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연구소 엠티를 다녀왔다.
처음 인도에 왔을 때 21명이었던 연구소 전체직원 중
시험실 기능사원을 제외하고 나 빼고 13명이었던 엔지니어에
16명의 엔지니어를 새로 뽑았으니 배가 넘는 식구로 불어난 셈이기에
전체가 하나되는 이벤트가 절실했던 차에 한국에서 매년 하던 엠티를
인도현지에 맞춰 변형해서 이틀의 일정으로 3박 4일 형태로 다녀왔다.
인도에 진출한 엘지 전자가 벌써 오래 전부터 한국식 엠티 문화를 전파해서
엘지 출신이면서 중견 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친구가 주축이 되어 추진하고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의 자락에 위치한 국립공원으로 장소를 정해서
사장의 흔쾌한 재가를 얻어 기대반, 우려반 심정으로 출발을 했다.
일정은 목요일 근무 마치고 밤 10시에 출발을 해서 차 안에서 자고
아침 일찍 도착해서 1박2일 일정을 갖고 토요일 밤에 출발해서
일요일 새벽에 회사로 복귀하는 일정으로 했다.
사전에 토론 주제를 정하고, 전체 인원을 네 개 조로 나누어
각 조 별로 워크샵을 미리 해서 토론하고 자료를 준비하면서
조금은 서먹했던 직원들은 서로 격의 없는 대화를 시작하였고,
출발하는 날은 연구소 전체가 가볍게 흥분하며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목요일 근무를 마치고는 각 조별로 모여 토론하며 자료를 정리하고
함께 저녁을 배달시켜먹고는 드디어 밤 10시쯤 출발을 한다.
볼보 대형 버스는 우리 고속관광버스랑 비교하여 손색없이 좋다.
40인승에 26명이 타는데, 역시나 젊은 친구들은 뒷자리에 모여 타고
평소에 못 듣던 괴성을 지르며 무슨 구호를 부르고 흥을 돋군다.
밤이 깊도록 떠들다 하나 둘 잠이 들고, 시끄러운 TV, 그리고
음악이 잦을 즈음 겨우 두어 시간 잠을 자고 나니 도착하였다고 한다.
새벽 5시, 칠흑 같은 어둠 속에 별이 쏟아질 듯 차갑고
귀가 멍한 조용함으로 미루어 한적한 시골인듯한 곳을 걸어 들어가니
리셉션에서 반기고 호명하며 방 열쇠를 나누어 준다.
리조트 형태로 듬성듬성 2층집들이 모여있고,
그 중에 한곳으로 들어가니 차가운 마루바닥에 침대가 두 개 놓여있다.
난방시설은 애초에 없고 자그마한 전기 히터가 있어 틀어보니
썰렁한 냉골을 덥히기에는 애초부터 난망 해 보인다.
그래도 대충 씻고 두어 시간 웅크려 자고 나니 젊은 친구들 함성소리 요란하다.
부지런한 친구들 어느새 일어나 잔디밭에서 축구를 하는 모양이다.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가니 찬란한 태양빛이 티끌 없는 세상을 비춘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넘치는 아늑한 리조트의 아침햇살은 어느새 따스하고
젊은 친구들의 부름에 나이도 잊고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언제였던가, 부장 진급하던 해 겁 없이 축구시합 나갔다가 낭패 당했고,
(몸보다 마음이 앞서가서 제풀에 넘어지곤 했었다)
서너 해 전, 담배 끊고 아침운동 열심히 해서 제법 젊은 시절 감각을 찾고
그러곤 또 오랜만인데 또 겁 없이 20대 청년들하고 씨름을 했으니,
오전 트렉킹 시작하기도 전에 완전히 기진했다.
그래도 아침 먹고 기운을 차리니 첫 행사로 트랙킹을 위한 준비는 마쳤다.
원래는 차를 타고 멀리 가서 한 시간 정도 숲길을 가는 코스에서 변경하여
리조트 옆을 흐르는 작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미션으로 바꾸어
시작부터 허벅지까지 차오르는 차가운 강을 건넌다.
첫 미션을 가볍게 통과하고 처음으로 모두 모여 사진을 찍는다.
함께 참가한 26명의 얼굴들의 모습은 하나의 미션을 완수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한 설레임이 그득하다.
강을 여러 차례 건너면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와 협동을 배우고
차츰 남녀의 벽과 이웃의 담장을 헐며 하나가 되어간다.
스스럼없이 손에 손을 잡고 강을 건너고,
다리를 건너고, 긴 숲을 지나 미션을 완수하고는
강 한가운데 우뚝 선 작은 산 위에 있는 사원에 올라 경배를 한다.
평소에 종교색체를 거의 내지 않는 힌두교도들은
한 사람도 빠짐없이, 그 누가 말 하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신발과 양말을 벗고는 예물을 사 가지고는 긴 계단을 오른다.
사원에 모셔진 그들의 신에게 모두 경배를 하고
긴 여정을 마치고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고는
두 팀으로 나누어 보물찾기 게임을 한다.
열 몇 가지의 각각 다른 형태의 보물에 대해
퀴즈방식으로 형상과 감춰진 위치를 알려주고
각 팀이 지혜를 모아 퀴즈를 풀고 보물을 찾는다.
그리고는 해거름에 분임조별로 나누어 축구시합을 했다.
나도 1조에 속해서 열심히 뛰었는데 2조와 경기에서 무승부,
3조와 4조도 어둑한 잔디밭에서 열심히 싸웠는데 무승부,
하는 수 없이 내일 재 경기를 하기로 하고는 하루 일정을 마친다.
밤 8시부터 시작한 칵테일과 디제이 송은 그야말로 광란의 서곡
두 시간 반을 쉬지 않고 흔들어대는 디스코 장으로 초대를 받아
나도 함께 온몸을 불태우며 흔들어 댔다.
이국에서 오신 귀하신 연구소장의 격의 없는 어울림에
모두가 하나되어 춤을 추고 눈을 맞추며 비로서 이방인도 하나가 된다.
부르스 타임 한번 없이 두 시간 반 동안 춤을 추는 정열에 행복해 하고
열시 반이 넘어서 시작하는 디너를 기다리는 얼굴들에는 거침이 없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파김치가 되어서 자정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5시에 또 일어나 사파리 체험을 간다.
칠흑 같은 어둠과 손끝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새벽 6시에
덮개도 없는 짚차를 타고 호랑이가 바글거리는 정글로 향하는 모습들은
야생 호랑이를 본다는 호기심보다는 험상궂게 달려들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때문에 더 추었는지도 모른다.
전체면적이 1288평방 킬로로 서울시정도의 면적에
호랑이가 겨우 141마리 있다는 그 정글을 세시간을 털털거리며
야생 사슴과 코끼리 공작새 등만 실컷 보고는
방금 지나간 호랑이 발자국에 호기심과 설렘을 잠시 느꼈을 뿐,
그저 청량한 아침공기나 실컷 마셨다는 위안을 삼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아침 먹고 또 다시 외줄타기, 암벽타기 등의 미션을 하고,
늦은 점심을 부랴부랴 먹고는 각 조별 워크샵 발표를 하고,
공정한 채점으로 최고상을 선정하고,
그리고는 어제 못한 축구 승자를 가리는 시합을 다시 했다.
물론 나도 1조에 속해서 열심히 뛰어서 예선을 승리로 이끌고,
결승에서 4조와 만나 1대1 무승부를 가졌는데 심판의 일방적인 선언으로
노구에도 불구하고 혁혁한 공을 세운 연구소장이 있는 팀이 우승을 하고
모두가 흔쾌히 인정하며 우승을 축하해 준다.
그리고는 본 파이어(우리는 캠프 파이어라고 부르는데)
가운데 가마솥처럼 움푹 판 곳에 장작을 쌓아 놓고
불을 붙여 주변을 밝히고, 한 켠엔 칵테일 바가 있어 열심히 서빙 하고
한 켠엔 고성방가 시설이 있어 또 저녁 내 춤을 출 준비를 한다.
칵테일과 안주로 흥을 돋고, 장작불이 한창일 때,
워크샵 발표 최우수상을 수여하고, 축구 우승상을 받고,
그리곤 뜻밖의 특별상을 준다.
오늘의 행복과 하나됨에 혁혁한 기여를 하신 분,
모두가 열렬히 박수 칠 때, 나는 또 한번 영웅이 되었다.
그들의 진심을 읽고, 그리고 진정으로 하나가 되었다.
본 파이어 활활 타며 밤은 깊어가고,
칵테일 나누어 흥을 돋우고, 한 켠엔 끊임없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마음을 열고 하나됨에 모두들 행복해 한다.
장작을 두 번이나 보충하고, 그리고 그 불길이 사그러지기 시작할 때
무리 지어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다시 돌아와
빙 둘러 앉아 마지막 장작불에 몸을 덥히며 감회를 나눈다.
모두가 하나같이 감사하며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하나되었음을 선언한다.
스물 여섯이 하나되어 열정을 품고 내일을 약속하며
이틀의 행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긴 밤 내내 먼 길을 돌아
다음날 아침 7시에 회사로 돌아왔다.
3박4일의 엠티는 그렇게 나름대로 나에게도 행복한 추억이 되었다.
첫댓글 3박4일의 아름답구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최선을 다하여 칭송받는 칭구를 위해 박수를 보낸다네... 사진을 보니 마치 칭구와 마주 있는것 같네 늘 잊지않구 칭구들에게 아름다운 소식줘서 고마워 늘 건강하길...
아름답고 포근한 히말라야 자락으로 친구들을 초청하지 못해서 가슴아프네......인도는 오지라지만, 여유있고, 넓고, 또 아름다운곳이 많은 나라......여유가 생기면 인도에도 한번 와 봐...