아침을 보내고 어느 업무와 똑같은 업무를 하는 그 때에 25년 동안 해왔던 그 관행의 폭
탄이 나에게 터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이 일의 피해자, 그리고 살인자라고 불리는 그들
모두 인간적으로 애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