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이구~~ 먼저 번에 말씀 드렸었지요?
전철 통근할 때 늘 허둥지둥 뛰어 다녔다구요.
그날 아침은 다른때보다 좀 늦었어요.
그러니 더 허둥댔지요.
핸드백 안에다가 주섬 주섬 이것 저것 휩쓸어 담았지요.
도시락(그때는 도시락을 싸 갖고 다녔어요) 책, 먹다 남은 비스킷....
그리고는 냅다 뛰어서 전철에 올라 탔어요.
후유~~이젠 됐다 싶었지요.
그리고는 또 여전히 책을 읽으며 갔어요.
그런데 구로쯤에서 난데없이 귀에 익은 알람 시계 소리가 들리는 겁니다.
그것도 경쾌한 루돌프 사슴코가 아니라 건전지가 다 닳아서 소리가 늘어지는
루돌프 사슴코였지요.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 이는 코~~~
띠띠띠 띠 ~~ 띠~~띠띠~~띠띠 띠 띠 ~~띠~띠~이이이~~~
(루돌프 사슴코 가사에 맞춰서 아랫줄 띠띠띠를 불러 보시면 알 겁니다)
황급히 낡고 깨진 알람 시계 대가릴 사정없이눌러 끄긴 했습니다만 그 상황이 어땠겠습니까!
그러니까 핸드백에 이것 저것 휩쓸어 넣을때 알람 시계까지 넣은거였지요.
게다가 고장난 알람 시계가 뭐 잘났다고 만원 전철 안에서 주제 파악도 못한채 한 곡조
부른 거였지요.
아, 그때 난 너무 부끄럽고 챙피해서 책이 머리에 들어 오질 않았습니다.
옆자리에 앉았던 사람이나 앞에 섰던 사람이나 웃어 댔었구요.
흐이구~~난 그러구 다녔어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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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들 (5) 루돌프 알람 시계.
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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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8.24 09:06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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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에게도 그간 재밌는 일이 많이 있었을텐데 잘 생각해 보구 올려 볼께요. 근데 안나님 처럼 재밌게 쓸 수 있으려나 몰라요.
ㅎㅎㅎㅎㅎㅎ.....못말려요...ㅎㅎㅎㅎㅎ
인생은 아름다워라. 실수한 것은 더 아름다워라
저는 그런 재미있는 기억은 없더군요. 혼자서 걷고 혼자서 길에서 잠을 자고 또 걷던 그런 기억만 가득한데, 부럽네요.
제가 그 앞에 서 있었다면,,, 아마 눈치 볼것도 없이 따라서 흥얼거렸을텐데... 그리고 안나님 눈을 맞추고 함께 히죽 웃었을것 같은데.ㅎㅎㅎㅎㅎ
여행지에서 신을 버리고 와 맨발로 서울거리를 걸을 때의 그 머쓱함 같은 부질없는 기억만 남아서 쓸쓸하거든요. 헌데 안나님은 웃음이 넘치는 추억의 사건이 많아 행복하시겠습니다.
정말 챙피하셨겠다~~~~ㅋㅋㅋㅋ 안나님, 제 배꼽 또 빠집니다요~~~
안나님 가시는 곳마다 웃음꽃이 활짝 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