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동유적지)
한 대상에 대한 변치 않을 마음이란 무엇일까. 오늘의 내가 어제의 나를 배신하는 일은 너무나도 간단하다.
인간의 얄팍한 마음이나 이해타산적인 판단 하에 내려지는 변심이라는 것이 얄궂을 정도로 쉽고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상남도에는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의(義)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위태롭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의 마음을 간직하려고 노력한 이의 마음이 담긴 진분홍색의 배롱나무를 감상하러 떠나보도록 하자.
고려동유적지
경남 함안군 산인면 모곡 2길 53에 위치한 ‘고려동유적지’는 고려 후기 성균관 진사이자 문신이었던 ‘이오'(李午) 선생이 고려가 몰락하고 조선 왕조가 시작되자 고려에 대한 충심을 지키기 위해 거처한 곳이다. 이후 이곳에서 대대로 그의 후손들이 살았다.
(고려동유적지)
자신의 굳은 마음을 담담히 읊조리듯, 이오 선생은 이곳에 담장을 쌓고 고려 유민의 거주지임을 밝히는 ‘고려동학’이라는 비석을 세워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았다고 전해진다.
또한 그는 명이 다할 때까지 결코 벼슬을 하지 않았다. 자신의 아들에게도 새 왕조 조선에서 벼슬하지 말라고 당부한 후, 사후에도 자신의 위패를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숨을 거두었다.
더불어 그의 자손들은 19대에 걸쳐, 무려 600여 년 동안 해당 가르침을 받들며 이곳에서 조용히 살았다.
그뿐 아니라, 벼슬과 같은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교육과 청렴한 삶에 집중하며 걸출한 인물들을 많이 배출했다. 이러한 변치 않는 마음으로 인해 ‘고려동유적지’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뜨거운 신념과 유적지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고려동유적지)
한편, 1983년에 기념물로 지정된 이곳에는 고려동학비, 고려종택, 고려동담장, 고려전답, 자미단, 율간정 등의 볼거리가 있다.
또 건축물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탐스럽게 핀 700년 수령의 배롱나무를 볼 수 있는 자연명소이기도 하다. 현재 약 70% 정도 개화하였으며, 1주 후에 만개할 전망이다.
9~17시에 무료로 관람가능하며 마을 입구에 무료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과 관련하여 055-580-2555로 문의할 수 있다.
함안연꽃테마파크
고즈넉한 고택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배롱나무를 눈에 담았다면, 이번에는 마음이 경건해지는 연꽃을 보러 떠나보도록 하자.
(함안연꽃테마파크)
경남 함안군 가야읍 왕궁 1길 38-20에 위치한 ‘함안연꽃테마파크’는 옛 가야 지구의 늪지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적인 테마공원이다.
700여 년 전 고려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연꽃 씨앗을 심어 ‘아라홍련’이라는 품종으로 부활한 일화가 유명하며, 이를 주제로 조성한 공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라홍련 외에도 백련, 홍련, 가시연 등 다채로운 연꽃을 볼 수 있다. 개화시기가 길기 때문에 8월까지 만개한 연꽃들을 만나볼 수 있으며 중간중간 징검다리가 조성되어 있어 꽃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연꽃 색을 닮은 진분홍색의 양산을 대여해 줘 뜨거운 햇볕을 가림과 동시에 화사한 색감의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크 (함안연꽃테마파크)
그 외에도 다양한 포토존 및 정자 쉼터가 마련되어 있어 여유롭게 힐링하며 쉬어가기에 좋다. 연중무휴로 상시개방하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무진정
이번에는 조선의 풍류를 즐길 수 있는 정자를 만나러 가보자.
한국관광공사, (무진정)
경남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에 위치한 ‘무진정’은 조선 명종 22년(1567)에 무진(無盡) 조삼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세운 곳이다.
매년 무진정 일원에서 함안 고유의 민속놀이인 ‘함안낙화놀이’가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 함안군과 한국관광공사가 이 행사를 여행상품으로 내세워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오는 8월 30일부터 9월 1일까지 이 일대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는 ‘함안문화유산야행’이 열리니 8~9월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미리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