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물간 조폭 영화의 장르적 변주가 계속되고 있다. 조폭과 가족의 개념을 충돌시켜 전혀 새로운 파장을 불러 일으킨 [열혈남아]도 그렇고 [해바라기] 역시 자신이 살해한 조폭의 어머니를 양어머니로 모시고 착하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조폭 출신의 젊은 남자를 등장시킨다.
자신이 살해할(혹은 살해한) 조폭의 어머니가 중요한 비중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해바라기]는 [열혈남아]와 닮았다. 그러나 서사구조는 [열혈남아]에 비해 훨씬 상투적이다. 살인죄로 감옥에서 복역한 후 가석방 출소 뒤에는 마음 잡고 카센타에서 일하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조폭 출신의 남자를 조직이 내버려두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관습적 접근이 영화를 밋밋하게 만든다. 김래원의 괜찮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열혈남아]의 설경구-나문희에 비해 [해바라기]의 김래원-김해숙이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파괴력도 상대적으로 약하다.
역시 무제는 상상력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적 틀을 따라 이야기가 전개되면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약해지고 새로움이 갖고 있는 신선함도 떨어진다. 그것이 [해버리기]의 영화적 문법이 낡은 느낌을 주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