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3번기 최종국]
박영훈-이세돌, 삼성화재배 패권 다툰다!
11월 23일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벌어진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준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박영훈 9단이 구리 9단에게 325수 끝 흑1집반승을 거두고 종합전적 2-1로 결승에 올랐다.
바둑은 2국과 마찬가지로 불꽃 튀는 계가바둑이었다. 돌을 가려 흑을 잡은 박영훈 9단은 초반 시원시원한 행마를 보여주며 주도권을 잡아나가 승리를 예감케 했다. 구리 9단은 박영훈 9단을 의식한 듯 실리에 치우쳐 몇 차례 대세점을 외면하기도 했지만 중반 들어서 집요한 노림수와 끈적끈적한 버팀수를 동원해 박영훈 9단의 완착을 이끌어냈다. 결국 중반 내내 주고받는 시소게임이 계속되면서 미세한 반집싸움까지 치달았고 검토실은 누가 반집을 이길지 250수가 넘도록 의견이 분분하기도 했다.
승패의 단락은 2국과 비슷하게 패싸움으로 결정 났다. 박영훈 9단은 하변 패를 벌이면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팻감계산과 그 이후의 승리 코스를 정확히 밟아나갔는데 검토실에 모인 기사들은 박영훈 9단이 270수 언저리부터 마지막 반패를 이기면 반집승이 결정된다는 것까지 읽고 있을 것이라 입을 모으기도 했다.
자신의 반집패를 알고 있었을까? 구리 9단은 마지막엔 간단한 수순착오를 범해 1집 손해를 자청했고 공배를 모두 메워 결과를 확인하자 쓴웃음만 진 채 허공을 응시했다. 구리 9단은 종반끝내기 수순이 못내 아쉬운 듯 복기 내내 머리를 긁적이며 괴로워하는 표정을 지어 주위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로써 삼성화재배는 LG배 세계기왕전에 이어 또 한 번의 형제대결로 압축되었다. 한국기사들끼리 결승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삼성화재배여서 박영훈 9단의 승리는 더욱 더 값진 승리로 남게 되었다. GS칼텍스배 도전기를 치르고 있는 와중에 삼성화재배를 놓고 다시 한 번 맞닥뜨리게 된 이세돌 9단과 박영훈 9단은 결승3번기를 통해 삼성화재배 최종 주인공을 가리게 된다.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이세돌 9단이 13승 8패로 앞서있다. 결승3번기 1국은 1월 21일에 열리며 2국은 23일, 최종국은 24일에 열릴 예정.
제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은 KBS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에서 후원한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 60초 5회이며 우승상금은 2억원이다.
준결승3번기 최종국 결과● 박영훈 9단 ○ 구리 9단 - 325수 끝 흑1집반승!
(종합전적 2-1, 박영훈 결승 진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